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20년 차 팔불출이 최애 자랑을 좀 해보겠다. 나의 최애. 우선 걸어 다니는 중소, 아니 대기업이다. 영앤리치의 표본이랄까. 한류 1세대, K-POP의 성공 신화. 한터차트? 1등을 몇 번이나 했는지 손가락, 발가락 다 합쳐도 모자라다. 오리콘 1위를 밥 먹듯이 했고, 빌보드 메인 차트에도 진입한 가수다. 물론 이 모든 영광이 10년 전 이야기지만 말이다.
얼마 전 최애의 신곡이 발매됐다. 덕블로프의 개처럼 저녁 6시 정시퇴근과 동시에 멜론에 접속해 스밍을 준비한다. 몇 위로 진입했을까? 30위 정도는 하겠지?

 

45위.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리다 발견한 최애의 노래 제목. 45위. 만 이틀이 지나자 그마저도 차트 아웃 되었다. 시대를 풍미하던 최애가 받아 든 성적표는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최애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브라운관 속에서 격렬한 댄스에 라이브까지 소화하던 그녀는 참 대단해 보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지 모든 미디어가 그녀에게 집중했다. 천재 소녀의 등장, 작은 거인,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빛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다른 친구들이 ‘이순신이요’, ‘나이팅게일이요’라고 대답할 때 나는 최애의 이름을 대었다. “그게 누구니?”라고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애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존경한 인물이다. 그렇게 나는 입덕을 했다.

 

내 청소년기 인지형성 발달 과정의 팔 할은 최애가 차지할 것이다. 내 방은 도배가 필요 없을 만큼 그녀의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었고, 그녀의 음방 순위는 내 내신 등수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그녀의 짤을 찌기 위해 포토샵을 처음 배웠으며 (그걸로 지금 밥을 벌어먹고), 그녀의 일본 노래를 해석하고자 일본어를 배웠다. 최애가 큰 가수로 성장할수록 나도 그녀를 따라 조금씩 자랐다.

 

 

“연예인한테 뭐 그렇게 공을 들이고 목숨을 거냐.” 많은 사람이 (특히 어른들이) 그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다. 최애를 빼면 내 어린 시절에 남는 것이 없는걸.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한 추억만큼의 지분을 최애가 갖고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을 품고 있는 최애는 그렇기에 늘 소중했다.

 

최애의 데뷔와 나의 덕질은 그렇게 20년 차를 맞이했다. 20년 동안 그녀가 쌓아온 업적들은 전설처럼 남았지만, 또 전설 같은 과거가 되었다. 그녀의 기록들은 후배 가수들이 하나둘 갱신하기 시작했다. 음악방송 1위도, 앨범판매량 1위도, 오리콘, 빌보드의 자리마저도 그렇게 후배들의 차지가 되었다.

 

한동안은 참 공허했다. 늘 내 자부심이었고, 자존심이었던 최애가 정점에서 조금씩 내려온다는 것. 멜론에서 스크롤을 내려야만 그녀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 당연한 이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슬픈 건 나 또한 덕질이 점점 버거워진, 나잇값이 무거워진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덕후 고인물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래도 최애를 지지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최애가 1등을 하면 좋은 거지 1등을 해야만 최애가 되는 것이 아니니까. 난 지금도 45위였던 그녀의 노래를 노동요로 듣고 있다.

 

데뷔 20년차를 맞이한 내 최애는 이제 더 이룰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앨범을 내고, 노래하고, 공연한다.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 역시 그녀의 마지막 앨범이 나올 때까지 스밍을 돌릴테고, 그녀가 더 이상 음반을 내지 않게 되면 그녀가 불러왔던 옛 노래들을 들을 것이다. 예전처럼 열정적인 덕질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그녀를 지지할 수 있는 내 마음이 좋다. 이런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계속 음악을 하는 내 최애는 더 좋고.

 

아이돌 조상님 이효리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도 좋지만 차근차근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최애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 차근차근히 잘 내려오고 있다고.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변함없이 지지할 수 있는 예쁜 마음을 갖게 만들어줘 고맙다고.

 

 

p.s. 당신은 영원한 나의 별이에요. 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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