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남들이 흔히 말하는 ‘여행’을 안 좋아하는 편이다. 비행기 타고 멀리 해외 명소에 가서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런 종류의 여행 말이다. 잘 모르는 장소에서 원치 않는 경험을 하게 되더라도 원할 때 바로 돌아올 수도 없고, 변수가 생기면 모든 게 꼬여서 하고 싶은 걸 하나도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 내가 싫어하는 ‘여행’의 정의는 대충 이렇다. 여행은 내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멀리, 길게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쉬는 날 집에만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말이 되면 늘 부지런히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사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혼자서도 참 잘 돌아다닌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은 여름방학에도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녔다. 아르바이트를 한 것도 아니었고 해외여행도 국내 여행도 국토대장정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열심히 집 밖으로 나섰다. 합정동에 숨어있다는 독립서점도 열심히 찾아다녔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만 상영한다는 작은 영화관도 많이 찾아다녔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역마살이라도 낀 것처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곤 한다. 이 모순을 대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소설가 김영하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자신이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를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어서라고 설명했다. 이 구절을 발견한 순간, 그간 내가 여행에 대해 느껴온 모순을 해결할 방법이 생각났다. 김영하가 호텔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듯, 나 역시 ‘여행’의 정의를 남들과 다르게 하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나에게 여행은 ‘의무와 일상을 벗어나 내 삶을 리셋 시킬 모든 행동’을 총칭하는 말이었다. 여행을 다시 정의하고 나니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그동안 여행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초단기 여행’을 해온 셈이었다. 마치 컴퓨터를 잠시 절전 모드로 바꾸는 일처럼, 나름대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일을 해왔던 거었다.

 

무언가를 하다 잘 안 풀리면 잠시 화장실로 도망을 간다. 학교 도서관에서 글을 쓰다 막히면 컴퓨터를 잠시 꺼두고 학교 산책을 한다(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산책을 굉장히 많이 했다). 할 일이 다 끝난 평일 저녁엔 영화관에 간다. 주말이면 평소 가고 싶었던 장소에 들르기도 한다. 때때로 약속 장소에 일부러 일찍 도착해서 그 주위를 걷곤 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숨을 돌리기 위해 벌이는 일탈 행위들이, 돌이켜 보면 나에게는 ‘여행’이나 다름없었다. 짧게나마 일상을 떠날 수 있게 만드는 것들, 지금 해야 할 일과 목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만드는 것들, 이런 것들이 모두 나만의 정의로 해석했을 때 여행에 포함됐다.

 

내가 여행이라 부르는 사소한 순간들은 다른 사람들의 여행에 비하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들은, 아니 이 여행들은 내게 정말 중요했다. 빽빽하게 들어찬 일상 속에서 이런 소소한 여행마저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지쳐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행 중이다. 내일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것 같다. 목적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마 평생 여행 다니며 살 수도 있을 듯싶다. 아무래도 나는 여행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899호 – 20’s voice]

writer 박종우 jongwoo09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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