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어색한 사람

어렸을 때부터 몸을 쓰는 일에는 젬병이었다. 분명 내 몸뚱이에 달린 팔과 다리인데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색한 내 몸의 형태를 마주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남이 찍어준 내 사진을 확인할 때라든가.(한숨) 혹은 카페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우연히 눈에 들어올 때.(깊은 한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하는 행동마다 어색해서 웃음거리가 되는 캐릭터가 종종 나온다. “너는 왜 걷는 것도 어색하냐! 와하하.” 그것을 발견한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그를 놀리기 시작하고 이후부터는 그 사람이 물을 마시든 세수를 하든 우스꽝스러운 배경음악이 기본으로 깔린다. 그런 장면에서 나는 맘 편히 웃지 못했다. 놀림 받는 쪽에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이다.

 

내가 뭘 해도 어색한 캐릭터라는 걸 들킬까봐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고 난 다음이면 왠지 모를 찝찝함에 입맛이 썼다. ‘나 방금 너무 어정쩡하게 서 있지 않았나?’ 나와 다르게 뭘 해도 폼이 나는 애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런 몸짓은 타고나는 걸까.’ 그리고 얼마 전에야 내가 뭔가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타고난 게 아니라 연습한 거예요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덕분에 몸을 잘 활용(!)하는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 우리 잡지의 화보는 기본적으로 ‘대학생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내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은 “카메라 의식하지 마세요. 그냥 집에 혼자 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계시면 돼요.”다. 사실 무리한 요구라는 걸 잘 알기에 말하면서도 머쓱하다. 아니, 카메라가 있는데 어떻게 의식을 안 해.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이 무리한 요구를 놀라울 정도로 잘 소화한다. ‘주말에 과자 먹으면서 널브러져 있는 느낌’을 주문하면 몇 번 몸을 들썩거린 후에 딱 그 상황에 맞는 자세를 취한다. 과자를 집는 손의 모양과 다리의 각도, 나른한 표정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이런 친구들의 특징은 카메라 앞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몸짓도 멋있다는 거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도 태가 나는 멋쟁이랄까.

 

 

최근에 진행한 촬영에서도 그런 멋쟁이를 만났다. 촬영 중간 잠시 쉬어 가는 시간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인데도, 당장 셔터를 눌러도 될 정도로 완벽한 자세를 유지하는 친구였다. 에디터로서가 아니라 뭘 해도 어색한 게 고민인 사람으로서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어쩜 그렇게 자세가 자연스러워요? 그런 멋은 타고나는 건가요?”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엄청 열심히 연습해요.”

아! 연습을 하는구나. 무심한 듯 시크한 자세나 표정을 연출하기 위해 맹연습을 해야 하다니. 어쩐지 모순적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모델이니까.

그때 옆에 있던 동료가 말했다.

“예전에 저도 졸업사진 보고 충격받아서 웃는 표정 연습한 적 있어요. 예쁜 척하느라고 한 건데 썩은 미소를 짓고 있더라고요.”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또 다른 동료도 덧붙였다.

“저는 사실 혼자서 리듬 타는 연습 해봤어요. 자연스럽게 몸 흔드는 게 어려워서”

 

헐. 뭐야. 다들 이런 것까지 연습하고 있는 거였어? 모델도 아닌데?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다. 왜 나한텐 아무도 안 알려줬죠? 어쩐지! 자연스러운 사람들 속에서 내 모습만 유독 부자연스러워 보이더라니. 연습을 안 해서 그런 거였어?

 

재능까지 갈 것도 없는 일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뭐 하나 끈질기게 연습해본 적이 없었다. 조금 어렵거나 힘들면 재능 탓을 했다. 춤사위가 어색하면 춤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 ‘끼 없이 태어난 게 죄’라고 생각해버렸다. 수학 교과서에 어려운 도형 문제가 나오면 공간지각 능력이 부족한 탓을, 뜀틀 넘기에 실패하면 운동신경이 없는 탓을, 단소에서 소리가 안 나면 음악적 재능을 탓하며 지레 포기했다. 능숙한 사람들을 보며 ‘쟤들은 타고나서 좋겠다’고 부러워만 했는데. 어째서 그들이 타고났다고 확신했는지 모르겠다. 실은 재능까지 갈 것도 없는 일들이었는데. 그냥 연습 몇 번 더 하면 됐을 텐데.

 

고백 하나 하자면, 두 달 전까지 왼쪽과 오른쪽을 민첩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엉거주춤 연필을 쥐어보고 나서야 ‘아, 이쪽이 오른쪽’ 하고 느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사거리에만 서면 눈앞이 캄캄해져 길을 잃었다. 이제껏 그게 다 방향감각이 없는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연습을 안 한 거였다.

 

이렇게 계속 무능력한 채로 살 수 없었다. 그리하여 세 살도 아닌 서른 살에 왼쪽 오른쪽 구분하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자꾸 해보니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운전면허 따기까지 도전했다. 학원에는 스물을 갓 넘긴 것처럼 보이는 앳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시절 나는 ‘좌회전, 우회전도 구분 못 하는데. 운전은 무슨!’ 자조하며 술이나 마시고 있었는데. 너희는 참 용감하구나. 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며 학원에 다녔다. 수업이 끝나면 애인 차에 ‘도로 주행 연습’이라고 써 붙이고 나머지 공부를 했다. 새벽 세 시가 되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매달린 결과 두 달 만에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게 됐다. 그게 뭐라고 눈물까지 나던지. 머지않은 미래에 적어도 일 인분은 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여서 더 기뻤던 것 같다. 물론 남들 다 할 때 연습하지 않은 탓에, 터득하지 못한 기본기들이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있긴 하지만. 좀 많이 늦긴 했지만. 어쩌겠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연습해봐야지.

 


[900호 –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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