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험담하는 사람들을 향한 사이다가 필요할 때

 

전 악플을 일부러 찾아서 봐요. 그런 친구들은 제가 맞을 줄 모르고 돌을 던지는 거거든요. 자신들이 하는 짓이 나쁘다는 인식도 없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상처를 보여주는 편이에요. 너무 어이없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네가 던진 돌에 나 맞았으니까 사과해’라는 식으로 답장을 해요. 그럼 정말로 사과하더라고요. 그리고 악플을 봐도 대부분은 마음에 담아둘 말이 아니니까 금방 잊어버려요. “아이유 죽어라” 이런 거 너무 터무니없잖아요. 내가 왜 죽어요. 상처받을 거리조차 안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용기가 필요할 때

 

여행지에서 넘들헌티 말 거는 것에 대해서는 무섭고 저기허들 안 허요. 똑같은 사람인데 뭐. 내가 한번 말 걸고 본다! 하는 거지. 여행 다니면 잘 하든 못 하든 내가 갔다 와서 후회는 안 해야 쓰겄다 싶어요. 그러니까 잘 하든 못 하든 무조건 저 사람한테 말은 한번 건네봐야 쓰겄다, 이런 자신감이 생기드라고? 거기서 또 바보 취급당하면 어때야. 모르는 사람한테 잠깐 바보 되는 건데. (중략) 난 어디 가도 남 눈치는 안 봐요. 뭣 허러 눈치를 봐. 내가 뭐 도둑질을 했어, 넘의 남자를 봤어. 그런 거만 아니면 눈치 볼 거 없어. 떳떳한데 뭐. 다들 쓸데없는 눈치 보지 말고 살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확신이 필요할 때

 

취준생 때 임원진이 참여하는 최종면접에서 항상 떨어졌어요. 보수적인 회사는 꼭 치마 정장에 하이힐을 신어야 하잖아요. 저는 그때도 숏컷 헤어였고, 매번 슬랙스 입고 면접 갔거든요. 저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외양을 지닌 여성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보고, 이렇게 살 수도 있다는 걸 전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서른 살 여자인 제가 빨간 숏컷 머리를 하고 재밌게 미디어에 나오는 것도 다양한 사람, 삶의 모습을 전시하는 거죠. 앞으로도 아등바등 살아남아 볼게요.(웃음)


꿈과 현실 사이에서 조언이 필요할 때

 

저는 음반 산업계에 들어가겠다는, 어찌 보면 추상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직장 다니면서도 이력서를 꾸준히 넣었죠.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만을 위해 살아가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꿈이 있으면 그걸 일단 마음속에 단단히 꽂아놓고, 일단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야 기회도 오거든요. 대중가요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모두가 서태지는 아니에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음악에 올인해 성공한다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크잖아요. 물론 제 말 듣고 묻히는 몇몇 천재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저도 천재가 아니었거든요. 현실을 버텨내지 못하면 꿈이고 뭐고 없어요. 그러니 꿈꾸는 사람이라면, 오래 꿈을 꾸려면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거예요.


‘이번 생은 망했어!’ 무력감을 물리칠 힘이 필요할 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세요!(웃음) 자신감도 훈련으로 키울 수 있어요. ‘하면 된다’, ‘노오력’ 이런 말은 저도 싫어하는데요. ‘해봤자 안 돼’라는 생각 역시 피해야 해요. 지금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가 10대 후반까지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훈련을 안 시켜주니까요. (중략)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은 건강뿐 아니라, 자신감을 얻을 때 좋은 훈련 방식인 것 같아요. 매일 스쿼트를 30번만 해도 몸이 달라져요. 복근이나 팔뚝에 변화가 생기고,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힘을 얻으면 긍정성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렇게 강제로라도 긍정성을 탑재하다 보면 그게 한 달짜리 자신감이 되고, 그걸 자본 삼아 한 달짜리 과제에 도전할 수 있겠죠. 꼭 웨이트가 아니어도 소소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무엇이라도 좋아요. 두 달, 석 달, 육 개월, 그렇게 자신감이 쌓이면 몇 년 치를 시도해볼 수 있을 만큼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될 거예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위로가 필요할 때

 

‘꽃’이라는 노래를 만들 때 동갑인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고민의 모양만 다르고 본질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별거 없어요. 해도 안 될 때는 하루 쉬기도 해요. 그래도 안 죽잖아요. 아직 안 죽었잖아요. 살아있으니까 그냥 하는 거죠. 될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거, 이루고 싶은 목표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거 안 되면 죽어’라는 마음을 가지면 힘들어요. 플랜 B를 가지고 ‘되면 좋지만 안 되면 딴 거 해야지.’ 이런 느낌으로. 그게 오히려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잘 되게 만들어줘요. 사실 저도 매 순간 이런 생각으로 행동하진 못하고요. 항상 인지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이렇게 생각을 확립해두면 위태로울 때 도움이 돼요. 제가 종이비행기라고 치면 나름 확립해둔 질서들은 선풍기인 거예요. 제가 가라앉거나 떨어지려고 하면 그 생각들이 저를 다시 위로 올려줘요.


