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팟캐스트, 유튜브 <뇌부자들> MBC 북팟캐스트 <서담서담> SBS, 한겨레 칼럼니스트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공동 저자


 

 

자기 손으로 죽음을 선택하다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거니까 자살을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고를 통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보기 힘들어요. 자살하는 사람들 중 90%가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이 우울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가 ‘죽음’에 대한 생각이거든요.

원하지 않는데도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거죠.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힘든 것보다 앞으로 더 살아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죽음이 선택지라기보단 ‘유일한 출구’처럼 느껴지는 거죠.


 

 

살려는 의지가 부족한 거지

 

자살 기사를 접하면 흔히들 ‘죽을 용기로 살지’라는 말을 하잖아요. 하지만 자살은 용기나 의지의 문제로 보기 어려워요. ‘자살 충동’을 벗어나기 위해 의지가 필요한 건 맞지만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결코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건, 그분들은 이미 살려는 노력을 엄청 많이 한 분들이라는 거예요.

故 설리씨의 경우만 봐도 그래요. 그분이 삶에 대한 용기나 의지를 갖지 않았다고 볼 수 있나요? 방송도 꾸준히 출연하시고 열심히 활동하셨는데.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했던 사람에게 ‘네 의지가 부족한 거다’라고 말하는 건 정말 큰 상처가 돼요.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 치료 같은 환경적 지지가 더더욱 필요한 거고요.


 

 

주위 사람들 생각은 안 하고… 이기적이야!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있는 게 주변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죽기 직전까지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 봐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와 상담하는 과정에서도 ‘어차피 나는 나아지지도 않을 텐데, 괜히 선생님 힘들게 하는 것 같다’라고 얘기하는 환자들도 계실 정도예요.

기본적으로 남 탓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내 탓하는, 양심이 너무 강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심리적 경향이 있죠. 그래서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자살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위하느라 자살을 결심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몰라서 죽은 거 아냐?

 

유명인이 자살을 하면 저런 외모, 능력, 배경이 있는데 대체 왜 자살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더군요. 우울증에 걸리면 인지 왜곡이 생겨요. 내 상황을 가장 안 좋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는 거죠. 남들이 봤을 땐 부러울 만한 조건을 가졌음에도 그분들은 자신만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하죠.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과 사고 회로가 완전히 다르게 돌아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자살 충동에서 회복된 후 “그때는 내가 가진 게 많다는 말도 다 나를 살리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게 놀랍고 무섭다”라고 말씀하세요.


 

 

자기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았으면 안 죽었을 텐데

 

사람의 불행은 불행으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앞서 말했듯, 이미 인지 왜곡이 시작된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힘들다’ ‘다른 사람은 너보다 더 힘들다’라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거든요. 사실 죽고 싶다는 얘길 털어놓을 때, 위로랍시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정말 위험해요.

‘네가 뭐가 힘드냐?’ ‘나는 네가 부럽다’라는 말을 하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 입장에선 ‘역시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더욱 단절되는 느낌을 받게 되고, 아예 마음을 닫아버려요. 그래서 주변인 입장에선 최대한 열심히 들어주는 게 가장 좋아요. ‘네가 많이 힘들구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도 좋다’ 정도의 공감과 지지만 표현해주고요.


 

 

자살하려는 사람은 정말 죽고 싶은 거겠지

 

작년에 작고하신 임세원 교수님이 쓰신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책이 있어요. 저희 병원에도 이 책을 비치해두었는데, 환자분들이 읽고 많이 공감하시더라고요. 사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다수의 환자들은 죽기 직전까지도 살고 싶어 하세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살 시도 직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해요.
저에게 상담을 받는 분들도 자살 충동을 느끼긴 하지만, 사실은 죽고 싶지 않은 마음도 동시에 있으니까 병원을 찾아오신 거죠. 다만,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땐 살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죽음밖에는 길이 없다고 확신하게 되어 실행에 옮기는 것이죠.


 

 

자살 시도는 솔직히 관종 같아

 

물론 관심 받고 싶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모두가 그럴 거라고 일반화해서 생각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가령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힘든 감정 때문에 자해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힘들다는 걸 부모님께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메시지가 자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예요. 굉장히 슬픈 일이죠. 그러니 이런 친구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 그래?’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저 사람은 저 방법밖에 없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구나’라고 이해해주고, 다른 방식의 표현법을 알려줘야 해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겠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일상생활을 잘 하다가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특히 고기능성 우울증을 가진 환자들은 사회생활도 잘 하고, 인간관계도 잘 맺고, 맡은 일에서 성취도 이루는데 급작스레 자살을 하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 앞에선 가면을 쓰고 최선을 다해 버티는 거예요. 그래서 가족뿐 아니라 치료진도 그들의 자살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계획만 하다가 자살을 실행에 옮기거나, 충동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거죠. 이런 분들이 술을 마시면 억제력이 떨어져서 쉽게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어 위험해요. 평소의 모습만 보고서는 자살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우울증은 타고나는 거 아냐?

