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브이로그 찍다가 대박 나는 상상. ‘대 유튜브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실제로 해낸 친구들이 있다. 과실에서 친구랑 상황극 하며 노는 영상 올렸다가, 하루아침에 20만 유튜버가 된 방예린, 김가인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근데 저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걸(?)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한껏 수줍어하다가도, 금세 슈퍼스타 뺨치는 본새로 촬영에 임하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될 사람’이었다. 졸업을 앞둔 두 사람과 함께, 불안한 미래와 그럼에도 미친 듯이 웃긴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얼마 전에 졸업 전시가 끝나셨죠. 축하해요! 이제 곧 졸업인데 기분이 어때요?

가인 정말 3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아요. 6년을 학교에 매여 있었는데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 해방감이 엄청나네요. 뭐라고 해야 되지? 추울 때 국밥 먹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되시나요?
예린 저는 좀 걱정되는 게 지금은 누가 뭐 하냐고 물어보면 “학생이에요”라고 대답하면 되는데, 내년부터는 그걸 못 하니까.

 

그러고 보니 이제 전업 유튜버로서 새 출발이네요. 일상 기록용으로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이 갑자기 엄청 잘 됐잖아요. 20만 유튜버가 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가인 댓글이나 짤방을 보면 저희를 진짜 많이 사랑해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행복해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을 기회가 어디 있을까 싶고. 그런데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해요. 과연 이 인기가 얼마나 갈까. 인기가 식기 전까지 내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계속 파고들다 보면 좀 우울해지기도 하고요.

 

예린님은요? 채널 기획자로서 갑자기 채널이 커져서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예린 가인이가 말한 것처럼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데, 나중에 저희가 실수를 하면 그에 대한 질타가 몇 배로 돌아올 테니까 걱정이 되죠. 저는 아직까지는 유튜브가 일이라고는 생각 안 하거든요. 물론 이걸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영상 올려야 하니까 찍자’는 생각보다는, ‘야 이거 웃기다. 무조건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찍어요.

실은 고등학교 때부터 웃긴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해두는 게 취미였어요. 원래는 그걸 SNS에 올렸었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길래 이걸 한곳에 모아놔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판 거거든요. 근데 어느 날 보니까 구독자가 2000명이 되고 또 다음 날 일어나니까 5000명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게 두 달 만에 10만이 됐고 지금은 20만이 넘었으니 정말 예상치 못한 떡상이었죠.

 

예상하지 못하셨다고 했지만, 예랑가랑의 영상을 보면 과연 비범하더라고요. 특히 노잼 상황에서 유잼을 착즙(!)해내는 걸 보면 대단해요. 사실 과실에서 밤샘 과제하는 게 신나고 재밌는 일은 아닌데 거기서 ‘ㅋㅋㅋㅋ’가 터지는 상황을 만들어내잖아요. 비결이 뭔가요?
예린 가인이가 웃겨요. 그게 다예요. 정말 1가정 1가인이 시급합니다. 우울하실 때 가인이 영상 틀어놓으면…. (갑자기 둘이 웃기 시작한다)
가인 그게 아니고 예린이가 잘 웃어주니까 흥이 나서 점점 텐션이 올라가는 거 같아요. 그냥 감탄사만 “엉!” 하고 뱉어도 예린이가 빵빵 터지거든요.
예린 아니야. 내가 잘 웃는 게 아니라 니가 웃긴 거야. 제가 유튜브에 올리는 건 저희 일상생활의 20퍼센트 밖에 안 되거든요. 안 찍을 때 재밌는 게 더 많이 생겨요. 카메라를 더 사서 과실 곳곳에 두고 24시간 촬영해야 할까봐.

 

영상을 쭉 보면 예린님 기획력의 힘이 확실히 느껴져요. 가인님이 놀 수 있는 판을 잘 깔아준달까? 좋은 시너지를 내는 조합 같아요.
가인 예린이가 예전부터 개그 만화를 많이 그려서 연출력이 탄탄해요. 아주 브이로그 하기에 특화된 사람이에요. 편집이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걸 재밌게 잘 살리려면 센스가 있어야 되는데 그 어려운 걸 예린이가 해내는 거죠. 가끔 예린이한테 메시지로 “가인 학생만 나와 주세요. 예린 학생 보기 싫어요. 목소리도 듣기 싫어요.” 이러는 애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중국집에 가서 “아저씨 앞으로 짜장면만 하시고요 짬뽕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거랑 같은 거예요. 말이 안 되는 거죠. 저는 그런 분들을 팬이라고 생각 안 해요.

 

 

두 분뿐만 아니라 같이 과실을 쓰는 동기분들도 끼가 엄청나던데요. 다들 상황만 던져주면 배우처럼 연기를 막…. 부산대 애니과는 상황극 잘하는 사람만 뽑는 건가요?
가인 교육의 결과입니다.(웃음) 4년 동안 매일매일 저희가 상황극 하는 걸 옆에서 보니까 자연스럽게 학습이 됐나 봐요. 물론 영상에 출연하는 교수님도 다 저희한테 세뇌되신 겁니다.

