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실 맥주를 내일로 미루지 않은 사람의 최후

송년회 시즌이다. 약속이 잡혀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어서 약속을 잡는 술꾼들에게 연말은 아주 위험한 때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서 마시고, 날이 너무 추우니(?) 한잔 더 마시고, 택시가 안 잡혀서(!) 더 마시고. 이렇게 대책 없이 술을 들이붓다 보면… 망한다.

 

사실 그날은 술을 마실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2년 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이라 취소할 수가 없었다. 단둘이 보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장소가 맥줏집이었다. 그럴 때 믿을 건 맥주의 힘뿐이니까.

 

다행히 우리는 맥주 한 잔을 비우기 전에 예전의 온도를 되찾았다. 시간이 좀 흘렀다고 해서 촘촘하게 쌓아온 시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우리끼리만 아는 농담, 점잖은 친구들과는 나눌 수 없는 지질하고 솔직한 감정에 대해 마구 떠들다 보니 어느새 흥이 올랐다.

 

게다가 큰 기대 없이 선택한 맥줏집은 술꾼을 위한 휴양지처럼 완벽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마음속 깊이 봉인되어 있는 스무 살 망나니를 데려오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그나마 어른스러운 자아가 ‘내일 출근하려면 오늘은 그만 마시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렸지만, 맥주를 주문하는 우렁찬 소리에 묻혔다. “여기 맥주 두 잔 더요!”

 

결국 우린 가게에 있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정복한 뒤에 언제나처럼 거나하게 취한 채로 귀가했다. 수제 맥주라 잔이 작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 사람당 3000cc 이상은 마신 셈이다. 뭘 많이 먹는 편은 아닌데 왜 맥주는 아무리 마셔도 배가 안 부른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음 날 인생 최고의 숙취(대체 왜 매번 갱신되는가)를 맛봤다. 휴대폰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대신 장기를 잃어버린 듯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울면서 출근했고, 1시간에 한 번씩 위액(…)을 게워냈으니 말이다.

 

인생을 술로 배웠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퇴근 시간 즈음 숙취가 있었다는 것도 잊은 채 다시 술을 마시러 갔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태로 송년회를 강행할 순 없었다. 좀비와 비슷한 몰골로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유리창에 기대어 초점 없는 눈으로 유튜브를 보는데 문장 하나가 귀에 꽂혔다.

 

“술 먹고 해장도 중요한데, 인생의 해장도 필요한 거야.”

 

헐! 선생님, 맞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이세요. 그런데 난 술 먹고 해장도 안 하고 뭐 하는 거니! 그건 그렇고 이렇게 훌륭한 말씀을 하신 분은 누구지? 되감기 버튼을 눌러 확인해봤더니, 내 최애 유튜버가 예전에 살던 동네의 단골 카페 사장님이 남긴 명언이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00과 인생은 닮았다”는 말이다. 가령 야구 팬들이 “야구와 인생은 닮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야구에 얼마나 심오하고 깊은 철학이 담겨 있는지를 알아달라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냥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 인생이 담겨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인생과 가장 닮은 건 술이라고 생각한다. 술꾼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이다) 술을 이해하면 인생의 이치를 알게 된다. 술 마실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일단 남 눈치 보지 말고 나만의 속도를 따라야 탈이 안 난다는 거. 또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또… 음…, 아!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거. 욕심부렸다간 다시는 술(인생)을 즐길 수 없게 된다.

 

아직 세상 이치를 다 알기엔 술이 한참 모자라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술과 인생은 닮은 게 분명하다.

 

즐거운 (음주) 라이프를 위하여

다시 해장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쩌다 발견한 문장 “인생에도 해장이 필요해”는 요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그동안 나는 여러모로 해장을 소홀하게 여겨 왔다. 전날 몸을 혹사시켜놓고도 ‘저절로 회복되겠거니’ 하고 방치했다. 뭐랄까 내 몸을 과실에 굴러다니는 과 잠바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필요하면 주워서 입지만 단 한 번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따로 노력을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독 때문에 마침내 탈이 나고야 말았다.

 

실은 요즘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취기가 훅 오르고 몸이 가렵다. 처음엔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왠지 불길해서 찾아봤더니, 술을 너무 자주 마시면 간이 해독 될 틈이 없어 망가진단다. 그런데 해장도 안 하고 매일 알코올을 주입했으니. 오죽했으면 침묵의 장기(!)라는 간이 신호를 보냈을까.

 

하나 더 고백하자면 간뿐만 아니라 마음도 좀 이상하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무너진다.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거나 병뚜껑이 잘 안 열릴 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화가 나서 눈물까지 난다. 이게 다 해장을 제대로 안 한 탓이다.

 

앞으로 계속 즐거운 (음주) 라이프를 지속하려면, 일단 나에게 맞는 해장법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더 달리고 싶더라도 멈추고, 아픈 속을 달래주어야지.

 

P.S.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해장’을 치면 이런 뜻이 나온답니다. “전날의 술기운을 풂.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해장국 따위와 함께 술(!)을 조금 마심.” 하핫.


[911호 –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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