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밥 먹을 때만 쓰는 핑프였음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직접 찾지 않고 남한테 물어보는 사람을 두고, ‘핑프’라고 하잖아. 처음에 그 말 듣고 찔려서 엄청 당황했어. 정확히 내 이야기거든. 과제 일정 제대로 안 적어둬서 친구한테 물어보는 건 기본이고, 시험 날짜나 범위도 까먹어서 한밤중에 전화를 돌리곤 했었지. 솔직히 덤벙대는 건 핑계이고, 아무 생각 없이 설렁설렁 학교 다니는 대학생의 전형이었어. 인터넷 뱅킹이나 비행기 표 예매 같은 것도 못 해서 주변 사람들이 다 해줬을 정도니까.

핑프짓 하다가 친구한테 손절당할 뻔했던 적도 있었어. 같이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내가 “나는 이런 거 잘 못 하잖아.”라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안 했거든. 결국 친구가 폭발했어. 자기도 유럽은 처음이라 공부해야 하는 건 마찬가진데, 왜 혼자 준비해야 하냐고 따지더라. 그 착한 애가 화내는 거 보고 진짜 핑프 생활 청산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간 나 챙겨줬던 친구들아,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앞으로 내가 잘할게! Y(23세)


 

 

 

알바 첫 출근하고 문자로 그만둔다고 통보함

 

방학 때 아르바이트 구하려고 이력서를 마구잡이로 뿌렸어. ‘한 곳만 걸려라’라는 생각이었지. 그중 한 곳에 합격했고 첫 출근을 했는데…, 예상보다 빡센 거야. 잘 알아보지도 않고 아무 데나 지원한 걸 후회하려는 찰나에,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어. 지금 일하는 곳보다 시급이 높더라고. 그래서 냉큼 가겠다고 했지. 원래 다니던 곳에는 그만둔다고 문자로 통보했어. 일한 지 하루 만이라 얼굴 보고 말하기 민망하더라고. 그랬더니 사장님이 정색하면서 갑자기 이러면 어쩌냐는 거야. 나 때문에 채용공고도 내리고, 면접 본 사람들도 거절했다고. 죄송한 마음은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몇 달 뒤에 내가 한 짓 그대로 당했다. 내가 일 하는 가게에 일손이 모자라서 사람을 뽑았는데, 그 애가 나랑 똑같이 문자로 통보하더라. 손님은 많지 일손은 부족하지 알바생은 안 구해지지. 결국 나만 독박쓰고 엄청 고생했어. 그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더라. 사장님께 진심으로 죄송했어. 약속한 2개월만이라도 일할걸…. 나 같은 애 때문에 대학생들이 책임감 없다고 욕먹는 걸 텐데. 개념 없이 무책임했던 과거가 너무 창피해. Y(24세)


 

 

 

문어발식 대외활동하다가 감당 못 하고 중도하차함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편이야. 그래서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왔거든. 학기 중에 대외활동 2개는 기본이고, 동아리 활동에, 공모전까지. 한때는 바쁘게 사는 내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니더라고. 욕심만으로 일을 벌여놓으니까 막상 감당이 안 되는 거야. 이를테면 동아리 모임과 대외활동 모임 날짜가 겹쳐. 아니면 대외활동 과제 제출일과 시험 기간, 동아리 공연까지 겹쳐. 내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일은 많으니까 정말 미치겠더라.

개념 없는 무임승차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더라고. 벌여놓은 일에 치여서 본의 아니게 민폐 많이 끼쳤어. 모임 당일에 못 간다고 통보하고, 자료 주기로 해놓고 잠수 타고. 결국 대외활동 하나는 수료도 못 하고 중도하차했음. 그 지옥의 학기 끝에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어. 열정이 넘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구나. 내 능력 밖의 일을 열정 하나만으로 맡으면 오히려 주변에 민폐가 되는구나. J(21세)


 

 

 

돈 빌리고 까먹은 척했음

 

다 같이 밥 먹으면 한 명이 대표로 계산하고, 1/N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나중에 보내주잖아. 그중에 늦게 보내서 욕먹는 애가 꼭 한 명씩 있고. 그게 바로 나였어. 막상 돈 보내려니까 귀찮더라고. 내가 며칠 늦게 보내도 다들 별말 안 하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알바비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끌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돈 없으면서 술자리 참석했다가 공짜로 얻어먹은 적도 많아. 돈 있는 사람이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나봐.

