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중입니다
Kim Jungmin

 

텔레비전 화면으로 봐온 김정민은 마냥 밝고 예뻤다. 온실 속 화초 같은 그녀를 붙잡고 얘길 나누며 사랑스러운 기운을 야금야금 빼앗아 오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그녀가 한 한마디. “너무 치열하게 살아서 여유가 없었어요.” 아차 싶었다. 밝음, 사랑스러움, 아름다움. 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그것들은 안에서부터 오랜 시간 숙성된 후 고개를 내미는 것이었다. 마치 활짝 피어난 지금의 김정민처럼.

 

아름다움이란 결국 ‘예뻐져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먹고살기 바쁜 평범한 여성이 공감하는 뷰티를 찾고 싶어요

 

요즘 더 예뻐지신 것 같아요. 부러워요. 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하셔서 그런 건가요?
감사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더 많이 예뻐져야 하는데.

 

이번에 <겟잇뷰티 2015>로 컴백하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저번 시즌에 게스트로 출연하셔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요.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는 별생각 없이 반가운 마음으로 갔어요. 다시 <겟잇뷰티> 진행자로 컴백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자꾸 회자돼서 부끄럽기도 해요(읏음). 사실 그때 운 건 베러걸즈 분들 때문이었어요.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베러걸즈 분들이 정민 씨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나 보네요.
제가 일찍 데뷔해서 학창 시절이 없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철도 없었고, 살아가는 기술도 없었죠. 막 스무 살이 됐을 때, <겟잇뷰티>를 통해 베러걸즈 분들을 만났어요. 사람 대하는 게 정말 어려웠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극복했죠.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특별해요.

 

방송을 보면, 정민 씨는 일반적인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주니까 전문가들의 말보다 훨씬 귀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처음엔 뷰티를 잘 몰라서 질문했어요. 부족한 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게 좋게 작용했죠. 그런 모습을 시청자 분들이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이젠 관련 지식이 늘었지만, 그래도 처음처럼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고요.

 

20대 초반 대학생들에게 뷰티 조언을 해주신다면?
저는 20대 초반에 누려야 할 것들을 못 누렸어요. 늘 성숙해 보이려고만 했죠. 어릴 때는 덜 하는 게 예쁜 것 같아요. 주변 연예인들을 봐도 메이크업을 많이 하다가 30대로 넘어가면 맨 얼굴이 예쁜 걸 알더라고요. 근데 뭐 귀에 안 들어오겠죠?(웃음) 지나봐야 아는 거잖아요. 그리고 하나 더. 어린 친구들이 성형수술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시술해서 예뻐지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죠.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 지나면 어차피 더 좋은 게 나와요. 미리 할 필요 없어요.(웃음)

 

정민 씨는 예쁜 것들에 대해 매일 얘기하시잖아요.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고민할 것 같은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겟잇뷰티>를 잠깐 떠나기 전에 특히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도 어려워요. 아름다움이란 결국 ‘예뻐져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남친이 좋아해서, 연예인이 하니까’, 이런 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게 제일이니까요. 그리고 힘들게 하루하루 공부하고, 일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공감하는 뷰티를 찾고 싶어요. 상위 몇 프로의 뷰티가 아니라 그들에게 가 닿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뷰티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욕심이나 포부를 듣고 싶어요.
건강한 뷰티 습관을 실천하는 진행자가 되어야죠. 그리고 올해에는 베러걸즈 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진행력이 좋으신데, 메인 MC 욕심 안 나세요? 잘하실 것 같은데.
제 자리에 만족해요. 여러 가지 역할을 맡을 수 있거든요. 상황을 정리하기도 하고, 시청자들 입장에서 질문도 하고, 웃긴 말도 던지고. 하지만 이대로 쭉 서른 넘어서까지 함께했을 때, 메인 MC 안 시켜주면 서운하긴 할 것 같아요.(웃음)

 

성숙한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도 성숙한 사람이요.

 

너무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이젠 가슴이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려고요

 

<겟잇뷰티> 외에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그중 녹화할 때 가장 재밌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저는 <용감한 기자들>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지금 프로그램을 네 개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게 좋고, 내일은 저게 좋아요. 일할 땐 바람둥이죠. 그래도 꼽자면 <다빈치 노트>나 <법대법> 같은 프로그램이 재밌어요.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교양 프로그램이죠. 공부하는 만큼 마음에 남는 것도 많아서 좋아요. 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인데, 힘드시진 않으세요?
체력적인 부분이 힘들어요. 잘 먹고 운동하고 잘 잘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바쁜 스케줄로 지칠 때 주로 어떤 걸로 에너지를 충전하시나요?
보통 혼자 여행을 떠나요. 책 열 권 보고 멘토 열 분 만나는 것보다 여행하며 느끼고 배우고 쉬는 게 좋아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거나 친구가 많은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마음이 지치는 순간도 올 것 같아요. 활동하시며 회의감을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올해 데뷔 12년 차인데, 9년째 됐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내일모레면 데뷔 10년인데 지금까지 뭘 했지? 생각했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겨내려고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았어요. 힘들 땐 막상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해도 큰 위로가 되지 않더라고요.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기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이 힘들 땐 해방되고 싶잖아요. 그때 섣불리 무언가를 하는 건 위험해요. 내가 살아가는 패턴에서 견뎌야죠. 겪어보니 마음은 힘들어도 몸은 똑같이 살다보면 다 지나가더라고요.

 

연기자 김정민을 말하자면, 데뷔작인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반장 세리 역으로 분해 살짝 얄밉지만 예쁜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하셨죠.
길거리 캐스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트레이닝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반올림> 공개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매일 심장이 두근거렸죠. 그 일이 제 인생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인지 그땐 욕심도 많았고 너무 치열하게 살았어요. 추억이 별로 없어요.

 

아역 배우로 데뷔해 어린 나이에 활동하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캐스팅되어 드라마 촬영을 하신 거잖아요.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그때는 마치 해리 포터의 마법 학교에 들어온 것만 같았어요. 15살의 김정민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간 거죠. 이곳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에 감히 힘들단 생각도 못 했어요.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견뎠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 설렘이 있어서 극복했던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에겐 연기자 김정민보다는 진행을 맛깔나게 하는 방송인 김정민이 더 친근해요. 이런 부분에 대해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특히 정민씨는 방송인과 연기자의 경계에 계신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을 하리란 걸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우연히 출연했다가 가능성을 본 케이스죠.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에요. 저의 다른 면을 찾아냈죠. 그래서 이제는 예능을 버리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잘 조절해야죠. 언제든 배우로서 브라운관에 설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방송인 김정민, 연기자 김정민의 꿈은 각각 무엇일까요?
성숙한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도 성숙한 사람이요. ‘잘한다’는 말보다 ‘좋아요’라는 말을 더 듣고 싶고요. 따뜻한 연기자가 되고 싶네요. 예전엔 너무 치열하게 사느라 여유가 없었어요. 당장 마음을 주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에 몰두했어요. 편안하지 않았죠. 이젠 가슴이 말랑말랑한, 촉촉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럼 더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가장 예쁜 나이 스물일곱 김정민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예쁜 여자보다 멋있는 여자. 상처받아도 쉽게 털어내는 사람이요. 상처를 안 받는 여자가 되고 싶진 않아요. 남이 아픈 걸 잘 공감하며 살아가야죠.

 

 

Editor 백수빈 bin@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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