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의대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서민 교수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MBC <컬투의 베란다쇼>에 패널로 출연해 자주 구박당하면서도 수줍은 듯 할 말은 다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기생충이 해롭지 않다’는 과격한(?) 주장을 펼치기도 하며, 이야기 중에는 항상 자신이 못생겼다는 것을 언급해 웃음을 준다. 뿐만 아니다. 반어적이고 유머러스한 글을 써 화제가 되기도 한다.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이순신을 보다’ 같은 제목의 칼럼은 고도의 풍자로 웃픈 현실을 비판한다. 그를 만나러 천안으로 찾아갔다.

 

헌혈을 일 년에 서른 번씩 하고 그랬어요. 강박적으로. 이거라도 도움이 되자, 하고.

 

나는 못생긴 사람

 

하도 못생겼다고 하셔서 실제로 뵈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그렇게 못생기진 않았는데요?

제가 못생긴건 두루두루 인정받은 사실이에요. 보다보면 낯이 익으니까 놀라진 않게 되는 것 뿐이죠.

 

왜 자꾸 본인이 못생겼다고 강조하세요?

외모가 제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쳤어요. 성격도 그렇고. 외모가 제 인생을 날려먹은 기분이 들어서 억울하기도 하고요. 자꾸 외모 얘길 하는 건 아직도 분이 안 풀려서 그래요.

 

대신 성격도 좋으시고, 의대 교수가 될 정도로 공부도 잘 하셨잖아요.

이 얼굴로는 성격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죠. 좋은 사람이라는 포지션이라도 가져야지. 잘생겼으면 친절한 사람이 안됐을 거예요. 하도 못생겼다는 소리를 들으니 서른 전에는 거울도 안 보고 사진도 안 찍고 그랬어요. 전 항상 무서웠어요.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죠. 세상에 일절 도움이 안되는 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헌혈을 일 년에 서른 번씩 하고 그랬어요. 강박적으로. 이거라도 도움이 되자, 하고.

 

서민 교수의 아버지는 그를 미워했다. 못생기고 소심하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그를 자주 때렸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못생긴 애’라고 불렀다. 틱 장애가 왔고, 스스로 ‘난 쓰레기야’라고 생각했다. 서민 교수는 자기처럼 못생긴 애가 나올까봐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그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 건 유머를 키우면서부터. 인기 있는 사람들을 보니 유머가 있었다. 얼굴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웃기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봐줄 것 같았다. 강박적으로 유머를 익히기 시작했다. 유머는 약자의 무기다. 그는 웃음 뒤에 숨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법을 배웠다. 또 하나 가진 무기는 공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작정하고 공부해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사람 몸도 다양한 세균이 같이 사는 곳이에요. 기생충을 유독 나쁘게 볼 필요는 없어요.

 

닮은꼴 기생충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후에 기생충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의대 방송반 시절에 웃기고 싶어서 ‘킬리만자로의 회충’이라는 대본을 썼어요. 그걸 본 지도교수님이 저한테 기생충학을 전공해보지 않겠냐고 제안 하셨죠. 기생충 연구를 하면 저한테 안 맞는 의사 생활 말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기생충에 대한 변명을 많이 하시죠. 정말 그렇게 기생충이 별로 해롭지 않나요?

사람들은 기생충에 거부감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기생충은 숙주가 잘 살아야 자기도 잘 산다는 걸 아는 애들이에요. 숨어있으면서 먹을 만큼만 먹죠. 바이러스는 목적이 숙주를 파괴하는 거지만 기생충은 공생이 목표라고요. 지구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듯이 사람 몸도 다양한 세균이 같이 사는 곳이에요. 기생충을 유독 나쁘게 볼 필요는 없어요.

 

그런 내용을 『기생충의 변명』이라는 책으로 묶어 내기도 하셨죠.

책에서 기생충이 실제로는 큰 해가 없다고 했더니 다른 교수님이 화를 내시더라고요. 해롭다고 해야지 우리 밥줄이 안 끊긴다고.(웃음) 그리고 기생충은 사람보다 나아요. 기생충은 싸우다 죽었단 얘기가 없어요. 한 마리가 있든 백마리가 있든 사이좋게 잘 있거든요. 얘들은 워낙 소식하는데다 숙주가 굶주리면 같이 굶지 먼저 먹으려고 안해요. 평화롭고 착한 애들이죠.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서민 교수는 ‘남들이 안하는 기생충을 열심히 공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의 책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기생충열전』 『기생충의 변명』에서도 기생충에 대한 애정을 엿 볼 수 있다. 평생 비주류였던 그가 선택한 전공조차 그답다고 했더니 외모 때문에 받아도 되지 않을 불이익을 많이 받는 기생충에게 감정이입이 된단다. 그래서 어쩐지 기생충학 교수 중에는 잘생긴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그는 웃는다. “저는 모임을 하면 항상 구석에 앉아있는 쪽이었기 때문에 저처럼 소외되는 것들을 보면 꼭 같이 놀아주고 싶어요.” 그는 또 고등학교와 지방 쪽으로도 내려가 기생충에 대한 강의를 자주 한다. 학문은 전문가끼리 공유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중을 위하여

 

방송도 하시고, 대중 강연도 많이 하시고 확실히 ‘교수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멉니다. 교수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으시죠?

