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사는 건 힙한 게 아니야

 

취준생 시절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완성한 자소서를 제출 직전 날려버린 것도, 꼭 가고 싶었던 회사의 최종 면접에서 덜덜 떨기만 하다 면접장을 나온 것도 아니다(물론 가끔씩 그때가 떠오르면 이불킥은 하지만). 그보단 길고 긴 취준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점이 가장 후회된다.

 

취업이 간절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건물주의 외동딸도 아닌데, 아무렴.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건 일종의 ‘실드’ 같은 거였다.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OO 전형에서 탈락하셨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 그 타격이 너무 클까봐, 그래서 마지막 변명으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라도 남겨놓아야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열심히 했는데도 떨어졌어.’보단 ‘난 이번에 열심히 안했어.’라고 말하는 편을 택한 거다. 비참해지느니 그러는 게 쿨해 보일 거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렇게 ‘열심’ 대신 ‘쿨함’을 선택한 대가로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취준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5년이나 지난 취준 시절 얘길 꺼내는 이유는, 요즘 들어 부쩍 그때의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자’ 대신 ‘대충 살자’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고, ‘노력’을 ‘노오력’이라고 희화화하며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을 비웃는 사람들. 한술 더 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오버’나 ‘오글거리는 일’로 규정해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5년 전의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듯, 열심히 사는 걸 힙하지 않은 태도로 생각해버리는 게 요즘의 트렌드가 된 것만 같다.

 

 

유노윤호 함부로 비웃지 마라

 

이런 시류 속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종종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노윤호’다.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이라는 명언(!)을 남겼을 정도로 열정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는 몇 달 전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유노윤호는 자신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습관처럼 춤을 (매우 열심히) 따라 췄다. 매일 하는, 일종의 ‘모닝 루틴’인 모양이었다.

 

그 장면이 나온 순간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반응은 ‘왜 저래?’였다. 모두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했고, 편집은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 해당 부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여줬다. 유노윤호는 머쓱한 표정으로 “저도 저 정도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고백건대, 사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나도 빵 터졌었다. 무대도 아닌 집 거실에서, 힘을 잔뜩 주고 한 동작 한 동작 정성스레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이 오글거린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게 유노윤호를 보고 빵 터질 자격이 있을까…?

 

한때 열심히 사는 것을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열정을 ‘오버’로 치부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생각하며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용기였다. 실패를 방패 삼을 변명거리나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지 않는 편을 택했던 내가, 유노윤호를 오글거린다고 비웃는 게 더 우스운 일처럼 느껴졌다.

 

 

뼈 좀 맞더라도 제대로 된 조언이 필요한 때

 

주제도 모르고 유노윤호 님을 보며 낄낄댔던 과거를 반성하며, 오랜만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벌레는 대충!”이란 말도 그동안은 웃어넘겼었는데…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됐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게 쿨한 거라 여겼던 5년 전의 나에게 누군가 이런 말을 해줬더라면 취준의 늪을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해도 괜찮아’ 식의 위로나 ‘대충 살자’ 같은 꿀 발린 말이 아닌, 뼈 좀 맞더라도 나를 독려해줄 수 있는 그런 말들 말이다.

 

물론 살다 보면 ‘~해도 괜찮아’ 류의 힐링 서적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대충 살자’라는 말을 빌려서라도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도 있다. 그러나 취준생 시절 이미 대충 살다 망해본 유경험자(?)로서 한마디 하자면, 이런 말들은 결국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오히려 ‘될 대로 돼라!’며 나를 포기하게 만들고, 나아가 스스로를 자조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대충 사는 바람에 얻게 된 형편없는 결과물들을 보며 자책하게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5년 전의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쿨한 척하며 대충 사는 대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물론 열심히 했음에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조금 지질해 보이더라도 최선을 다한 스스로를 위해 엉엉 울어도 괜찮다. 노력했는데도 실패했다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달콤한 위로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려운 주문처럼 들리겠지만,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유노윤호만큼(은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당당하게 여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상은 여러분보다 5년 정도 더 살아본 어느 꼰대의 후회록이었다.


[900호 –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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