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놀라도 괜찮아요

 

세상은 우리에게 “잘하는 것 열심히 하라”고 권한다. 못 하는 것 계속 하다간 마음에 스크래치만 생기니까. 가수 장수원은 못 하는 일도 재밌게 한다. ‘발연기’, ‘로봇 연기’라는 놀림에도 흔들림이 없다. 그는 지금도 도전한다. 사극 연기, 모험(정글의 법칙), 음반, 그리고 사업 등등.

 

장수원에게 물었다. 못 하는 걸 꾸준히 못(!) 하면서 재미있게 잘 사는 법.

 

결과가 좋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진짜 고마운 복이고 운이죠.

 

얼마 전 SBS <정글의 법칙> 촬영차 인도차이나에 다녀왔죠. 힘들진 않았어요?
힘들었죠.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먹는 게 제일 문제였는데, (연출진이) 진짜 아무 음식도 안 주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파파야 샐러드는 정말 맛있었고, 레이먼 형이 카레가루와 생선 살로 해준 음식이 진짜 맛있었죠. 쥐 고기도 먹었어요. 쥐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맛있진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치킨 같은 느낌?

 

요즘 TV에서 자주 보여요. 특히 KBS <사랑과 전쟁>에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는 대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죠. 물론 처음에는 ‘발연기’라거나 ‘로봇 연기’라는 등, 악성 댓글로 시작됐지만요. 예능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는데, 처음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안 좋았죠. 제가 악플이나 댓글을 원래 잘 안 봐요. 하지만 주변에서 나오는 말이나 기사 중에 안 좋은 얘기들이 있었잖아요. 주변에서도 지금이야 좋게 얘기해주시고 재밌었다고 하지만, 처음엔 다들 어처구니없어했던 것 같아요.

 

다시 그때를 떠올리게 해서 죄송하지만, 문제의 그 대사는 어떤 감정을 담아서 연기해야 했던 부분이었어요?
하하. 상대방을 걱정하며 말해야 하는 대사였겠죠.(웃음) 그런데 저는 걱정을 별로 안 했던 것이고, 그래서 무덤덤한 느낌의 대사가 나왔던 것 같아요. 몰입을 못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는데, 대중의 반응이 뜻밖이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제 나름대로 노력도 했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물이…. 좋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이렇게 나쁠 줄은 몰랐어요. 물론 준비가 덜 됐고,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아요. 만약 제가 연기를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왔다면 더 많이 힘들고 좌절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연기 분야에선 준비도 짧았고, 현장에선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부족했던 게 사실이죠. 노래만 하던 사람이 준비 덜 된 상태에서 덥석 기회를 물었던, 좋지 않은 사례예요.

 

좋은 반응도 많아요.
결과물만 놓고 보면 좋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결과가 좋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진짜 고마운 복이고 운이죠.

 

잘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과 무언의 희망.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도 그런 것들을 저버리지 않았어요.

 

“젝스키스 활동이 로봇 연기의 시초였다”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그랬었나? 기억이 안 나요.

 

그렇다면 ‘로봇 연기’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TV에서 봤거든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된다. 마음을 급하게 먹어야 한다”고. 정말인가요?
예능 식으로 얘기했죠.(웃음) 불안한 마음이나 익숙지 않은 현장 분위기에서 ‘로봇 연기’가 더 잘 나온다는 뜻이었어요. 어색하고 낯설면 조금은 위축되니까요.

 

지금 제가 그런 불안함을 드리지 않길 바랍니다.

아~ 괜찮아, 괜찮아! 전혀 아니에요.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사석에서도 어색한 느낌을 주곤 하나요? <사랑과 전쟁>의 고찬수 PD가 이렇게 말했다던데요. “평소 쓸쓸한 느낌의 풀 샷을 좋아하는데, 장수원은 먼 산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는 모습조차 어색하더라”고.

방송과 사석에서의 모습이 크게 차이는 없어요. 조용하고 차분한 건 똑같아요. 단지 사석에서는 조금 더 활발해지죠.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편안하게 농담을 주고받아요.

 

가수에서 연기로 활동 분야를 넓혔는데, 언제부터 연기를 생각했어요?
연기를 염두에 둔 적은 전혀 없어요. 연기는 제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연기하시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고, 어쩜 저렇게 잘할까 대단해 보여요. 따지고 보면 가수도 제 성격에 완전히 들어맞는다고 할 순 없겠지만,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익숙해졌죠.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들여 하다보면 몸에 익숙해질 날이 오겠죠.

