이미지(image)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받는 느낌.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에 의해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미지가 가진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이 남긴 강렬한 이미지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굵고 듬직한 사람이었지.’ ‘사랑받고 자란 티가 폴폴 나는 애였어’ 이름이나 생김새는 흐릿해진 지 오래인데. 어쩜 이미지만은 이렇듯 또렷하게 기억날까.

 

존재감 0의 시절,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이미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스무 살의 나는 이미지라고 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색무취한 애였다. 게다가 대학교 1학년은 셀 수 없이 많은 이를 알게 되는 시기이므로. 그 난리 통에 신입생 1에 불과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같은 테이블에 세 시간 넘게 앉아있었는데, “너 이름이 뭐였지?”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반복되자 나는 슬슬 짜증이 났다. 아니, 외모나 성격에 존재감이 없으면 이름이라도 특이할 것이지. 이름마저 흔해 빠져서!

 

물론 고만고만한 신입생 중에서도 반짝이는 애들은 있었다. 걔들은 단 한 번의 등장으로 모두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그건 뛰어난 외모 덕이기도, 특이한 성장 배경 덕분이기도, 수려한 말재주 혹은 탁월한 취향 때문이기도 했다. 수줍은 관종이었던 나는 그들의 이미지를 몰래 시샘했다. 어쩜 쟤는 저런 이미지를 가졌을까.

 

그 애들은 식판 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돈가스나 불고기 같았다.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콩자반이었고. 할 수만 있다면 흉내라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지라는 건 그 사람이 일생(이라고 해봤자 고작 20년이지만) 동안 쌓은 것이라 하루아침에 베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컨셉충’이 된다

시간은 흘러 계절이 바뀌었고 흔한 이름과 그보다 더 흔한 외모를 가진 신입생 1(=나)의 특징을 발견해주는 사람도 생겼다.

 

내게 생긴 첫 이미지는 정말 뜻밖의 것이었는데…. 좀 낯간지럽지만 ‘문학소녀’였다.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도서관에 간 날이었다. 거기서 동아리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뭐 하러 왔냐고 묻기에 “그냥 책 좀 읽으려고요”라고 답했는데 그게 퍽 인상적이었나보다.

 

어느새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 좋아하는 애’가 되어있었다. 그 이미지가 매일 일기를 쓰는 내 습관과 겹쳐져서 ‘문학소녀’가 됐다. 급기야 내가 쓴 글이 궁금하다며 보여 달라고 조르는 사람도 생겼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글 쓰는 데 뜻이 있다거나 특별히 책을 사랑했던 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오해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하니 괜히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그 뒤로는 일부러 더 ‘그런 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말로 하면 ‘컨셉충’이 되었달까. 가방 속엔 항상 책을 넣어 다녔고 시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변경할 때도, sns에 게시물을 하나 올릴 때도 몇 시간씩 공을 들였다. 그리고 척을 하다 보니 정말로 그렇게 됐다.

 

 

내가 만든 나라면 그것 역시 나일지도 

“너무 평범한 게 고민”이라며 걱정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난다. 보통은 괜한 오지랖을 떨고 싶지 않아서 공감을 표하고 넘어가지만. 술에 취해 혀가 길어졌을 때 슬며시 꺼내는 비밀 이야기가 하나 더 있긴 하다. 내 얘긴 아니고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책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 생활』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마스다 미리는 편집자 앞에서 평범해 보일까봐 걱정한다. 너무 평범하면 평범한 작품밖에 못 쓴다고 생각할 테고 그러면 자신에게 일을 맡기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일부러 특이한 ‘척’을 한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뚱맞은 이야기를 던지는 거다. 가령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매일 생각해요”라든가. 그리곤 한술 더 떠서 자신감 있는 ‘척’까지 한다. “저 무지 재밌는 만화 그릴 수 있어요. 기대해주세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아닌 나를 연기한 것 같아서 찜찜하지만, 그녀는 이내 무거운 마음을 털어버린다. “내가 만든 나라면 그것 역시 나일지도.”

존재감이 없어서 괴로웠던 스무 살의 나에게. 친애하는 콩자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거다. 특이한 이미지나 캐릭터를 타고나지 못했다면 그런 ‘척’이라도 해보자고. 어차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짜 나’ 같은 건 없으니까. 누군가 근사한 이미지로 봐주길 기다리지 말고 능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면 된다. 스스로를 포장하는 거 아니냐고? 포장 좀 하면 어때.

 

연예인도 아닌데 컨셉을 잡아 행동하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주위에 떠벌리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이 내 이미지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테다. 한 가지 스타일의 옷만 주야장천 입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매일 원피스만 입는 거지. 원피스를 보면 내 생각이 나도록.

 

그렇게 나만의 컨셉과 이미지를 잡아가는 것. 그게 ‘나는 평범해’라는 콤플렉스에 갇혀 우울해하는 일보다 열 배는 건강한 과정이라 믿는다.


[897호 – think]

ILLUSTRATOR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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