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거 원래 안 갖고 싶었어.”

 

정확히 일곱 살 때, 제일 친한 친구가 ‘쥬쥬 공주 드레스’를 입고 온 것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사실 그 드레스는 내가 제일 갖고 싶었던 옷이었는데, 장난감 코너를 지나다 “요즘 장난감들 너무 비싸다.”며 놀라던 엄마 앞에서 나는 처음부터 쥬쥬 공주 드레스 따윈 갖고 싶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어린 나이에 사려 깊게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렸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졸라도 엄마가 그 드레스를 사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면 친구가 너무 부러울 것 같아서 그냥 갖고 싶지 않은 척했던 거였다. 이후 TV에 쥬쥬 공주 광고가 나올 때마다 속은 좀 쓰렸지만 본능적으로 외면했다.

 

그때부터였을까. ‘아닌 척’하는 것은 내 습관이 됐다. 오랫동안 갈망했던 꿈을 포기하던 순간에도 나는 “그거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건 아니었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속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에서 화석 소리를 들을 때까지 한결같이 꿈꿨던 직업이었는데, 최선을 다해봤지만 이루지 못했다고 하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꿈을 접었냐는 주위의 물음에도 ‘꿈이랄 것까지도 없었다.’는 말로 둘러대며 노력했던 시간들을 기억에서 지웠다.

 

 

이런 태도는 사랑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그 사람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았어.”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밥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심한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연애에 ‘실패’한 애가 되고 싶지 않아서 쿨한 척했다. 정말 괜찮냐는 친구의 의아한 물음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타격이 크지 않다며 위로조차 거절했다.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애썼던 시간들과 그 사람에게 건넸던 소중한 내 진심은 그냥 처음부터 없던 셈 쳤다.

 

이런 자기방어적 실패 회피증(?) 덕분에, 인생에서 큰 상처가 될 뻔했던 순간들을 작은 생채기 정도로 여기고 스쳐 지나갈 수 있었다.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참 잘하는 편이라며 교만을 떨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TV에서 공주 놀이 세트 광고가 나오는데, 마음에 풀리지 않은 매듭이 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괜찮다더니, 아니었구나.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서 애써 마음을 ‘0’으로 만들었는데, 그 부분이 내내 뻥 뚫린 채로 채워지지 않아 더 허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영영 지워낸 줄 알았는데… 외면했던 시간들이 가슴 한 켠에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오래 자리 잡고 있었음을.

 

그 이후로도 나는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을 가진 사람, 내가 해내고 싶었던 것을 해낸 사람을 보면 있는 힘껏 외면했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니까, 노력해도 가질 수 없다면 내가 너무 초라해질까봐 처음부터 원한 적 없다고 스스로에게 박박 우겼다. 패배감을 피하기 위해 택한 길은 내 노력과 간절했던 시간을 무시하는 거였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그때 엄마한테 친구의 쥬쥬 공주 드레스가 너무 부럽다고 떼를 써봤더라면 좋았을걸. 그때 내 감정에 솔직했다면, 나는 스스로의 초라한 모습까지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아는 그런 어른 말이다. 회피만 했던 시간 속에서는 아무것도 실감할 수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공허함이 더 쌓이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일곱 살짜리 나의 손을 꼭 잡고 대신 말해본다.

 

“엄마, 나도 쥬쥬 공주 드레스 입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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