 

교수님과도 정말 편하게 지내시더라고요. 예랑가랑이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걸 보고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자네들’(예랑가랑 채널 구독자 애칭)도 많았어요.
가인 영상 안에서는 제가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랑 익숙한 공간에 있는 거니까, 소리도 지르고 장난도 칠 수 있는데요. 아무 데서나 그러는 건 아니에요.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눈치도 많이 보고요. 혼자 있으면 과묵해지는 두 얼굴의 사람이라, 엄숙하고 수직적인 분위기의 조직에 들어간다면 아마 거기에 적응하고 조용해질 거예요.
예린 유튜브에 나온 교수님들은 원래 친한 분들이에요. 저희는 친한 어른한테만 장난을 쳐요. 꼰대 기질(!)이 없는 어른들한테는 농담을 하면서 친해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한텐 애초에 말을 걸기도 어렵더라고요. 저희가 장난을 치는 순간 “야, 너 말투가 그게 뭐야. 어른한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가 되어버리니까요.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서 딱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뭘 바꾸고 싶으세요?
가인 얼마 전 인스타 라이브에서도 말했었는데, 학교 등록은 절대 안 할 거고요. 제가 과제하고 수업 들으면서 쓴 모든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비트코인을 할 거예요.
예린 그러면 ‘평범한 미대생이 페라리 타고 학교 가는 브이로그’ 찍을 수 있었겠다. 그게 가능했었는데…(씁쓸). 저는 학교를 좀 대충 다닐 거예요. 휴학도 한 번 안 했거든요. 학점 관리도 빡세게 해서 1학년 땐 학점이 막 4.3 이렇게 나오고 그랬는데. 다 부질 없었어요. 학교는 대충 다니고 제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했어야 해요.

 

두 분 다 학교에서 공부한 걸 대체로 후회하시는 군요.
가인 졸업할 때 와서 보니까 학점이 정말 쓸모가 없어요. (물론 미대 한정입니다.) 학교에 쏟은 정성과 돈을 아껴서….
예린 유튜브를 더 일찍 했어야 해.
가인 맞아. 영상 편집 학원에 간다든가, 3D 학원에 간다든가. 기술과 역량을 쌓는 게 제일인 것 같아요.

 

예랑가랑이 미대생의 생활을 유쾌하게 담았지만, 사실 미대생으로 사는 게 쉽지가 않죠. 제도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졸업도 하는 마당에, 이 자리를 통해 한마디 하시겠어요?
가인 하!(기합 넣는 소리) 부산대 총장 듣고 있나? 미대 특성상 밤샘 작업이 많다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그럴 거면 환경을 먼저 제대로 갖췄으면 좋겠어요. 과제 양은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많은데, 샤워실도 없고,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없어요. 실제로 제가 과실에서 맨날 컵라면만 먹다가 2학년 때 건강이 엄청 나빠졌거든요.
예린 저희가 유튜브에 야작하는 걸 올렸을 때, 자기도 미대생인데 “우리 학교는 야작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 “과실에서 야작할 수 있어서 부럽다”며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10시 되면 학교에서 나가야 한대요. 그런데 그 시간에 나가면 남은 작업은 어디서 해야 되나요? 학교들이 환경은 갖춰주지 않고 과제만 많이 주니까, 문제인 것 같아요. 바보!

 

대학 생활을 담은 브이로그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잖아요. 예랑가랑이 졸업을 하고 과실을 떠나면 어떤 영상을 찍을지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예린 저희가 작업실을 얻어서 같이 살 계획이거든요. 저랑 가인이랑 가인이네 고양이 점프랑 병철이. 이렇게 사람 둘, 고양이 둘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밌는 상황들이 나올 거예요. 또 가인이가 셀프 인테리어를 잘 하거든요. 그러면 인테리어 영상도 할 수 있고….
가인 저는 요리 영상도 하고 싶어요. 고양이 케어 하기 영상도 하고 싶고. 할 거는 많아요.

 

 

어떤 작업을 할 목적의 작업실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랑가랑이 어떤 직업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올해 5월에는 웹툰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셨고, 8월에 샌드박스와 한 인터뷰에서는 샌드박스 톱 게임 스트리머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히셨더라고요.
예린 원래 꿈은 계속 바뀌는 겁니다!(웃음) 저는 오늘 화보 촬영을 하고 슈퍼모델도 되고 싶어졌는걸요?
가인 직업을 하나만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요. 요즘 같은 불경기, 불황 시대에는 무조건 직업은 투잡 이상으로다가!

 

그러고 보니 지금도 투잡 중이시네요. 학생과 유튜버.
예린 그렇죠. 이제 학생 신분을 잃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하나 더 빨리 찾아야 합니다.
가인 저는 이미 하나 찾았습니다. 제 친구 진선이의 배경 어시스턴트로 일하기로 했어요. 걔가 이번에 웹툰 작가가 됐는데 고용해 달라고 열렬하게 구애해서 성공했습니다. 그거 하면서 제 웹툰도 구상할 거예요. 그렇게 투잡 쓰리잡으로 늘려가야 하는 시대입니다. 여러분!

 

이제 이십대 중반이 됐잖아요. 서른 살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가인 인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다든가, 나이 서른에 모든 걸 포기하고 귀농 생활만을 바라며 살고 있다든가. 그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인생을 이어갈 의지와 정열이 남아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예린 지금처럼 하고 싶은 영상을 계속 찍으면서, 벌이가 조금 더 좋아지고. 그러면 만족할 것 같아요. 많이도 아니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좋은 생활이 서른까지 유지되면… 그걸로 괜찮아요.

 

마지막으로 ‘자네들’과 대학내일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가인 평범한 일반인인 저희를 엄청 사랑해 주시고 잡지 촬영장까지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예린 수상 소감인가요, 갑자기?(웃음) 저는 요즘 ‘이런 걸 우리가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처음에 광고 찍을 때 우리가 이런 걸 해도 되나 싶었고. 샌드박스에서 연락 왔을 때 우리가 회사 들어가도 되나 싶었고. 벡스코에서 강연 제의가 왔을 때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다 해내고 잡지 모델까지 하게 됐잖아요. 이런 걸 우리가… 해도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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