 

성격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니…… 가수로서의 모습을 줄곧 봐온 저로서는 의외네요.
노래를 좋아해요. 하지만 스스로 크게 재능이 있다거나, 딱 맞는 옷이라고 느끼진 못했어요. 젝스키스로 활동할 땐 혼자 했던 게 아니었어요. 여섯 명이서 함께했고, 그 속에 묻어가는 경우도 있었죠. 혼자였다면 제 부족한 부분이 다 드러났을 텐데, 그룹에선 저의 부족한 부분을 멤버들이 보완해주니까요.

 

그렇다면 가수를 그만두고 싶던 적은 없어요?
있었죠. 안 하려고 했던 적도 있고, 쉴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도 일이 어떻게 됐는지 계속 활동하고 있네요.

 

그룹으로 활동할 때와 혼자 활동할 때는 에너지 소모량이 다를 것 같아요. 아깐 “여럿이서 활동했기 때문에 잘 견딜 수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지금은 주로 혼자 활동하시잖아요.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처음엔 조금 힘들었죠. 6명으로 활동하다가 2명이서 제이워크(J-Walk)로 활동했어요. 그러다가 혼자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 게 지난해부터였죠. 처음엔 다 낯설고 불편했어요.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없고, 혼자 이겨내야 했거든요. 매번 가는 방송국이었지만 혼자 갈 땐 마음이 달랐어요. 익숙해지니까 괜찮아요. 지금은 딱히 힘들거나 불편한 부분은 없어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던 방법이라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린다는 말인가요?
잘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과 무언의 희망.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도 그런 것들을 저버리지 않았어요.

 

실력이 있거나 잘해서 버텼기보단, 한 길을 묵묵히 견뎌내서 지금까지 왔어요.

 

젝스키스의 막내였던 장수원. 이젠 드라마 <미생물>이나 예능 <라디오스타>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됐어요. 책임감이 들 것 같은데, 막내 시절과 지금,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졌어요?
젝스키스 땐 정말 별것 안 했어요. 물론 무대에선 열심히 했죠. 하지만 예능에선 구석에 있거나, 시켜도 잘 안 했고.(웃음) 지금은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 볼 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무대에 오르고 싶진 않았나요?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젝스키스 멤버들과 저희를 좋아해주던 팬이 함께 모여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어요.

 

젝스키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죠? TV에 함께 나올 수도 있고. 하지만 현재로선 여섯이서 한 무대에 서기란 어려울 것 같아요. 이쪽(연예계)에 생각이 없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젝스키스 때의 최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면 기분이 어떠세요?
전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예요.(웃음)

 

앗! 이건 마지막 질문으로 아껴두고 있었는데…. ‘장수원씨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는지.
하하! 솔직히 젝스키스로 활동할 때가 최전성기는 맞죠. 하지만 스스로 이뤄냈다는 기분, 그리고 뿌듯한 마음은 지금이 더 커요. 예전에야 무대에 오르면 당연히 1위를 했고, 사람들이 “최고다”, “좋다”고 해주니까 지금처럼 큰 감동은 없던 것 같아요. 그땐 장수원 한 사람이 인기 있던 게 아니라, 그룹 전체가 인기 있었으니까요.

 

19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 중에 지금까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은 많지 않아요. 현재까지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참아내는 것? 실력이 있거나 잘해서 버텼기보단, 한 길을 묵묵히 견뎌내서 지금까지 왔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인기는 거품과도 같다”고, “인기에 초연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한편으론 “오래 가고 싶다”고도 했고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수원씨에게 연예계는 어떤 곳인가요? 벗어날 수 없는 곳? 아니면 당신의 인생과도 같은 곳?
인기가 많은 동시에 오래가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인기가 사라지는 것도 느꼈고요. 그러니까 인기는 따라와주면 좋은 거고, 안 오면 별수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오래 하고 싶다는 뜻에서 그렇게 얘기했어요. 연예인으로 계속 살아갈 거라면, 인기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이 좋을 거예요. 인기에 의지하면 스트레스가 많아져요.

 

인기에 의존하면 견디기 힘들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무엇이 수원씨를 연예인으로 살아가게 하나요?
예전에는 팬들의 반응이었죠. “젝스키스 노래 좋다!”, “기다렸다”, “앨범 언제 나오냐” 등등. 하지만 지금은 제가 한 말에 웃어주시고, 저를 보면 반갑게 좋아해주시고. 그런 부분들이 즐겁고 재미있어요.

 

현재 사업과 연기를 병행하고 계세요. 곧이어 음반을 낼 예정이고요. 궁극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지금은 예능이나 연기를 살짝 맛만 본 단계예요. 무엇이 가장 나은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지금은 분야를 가리면서 할 때는 아닌 것 같고. 두루두루 해보면서 제가 재밌어하고 제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싶어요.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Photographer 박경섭 Studio Zip
Reporter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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