가족, 애인과의 갈등을 잠재워줄 꿀팁이 필요할 때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 보기 싫은 모공까지 다 보이듯이, 관계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가족, 애인이랑 가장 많이 싸우잖아요.(웃음) 그럴 땐 거리를 좀 둬야 해….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떨어져 있기. 그게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봐요. 모공까지 사랑할 순 없잖아.(웃음) 그리고 상대방을 너무 잘 알아서 속내가 보이려고 하면 ‘신경 돌리기’ 방법을 써요. 상대방을 너무 잘 알면 의심될 때가 있잖아요.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럴 땐 치과에서 치료 받을 때 이 아플까봐 허벅지 꼬집는 것처럼 빨리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해요. 한번 밉게 보이면 끝없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쟤 지금 말실수한 거 같은데?’까지만 생각하면 되는데 ‘쟤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의도를 가지고 말한 걸 거야. 맞아, 쟤 예전에도 저랬어’ 하면서 파고들죠. 그건 인간관계를 망치는 가장 안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난 왜 이 모양일까’ 우울함에 맞설 긍정 에너지가 필요할 때

 

나무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큰 느릅나무도 있고, 위로 곧게 뻗은 나무도 있고, 잎이 정말 풍성한 나무도 있고, 꽃이 만발한 나무도 있고. 전 어쩌면 그들보다 좀 작은 나무일 수도 있어요. 겉으론 작아 보여도 바닥으로 깊게 뿌리내린 나무일 수도 있고요. 그냥 흔들리지 않는, 오래가는 나무였으면 좋겠어요. 좀 더 욕심을 부리면 푸르르고 병충해도 없으면 좋겠죠. 가끔 저에게 “다른 배우들은 다 높고 큰데 왜 천희는 이만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나무마다 쓰임이 있고 사람들에게 주는 행복이 다 달라요. 높고 크지 않다고 해서 제 나무를 베어버리고 다른 싹을 심고 싶진 않아요. 전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고 ‘어떤’ 나무가 되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전 좋은데, 혹시 저 스스로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그러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저는 지금 행복하니까.


갈 길이 멀지만 첫발을 뗄 수 있도록 응원이 필요할 때

 

그냥 혼자 가만히 있으면, 뭔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늘 생겨요. 그래서 쓰는 거예요. 쓰고 싶은 게 생각이 나고, 그걸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느낌이 고통스러운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굳이 온도를 따지자면 좀 따뜻한 느낌이에요. 내가 살아있어서, 무슨 말을 쓰고 싶다. 그렇게 고이니까, 사소하게 한 줄 한 줄 쓰는 거죠. 만약 한 세계를, 어떤 세계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겁이 나고 부담스러워서 못 쓸 거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소설 쓰는 게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에요. 소설 쓰는 게 어렵지 않단 게 아니라요. 보통 글 쓰는 게 천형이다, 힘들다 얘기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글 쓰는 게 어렵긴 하지만, 힘들지 않다? 이렇게 생각을 정해뒀어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않겠다. 뭐, 그런 거죠.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힘이 되어줄 지혜가 필요할 때

 

마음이 힘든 친구들에게 희망을 갖자, 인생은 길다, 삶의 다른 영역들도 많다, 같은 말은 전혀 와 닿지 않는 벽돌 같은 말이 될 수 있어요. 고통은 사실 다 개별적이죠. 우리가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너무 힘들고 삶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는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무슨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들어야죠, 제가. 예전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가장 후회되었던 것 중 하나가, 같이 얘기를 꽤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얘기를 전혀 들어주지 못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들어야죠,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우울한 날 나를 다잡아줄 말이 필요할 때

 

우울할 땐 축척을 달리하려고 노력해요. 내 마음을 종일 들여다보는 대신 서울, 한국, 아시아 대륙, 지구, 우리 은하, 이런 식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죠. 난 사실 개미 떼보다도 더 작은 개체다, 내 우울함은 이 우주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하다 보면 좀 나아질 때가 있거든요. 근데 정말 힘들 땐 서울, 한국쯤 가다가 ‘으으윽’ 하고 무너져요. 어쩔 수 없어요. 무너져야 해소될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좋은 연애’를 위한 연애 상담이 필요할 때

 

깊이 연애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해요. 진심으로 상대의 속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도 있어야 하고요. 같이 술도 마셔보고, 추운 곳도 가보고, 더운 곳도 가보고, 신문 기사를 읽고 이야기도 해봐야죠. 그래서 저는 ‘결혼 적령기’란 말을 믿지 않아요. 사람을 여러모로 보려면 서른 살도 어리거든요. 많이 깨지고 상처받으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판할 가능성이 있어요. 사람을 깊게 볼 능력이 있는지 먼저 자문해야 해요. 한순간에 끌리면 운명의 종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다면적으로 볼 수 없거나, 보기를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914호 – Special]

Intern Editor 양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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