 

어느 정도 유전적인 요인도 있기는 해요. 사람들의 뇌에 세로토닌 합성을 만들어내는 효소가 있는데, 이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살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유전적으로 기질을 타고났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자살로 이어지는 건 절대 아니에요. 유전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죽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요. 물론 사회적으로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좋겠죠.


 

 

자살은 막을 수가 없다던데

 

자살 충동을 느꼈더라도 회복되고 건강하게 지내시는 분들이 훨씬 많으세요.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꼽자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 충동에 대해 털어놓았을 때가 아닐까 싶어요. 이건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해요.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저는 대학생들에겐 교내 상담센터를 가장 추천해요.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 계시는 곳이거든요. 아직도 상담 기록이 남아서 취업에 불리한 거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 친구들이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 유가족은 가해자나 다름없지,뭐

 

자살 사건 직후 ‘가족들은 뭐 했냐?’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유가족분들 스스로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요. 여러 매체에선 자살 예방을 강조하기 위해 ‘자살은 미리 알아챌 수 있다’ ‘자살 전에 신호를 보낸다’고도 얘기하는데, 일부분 맞는 말이지만 이런 말들이 오히려 유가족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어요.

‘내 무관심, 실수로 죽은 거야’라고요. 하지만 의료진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심지어 자살 고위험군이어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가 의료진의 감시 중에도 찰나의 틈을 노려 자살을 시도하기도 해요.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문가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 가족들에겐 더욱 그럴 거예요. 설사 자살을 막지 못했더라도 지나친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우울증 있는 사람들은 결국 자살 시도 하는 듯

 

당연히 모든 우울증 환자가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우울증의 증상으로 자살 충동이 자주 동반되기는 해요.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어떤 징후가 있을 때 전문가를 찾아야 할지 궁금해하시는데요. 가끔 우울하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이건 ‘우울감’이라고 하죠.

‘우울증’은 이 우울감이 2주 이상 매일같이 하루의 대부분 동안 지속되는 것을 말해요. 그리고 이 감정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우울증으로 봐야 하죠. 보통은 스스로가 자각할 수 있지만 본인이 못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주변에서 요즘 평소와 달라 보인다고 말하면 그게 위험 신호일 수도 있는 거죠.


 

 

우울증 약 먹기 시작하면 평생 못 끊는다며?

 

증상이 좋아져서 약물 치료를 중단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우울증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해예요. 부작용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도 있지만, 약물을 끊으면 다 없어지고 부작용이 아예 생기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약물+상담 치료 병행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에요.

다만, 둘 다 할 여유가 없어 굳이 한 가지만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우마다 다르지만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권해드려요. 심한 우울감으로 인한 인지 왜곡이 있는 상태에서는 상담이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저희 의사들끼린 ‘어떤 정신과 의사도 약보단 좋을 수 없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편견을 갖지 말고 우울증 증상이 있고, 자살 충동이 든다면 전문가와 약물 치료에 대해 상의해보셔야 합니다.


 

 

유명인이 자살하면 따라서 죽던데?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이 유명인의 자살에 영향을 받긴 해요. 더 깊게 공감하고 감정적으로 빠져드는 거죠. 그래서 유명인들의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보도 지침이 중요해요. 자살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말고,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잘 안 지켜지고 있어요.

밴드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이 자살했을 때 미국의 한 주에선 그의 자살에 대한 보도보다 자살 예방에 대한 보도를 더 많이 한 적이 있다고 해요. 그때 예외적으로 그 주만 자살률이 현저히 낮았다고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자살 사건이 있으면 ‘보도’와 ‘추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예방’에도 집중하는 기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창인 나이에 자살 생각이라니, 나약해서 그래

 

우리나라 2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에요. 실제로 병원을 찾는 20대들도 늘었어요. 그렇다면 정말 어르신들 말씀대로 ‘요즘 애들’이 특히 나약해서 그런 것일까요? 절대 아니에요. 실제로 20대 환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헬조선’이라는 말이 실감 나요. 하던 알바도 잘리고, 서류는 다 떨어지고, 집값은 말도 안 되게 비싸고….

사회가 우울증을 만들어내는 환경이면, 힘내서 열심히 사는 사람도 답이 없다고 느끼게 될 수 있어요. 사회적 영향이 분명히 있어요. 자살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무망감(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러니 개인이 나약해서 죽음을 생각하는 거라고 보는 시선은 매우 위험합니다.


 

 

자살은 비난받아 마땅한 잘못이라고!

 

고혈압, 당뇨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은 손가락질하지 않으면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와 마찬가지로 우울증, 자살 충동 역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에요.

고혈압, 당뇨에 걸리고 싶어 걸린 것이 아니듯 자살 충동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우울증과 자살 충동도 약 먹고 관리하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어요. 자살 충동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단호하게 비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908호 – special]

Advisor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 김지용, 중앙자살예방센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Intern Editor 양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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