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별로면 네가 그만두던가!

 

“이 일 대체 왜 하려고 해요?”
취준생 시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이거였다. 이따금씩 내가 취업을 희망하는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배들은 손을 휘휘 저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일 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같은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선배는 스물서너 살밖에 안 된 내게 이 일 하다가 나중에 때려치우고 다른 일 하려고 해도 할 게 없다, 그러니 이 업계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는 무서운 말까지 했었다.

 

그들 눈 밑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던 다크서클을 보면 영 빈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당시의 난 그런 말을 하는 선배들이 참 미웠다. 취준생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꿈꾸는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앉아있으면서 거만하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렇게 별로면 네가 그만두던가, 라는 말이 목구멍 근처까지 올라오곤 했다. 물론 소심한 내 자아가 목구멍 근처로 손을 뻗어 그 말을 도로 배 속 깊숙이 끌어당기긴 했지만.

 

그땐 선배들이 나를 뜯어말리는 기저에 ‘잘난 척’이 깔려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자리를 동경하는 날 보고 우쭐한 맘에 ‘에이~ 이거 별거 아니야’라며 괜히 장점도 단점으로 포장해서 얘기해버리는 거라고.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면 선배들 욕을 한참 해댔다. “지는 아직도 그 일 하고 있으면서 왜 나만 하지 말래? 웃겨, 진짜!” 뾰로통한 얼굴로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뒤 콧김을 씩씩거리면서.

 

내가 싫어했던 모습의 선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후배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후배에게 잡지는 미래가 없다, 마감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쓸데없는 생각 말고 얼른 대기업 인적성이나 공부해라….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일 대체 왜 하려고 해요?’를 시전하고 있는 나를.

 

선배가 되어 보니, 예전 나의 선배들이 〈쇼 미 더 머니〉에 나온 래퍼에 빙의한 것처럼 자기 직업을 누구보다 신랄하게 디스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미안하게도 그건 진심이었다! 나 역시 실제로 잡지를 보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고, 마감이 고된 건 사실이니까, 유경험자로서 후배들에게 업계 상황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아끼는 후배들이 힘들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에디터로 살아온 고된(?) N년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취준생 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될까? 고민해봤는데,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아마도 난 다시 에디터를 하고 있을 것 같았다. 마감 때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빨개진 눈으로 기사를 쓰고 있겠지. 왜냐고? 분명히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하니까. 취재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그걸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도 좋으니까.

 

사실 알고 있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많은데… 고작 몇 년 해봤다고, 나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고 이 일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극대화되어 보이는 거라는 걸. 원래 뭐든 익숙해지면 감사하기보단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어 투정 부리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그렇게 어느덧 나는 내가 제일 싫어했던 모습의 선배가 되어 있었다.

 

나에게 익숙한 일상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

 

못난 선배의 말에 취준생 시절 나처럼 상처받고 기분 나빴을 후배들에게 지면을 빌려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그 친구들도 겉으론 웃어 보였지만 속으론 아마 ‘그렇게 별로면 네가 그만두던가’라고 생각했겠지…. 내 일이 나에겐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고 해서, 그걸 깎아내리는 게 누군가에겐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았다.

 

이 일을 하고 싶은데도 하지 못하는 사람과, 앞으로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배부른 소리처럼 들렸을 테다. 따지고 보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들보다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인데, 나에게 그에 대해 함부로 말할 자격이 있을까.

 

돌이켜 보면 평소에도 “이 일 왜 하려고 해요?” 식의 어법이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우리 과 왜 오려고 해? 이 회사 왜 지원하려고 해? 결혼 왜 하려고 해? 등등. 인생의 과업 앞에 고민하는 초년생들이 아직 출발선도 넘기 전에 선을 그어버리는 말들. 이미 겪어본 자의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이런 말들은 시작을 앞둔 사람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게 아닐까. 때론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생채기를 남기기도 하고 말이다.

 

나에게 익숙하고 빛바랜 일상이라고 해서 남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기. 그리고 내 경험만을 토대로 남들의 사기를 꺾는 조언은 하지 않기. 후배와 (아직은 초짜인) 선배, 두 위치를 모두 겪어보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이 일 대체 왜 하려고 해요?’의 답은 결국 하나다. 해봐야 알죠! 그리고 진짜 해본 결과는 각자 다를 것이고.

 

앞으로 나에게 에디터가 되고 싶다고, 에디터 하면 어떠냐고 묻는 후배가 있다면 섣부른 조언 따윈 하지 말아야지. 내가 지금 있는 자리가 누군가 꿈꾸는 자리일 수 있겠구나, 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나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을 깎아내리지 말아야겠다.


[906호 –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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