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기 중엔 잊고 있던 내 처지를 깨닫는 순간
동기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벌써 개강이냐? 망했어.” “방학 5백 년만 더 했으면….” 개강을 앞두고 모두 시무룩한 모양이었다. 나도 ‘ㅠㅠ’를 수십 개씩 누르며 친구들의 의견에 동조했지만 사실 속마음은 오히려 반대였다. 개강이 좋다고 하면 돌 맞을까봐 입 꾹 다물고 있었지만, 솔직히 난 방학이 끝나서 좋다.
대학교 와서 맞은 첫 방학, 동기들은 다들 짠 듯이 여행을 떠났다. 기차 타고 국내 여행을 한 애들도 꽤 있었고, 멀리 유럽까지 한 달씩 여행을 떠난 애들도 서너 명쯤 됐다. 여행을 가진 못하더라도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가 부모님 곁에서 푹 쉬다 온 친구들도 많았다. 다음 학기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내가 PC방에서 라면을 끓이고, 동네 태권도 학원 셔틀 차량을 운전하는 동안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만 같았다.
학기 중엔 그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같은 과제를 하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험 기간은 힘들었고 과제는 빡셌다. 그래서 내 처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내 삶이 적어도 다른 동기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므로. 그러나 방학이 되는 순간 깨달았다.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내 삶은 그들의 삶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그걸 안 순간 방학이 너무 외롭게 느껴졌다.

 

 

#2. 방학 땐 알바 구하기보다 별 따는 게 쉬울걸
눈치챘겠지만, 우리 집 가정 형편은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내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할 만큼 가난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한 몸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나로서는 방학 때 알바를 하는 게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학기 중엔 알바를 병행하기 쉽지 않고, 차라리 방학 때 바짝 일해서 돈을 벌어두는 것이 좀 더 편하기도 하다.
이번 방학 때도 어김없이 알바를 했다. 그런데… 요즘 알바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이야. 특히 방학 동안만 단기 알바를 하려는 나에게 허락된 자리는 더더욱 많지 않았다. 학기가 끝날 무렵부터 부지런히 알바OO, 알바O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 열 군데쯤 지원했는데 딱 두 곳에서만 연락이 왔다. 이쯤 되면 알바 구하는 것보다 별 따는 게 쉬우려나.
낮엔 대형 마트 청과 코너에서 채소를 팔고, 밤엔 편의점에서 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일이 구해지는 대로 단기 알바도 했다. 내가 피곤한 만큼 통장엔 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뿌듯했냐고? 야간 알바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잠깐 핸드폰을 열면 그 속엔 여행을 갔거나 맛집에서 웃는 사진을 올린 동기들이나 친구들 모습이 있었다. 그렇게 밤마다 뿌듯함의 자리를 금세 억울함과 원망스러움이 빼앗아 갔다.

 

#3. 대학 들어가면 방학 숙제는 없을 줄 알았는데…
알바를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고 싶었다. 피로가 턱 아래까지 차오른 내가 좀 뒹굴 거린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휴식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친구들 태반이 방학 내내 영어 학원에 다니고, 스펙용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주일에 한 개씩 자격증을 딴다는 친구도 있었다.
잠시라도 쉬려고 들면 이런 소식들이 나를 채찍질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동기들을 보면 쉬는 것마저 죄책감이 들었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쉬고 싶어 하는 몸을 일으켜 꾸역꾸역 토익 문제집을 풀고 인강도 챙겨 들었다. 어렸을 땐 대학만 들어가면 방학 숙제 따윈 없을 줄 알았는데. 모든 순간이 다 숙제처럼 풀기 어렵고 나를 지치게만 한다.
곧 개강이다. 놀지도, 쉬지도 못한 내 방학이 끝나간다. 이런 날 보고 가끔 “그 나이 때는 마음껏 놀아!”라며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애써 웃어넘기지만 씁쓸하다. 맘껏 놀 수 없는 청춘은 청춘도 아닌 건가. 나 말고 다른 동기들도 놀 수 없는 개강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개강에 숨고 싶다.

 

개강보다 방학이 더 힘든 20대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했습니다.


[899호 – 20’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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