근데 다들 내가 “아, 맞다! 줄게” 하면서 일부러 돈을 안 갚는다는 걸 알고 있었더라. 언제부턴가 동아리 사람들이 나랑 밥 먹는 걸 피하는거야. 적은 금액이라 마음만 먹으면 빨리 갚을 수 있었는데. 너무 후회되더라. 뒤늦게 사람들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한 번 멀어진 사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더라고. 왜 경제관념 없는 걸 쿨하다고 착각했을까. 과거의 나에게 욕이라도 하고 싶네. M(22세)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는 못 들은 척 읽씹함

 

옛날부터 결정을 잘 못 내렸어. 예를 들면 친구가 “이번 주 주말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단체방에 물어보면 고민부터 하기 시작하는 거야. 막상 만나면 재밌을 것도 같은데, 또 준비해서 나갈 생각하면 귀찮고. 그 시간에 과제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한 거지. 그러다 결국 결정을 못 내리고, 그냥 못 들은 척 읽씹하곤 했어. 누가 콕 집어서 대답하라고 독촉하기 전까지는 보통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하잖아. 결정을 미루는 습관 때문에 한 번 크게 혼난 적이 있어. 교수님이 산학협력으로 인턴 자리를 제안하셨거든? 근데 내가 혼자서 고민하다가 답장을 안 했어. 그랬더니 교수님이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시더라. 다음부터는 하면 한다 못 하면 못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의사를 밝히라고. 내가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미루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이야. 스무 살 넘으면 어른이니까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창피했어. K(20세)


 

 

 

동아리 임원 맡아놓고 그만둬버림

 

새내기 때 신나서 동아리에 가입했어. 선배들이 유독 나를 예뻐해주더라고. 그러더니 2학기에는 임원 활동을 같이하자는 거야. 그땐 제안 받은 게 마냥 좋고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승낙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 많더라? 과 생활도 해야 하고, 동기들이랑도 놀고 싶은데 도통 틈이 안 나는 거야.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학기 도중에 나와버렸지. 근데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잖아. 그 ‘똥’ 팀플 조원한테 그대로 돌려받았어.

어떤 놈이 이미 역할 분배까지 다 했는데 강의를 드롭해버린 거야. 그 사람 일까지 해결하자니 죽겠더라고. 그때 동아리 생각이 나더라. 힘들 것 같으면 애초에 맡지 말걸, 이미 맡았으면 조금만 더 버틸걸. 되게 좋아했던 선배들인데 이제 염치가 없어서 연락을 못 해. 무책임은 사람을 잃게 만들더라고. 내 자리 수습하느라 고군분투했을 선배들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후회돼. P(22세)


 

 

 

지각이 일상, 모든 사람을 기다리게 함

 

나는 주변 사람 모두가 아는 ‘지각충’이었어. 언제부터 지각을 밥 먹듯이 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늦장 부리다가 ‘아슬아슬하게’ 출발하는 습관이 몸에 뱄어. 모든 약속에 10~20분은 기본으로 늦곤 했지. 나에게 일침을 날리는 친구도 있었어. 왜 항상 늦게 오냐고, 여기 모인 사람이 너 하나 때문에 밖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야겠냐면서 화를 내더라고. 솔직히 그때는 걔가 유독 까칠한 거라고 생각했어. 친구끼리 좀 기다려줄 수도 있지 유난 떤다고 여기고 넘어갔지.

근데 있잖아…, 그렇게 살다가 나 입사 면접까지 지각했다? 중요한 자리고 절대 늦으면 안 된다는 거, 머리로는 알고 있었거든? 면접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달라는 문자까지 받았단 말이야. 그런데 습관이 무섭다고. 늦장 부리다가 면접장에 10분 늦게 도착한 거야. 다행히 면접관을 만날 수는 있었는데, 마지막에 한마디 하시더라고. 사회생활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면접에도 늦게 오신 분을 신뢰할 수는 없을 것 같대. 맞는 말이라서 대답도 못 하고 얼굴만 벌개져서 나왔어. 얘들아, 지각하지 마. 나처럼 된다. P(26세)


 

 

 

헤어지자고 말 못 해서 잠수 이별함

 

나는 갈등은 무조건 피하고 보는 사람이야. 연애하면서도 그냥 져주고, 친구가 억지를 부려도 웬만하면 넘어가는 편이야. 좋게 말하면 평화주의자지. 실제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았어. 근데 아니더라. 2년 사귄 애인한테 카톡으로 이별 통보한 쓰레기가 바로 나거든. 사람들이 카톡 이별이나 잠수 이별 하는 사람 엄청 욕하잖아. 그 욕먹는 사람이 내가 될 줄 몰랐어.

연애 중에는 굳이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다 참았거든? 그러다 보니까 서서히 마음이 식는 거야. 관계를 더 이어가고 싶은 의지가 안 생기더라고. 이미 헤어질 결심이 섰는데, 말을 못 해서 몇 달간 지지부진하게 계속 만났어. 결국 얼굴 보고 말할 용기를 못 내서 카톡 보내고 잠수 탔다. 그래 놓고 힘들어서 친구한테 하소연을 했는데, 걔가 내 편을 안 들어주더라고. 아무리 사귀다 헤어지면 남이라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 같대. 맞는 말이지 뭐. 나도 내 자신한테 실망해서,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겠어. O(24세)


[907호 – special]

Campus Editor 길민지 김남희 김민선 유연지

Illustrator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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