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며칠 묵으면서 신기한 능력이 생겼다.

 

굳이 “제주도 자주 오시나 봐요?” 라고 묻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제주를 찾는 여행자를 구분해 내는 기술. 그런 사람들은 뭐랄까… 아쉬운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특정 장소에 대해 과한 찬양도 하지 않는다. 날씨에도 큰 관심이 없다. “오늘 못 보면 내일 보면 되고,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또 오면 되고.” 식의 태도. 오늘 어디로 갈지는 조식으로 나온 빵에 쨈을 바르며 생각하는 듯 보인 달까.

 

그런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밀 장소 5곳을 추천받았다. 참고로 이 장소들을 추천한 모두가 약속이나 하듯 같은 말을 덧붙였다는 것을 밝힌다.

 

“시시할 수도 있는데 저는 좋아하는 곳이에요…”

 

 

1. 바다의 시간이 흐르는 곳, 조천리

 

 

조천리는 집과 바다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해수욕하러 온 사람들로 붐비는 옆 동네 함덕과는 달리 휴가철에도 조용하다. 사람의 시간이 아니라 바다의 시간이 흐르는 곳. 조천리의 하루는 돌담 너머 바닷길이 2번 열리고 닫혀야 끝난다.

 

 

마을의 한가운데는 땅에 고인 빗물이 바위틈으로 솟아나 이룬 용천수 샘이 있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노천 목욕탕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30초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물에서 참방대다 보면 습한 기운에 찌푸렸던 얼굴이 금세 말끔해진다.

 

 

낮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슬슬 배가 고파 질 때쯤, 신촌리에 있는 보리빵집 ‘덕인당’으로 가보시라. 가게 밖까지 보리 냄새가 진하게 나는 이곳은 올해로 43년째 운영 중이라고. 달지 않은 팥보리빵(700원)과 쑥빵(500원)이 헛헛한 속을 기분 좋게 채워 줄 것이다.

 

 

만약 뜨거운 햇볕을 벗어나 푹 쉬고 싶다면 옆 동네 선흘리에 있는 ‘카페세바’로 가면 된다. ‘카페세바’가 얼마나 좋은지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 가능하다.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다 스르르 잠들 수 있다니. 아마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여유는 여기 숨어 있었나 보다. ‘카페세바’ 연락처는 070-4213-1268.

 

조천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2.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화순 곶자왈

 

 

“내일 비 오면 화순 곶자왈에 가 보세요. 비 올 때 가야 더 좋아요.”

 

게스트하우스에 함께 묵었던 친구에게 화순 곶자왈을 추천받았다. 그곳은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꽤 먼 곳에 있다. 한참을 달리다, “어? 길 한가운데 왠 소가 있지?” 라고 생각되면 도착이다.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으로, 제주도 곳곳에 있다.

 

 

그 중 화순 곶자왈이 특별한 점은 방목해 키우는 소를 매우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 평소 소를 제대로 본 적 없는 사람은 조금 놀랄지도 모른다. 소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몸집이 크고, 울음소리도 우렁차기 때문. 옅은 안개가 겹겹이 쌓인 숲을 걷다 소를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잠시 옆으로 비켜 서면 된다.

 

화순 곶자왈은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계속될 질 좋은 평화가 존재하는 숲이다.

 

화순 곶자왈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3. 게으름뱅이들을 위하여, 아부오름

 

 

여행은 좋아하지만 게으른 사람. 저질 체력이라 산에 오르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 사람. 아부오름(앞오름)은 그런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곳이다.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참고로 오르기 어렵기로 소문난 ‘다랑쉬오름’은 정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림) 가파르지 않아 샌들을 신고도 산책 삼아 오를 수 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좋은 곳. 사방이 오름으로 둘러싸인 정상엔 아무도 쓰지 않은 듯 맑은 공기가 가득하다.

 

아부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64-1

 

 

4. 그냥 좋은 동네, 고산리

 

 

“제주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요?”라고 물으면 특정한 동네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레길이 지나는 것도 아니고 바다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좋다고.

 

한 달 동안 스쿠터로 제주 일주를 한 친구는 제주에 와서 살게 된다면 고산리로 올 거라고 했다. 작고 조용한 동네지만 슈퍼, 학교, 카페, 식당 등 없는 게 없어 외지인이 와서 적응하기 좋을 것 같다나.

 

 

제주 서쪽 끝, 작고 조용한 마을 고산리는 더 예쁜 곳 더 멋진 곳을 찾던 꼬꼬마 여행자가 찾은 그냥 좋은 동네다.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연신 셔터를 누르던 나만 빼면, 사진 속 공간에 있는 모두가 동네 주민이었다. 렌즈 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주셨던 할아버지도, 나무 위에서 놀고 있던 아기 고양이 두 마리도.

 

 

수월봉은 고산리에서 자전거 타고 9분 거리에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수월봉 정상인 ‘고산 기상대’까지 오르면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분다. 바다 냄새와 풀 냄새가 섞인 바람. 그 바람을 샤워하듯 쐬고 있으면 땀으로 끈적해진 몸이 천천히 식는 것이 느껴진다.

 

고산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5.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에 닿다, 금능해변

 

 

한여름에 해수욕은 하고 싶은데 사람 붐비는 건 싫다는 고약한 심보. 금능해변은 그런 놀부 심보를 가진 사람도 품어 주는 좋은 바다다. 물색 곱기로 소문난 협재해변 바로 옆에 있어서 예쁘지만 협재만큼 붐비지 않는다.

 

 

금능해변을 떠나기 전에 찍은 사진. 매일 신고 다니던 샌들 모양대로 발이 까맣게 탔다. 이 못생긴 발을 볼 때마다 제주의 바다가 생각날 것 같다.

 

고운 파도가 사락사락 모래를 스치며 내던 단정한 소리.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던 코끼리 삼킨 보아뱀을 닮은 비양도.

 

금능으뜸해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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