교수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게 좋아요. 실제로도 권위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주변에 교수님들 보면 조교 선생님들한테 의존을 많이 하거든요. 저는 일부러 개인적인 일을 거의 안 시켜요. 제가 못생겼으니까 마흔 살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을 안 좋아하는데 동안인 건 좀 이거랑 관련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 한번은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학생이냔 말도 들어봤어요. 8년 전이긴 하지만요.

 

요즘은 KBS 라디오 ‘황금사과’에도 고정으로 출연하고 계신데요.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그 라디오는 대본을 자기가 직접 쓰거든요. 저 열심히 해요. 주제는 제가 궁금한 것들로 짭니다. 조선왕들의 사인(死因)이 뭘까, 입 냄새와 발냄새의 과학, 육감을 믿으면 정말 위기를 피할 수 있나, 이런 거죠. 재밌고 유익하겠지요? 기본적으로 저도 재미없는 이야기, 저도 모르는 이야기는 잘 안하려고 합니다.

 

그는 최근 대중적인 의학 책 시리즈를 동료 의사들과 준비하고 있다. 우선은 소아과와 산부인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데, 책의 내용은 모두 대중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한국 병원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환자이자 소비자인 국민들의 병에 대한 상식이 깊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항생제에 대한 진실, 산부인과에 대한 여성들의 오해 같은 주제들을 각각의 전공 의사와 함께 쓰는 중이다. 잘못된 지식이 범람하는 것들을 두 고 볼 수 없었다는 그는, 대중이 먼저 똑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삶은 자기가 사는 거예요.

 

다 같이 살자

 

교수님으로서 후배이자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세요?

한국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많이 망가졌어요. 그 이후로 젊은이들의 목표가 공무원과 취업이 됐죠. 의대에서도 해부학 같은 기초의학을 하려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기생충학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목표가 개업의예요. 요즘 들어 무력감을 많이 느낍니다. 답답하죠. 다들 생존하는 게 목표가 됐는데, 기생충처럼 다 같이 살아남아야죠. 운 좋게 혼자라도 잘 되자는 차원이면 안돼요. 다 같이 잘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실에 순응하지 말고 사람들이 좀 모여야죠. 모여서 서로 공감하고, 나가서는 바꾸라고 해야죠.

 

교수님의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대학 생활은 삭막했어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인턴을 하려면 100등 안에 들어야한다는데 백등 안에 못 들었어요. 가뜩이나 삶에 대한 의욕도 별로 없는데 혼자 헤쳐나가려니까 괴로웠죠. 물론 의대생이니까 특권층이라면 특권층이겠죠. 적어도 취업 걱정은 없으니까. 그래도 그 당시에는 특권이 있는 걸 체감 잘 못했어요. 그저 무섭다는 생각뿐이었죠.

 

지금은 어떠세요?

제가 글을 쓰면 댓글에 못생겼다는 말이 많이 달리는데 그건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못해요. 못생긴 걸 인정하는 사람한테 못생겼다는 건 더 이상 욕이 아니거든요. 저 요즘은 정말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꿈을 계속 갖고 있었으니까 결국 살아남은 것 같아요. 저는 ‘적령기’라는 말을 싫어하는데요. 삶에는 정형화된 방식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결혼하는 시기가 있다, 결혼하면 애를 낳아야 한다, 이런 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삶은 자기가 사는 거예요.

 

서민 교수는 자신처럼 외모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그는 겉으로 좋아 보이는 사람도 알게 모르게 상처가 있으며 그 상처를 서로 이해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말과 풍자적인 글로 웃음을 주는 엔터테이너자이자,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전공 자들의 세상에서 대중을 위한 통역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 남들이 볼 때 별 것 아닌 거라도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잘살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지금 꿈은 1년에 열편 정도씩 꾸준히 논문을 쓰기로 한 계획을 지키며 강의 평가도 잘 받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Editor 정문정 moon@univ.me
Photographer 박경섭 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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