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좀 힙한 거 없어?
혹시 저 멘트 익숙하신 분? 요즘 회의할 때도, 고객사와 미팅을 할 때도, 심지어 친구들을 만날 때도 모두가 ‘힙’을 외칩니다. 조상 중에 힙하지 못해 죽은 귀신이 그들에게 붙은 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봅니다. 웃긴 건, 이렇게 모두가 힙을 외치면서도 대체 뭐가 힙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힙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MZ세대들이 생각하는 힙이 뭔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그 옛날 ‘도수코’ 만큼이나 핫한 프로그램, <고등학생 간지대회 2>(a.k.a 고간지 2) 얘깁니다.
아마 마케터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디어 커머스 회사 ‘블랭크 코퍼레이션’ 에서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유튜브 패션 서바이벌, 그 <고간지> 맞습니다. 고등학생들이 출연해 자신의 스타일링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이죠. 작년에 방영된 시즌 1에 이어 지난 3월부터 시즌 2가 시작됐는데요, 시즌 1의 누적 조회 수는 무려 3천만 뷰! 대충 이거 안 본 10대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패션 프로그램인데다, 힙으로 무장한 10대들이 출연하는 만큼 프로그램 속엔 생전 처음 보는 트렌드들이 가득합니다. 즉, 힙하다는 거죠! 힙이 대체 뭔지 몰라 괴로우셨던 분들은 이 기사 보시면 감이 좀 잡히실 겁니다. 앞으로 누가 힙이 무엇이냐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세요!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들
– 요즘 Z세대가 반응하는 #키워드가 뭔지 궁금한 유 대리
– ‘힙하다’는 말, 어렴풋하게는 알겠는데 뭐가 힙한 건지 잘 모르겠는 김 매니저
– 블랭크가 제작해서 대박 난 콘텐츠라고 하길래 케이스 스터디하고 싶지만, 귀찮은 마케터 한 사원
P.S. 덤으로, 이 콘텐츠 다 읽고 나면 <고간지 2> 안 봐도 본 척하실 수 있습니다, 훗!
※ 시작하기 전에 프로그램 이것부터 쓱 훑고 가세요!
<고간지 2> 속 10대 출연자들은 똘똘합니다. 그 어려운 패션 용어를 써가며 본인이 입은 옷에 대한 PT를 술술 잘도 하거든요. (웬만한 대리급 뺨침) 그중에서도 많은 친구 입에 오르내린 패션 용어가 있었으니 ‘젠더 뉴트럴’입니다. 즉, 성 중립적인 패션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다리가 드러나는 반바지에 힐을 신은 남성 지원자(윤성혁), 어깨가 큰 오버 사이즈 재킷으로 멋을 낸 여성 지원자(최지윤)처럼 성별을 넘나드는 스타일링을 <고간지 2>에선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립스틱을 가지고 화보를 연출하는 미션을 주기도 했고요.
시즌2 심사위원 중 Z세대를 가장 술렁이게 만든 주인공이 젠더뉴트럴 모델 ‘음혁진’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슈스스 한혜연이나 래퍼 레디보다 훨씬 큰 환호를 받았다니까요?밀레니얼 세대에겐 다소 낯설지만, Z세대에겐 이미 ‘젠더뉴트럴’이 힙한 패션 콘셉트로 자리 잡은 거죠.
Check Point
젠더 뉴트럴이 대세인 시대에 아직도 ‘여성스러운’ ‘남성성이 부각되는’ 같은 카피로 제품을 홍보하진 않으시겠죠? Z세대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세대이고, 특히 젠더와 관련된 가치는 Z세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성별을 칼 같이 구분 짓는 건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요즘 중고등 학생 중에 평범하게 교복만 입는 애들은 없어요. 아우터, 액세서리 하나라도 더 걸치려고 하거든요. 교복을 변형해서 입는 애들도 많고요.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다들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젠더 뉴트럴 컨셉을 낯설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아요. – 정주은(16세, 중학생)
치마 입은 남자나 보통 남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옷을 입은 여자가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선입견 없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요! – 이이빈(13세, 초등학생)
<도수코>에는 있었지만, <고간지 2>에는 없는 것? 정답은 ‘악마의 편집’입니다. 과거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재미와 화제성을 잡기 위해 악마의 편집을 일삼았죠. 도수코 역시 여러 번 논란이 됐고요. 하지만 <고간지 2>에는 악마의 편집, 즉 ‘악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출연자들이 전원 고등학생이다 보니 제작진이 조심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단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 구독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악편을 감시하기 때문입니다.
<고간지2> 제작진은 이런 Z세대의 심리를 캐치해서 자극적인 편집 대신 천사의 편집을 택했습니다. 그 덕에 악마의 편집이 없어서 좋다는 댓글은 물론, <고간지 2> 제작진을 부르는 애칭까지 생겼습니다. ‘고작진’(고간지+제작진)이랍니다.
Check Point
어려서부터 영상 콘텐츠에 워낙 익숙한 Z세대는 편집의 세계를 잘 압니다! 혹시라도 악마의 편집의 기운이 보이면 먼저 나서서 저지하기도 하죠. ‘악편 플래그 탔네 ㅉㅉ’라며 댓글도 달고요. Z세대에게 자극적인 편집이 먹힌다는 건 정말 옛날 생각입니다. 요즘엔 그러다 역풍 맞습니다. 영상 편집자님들, 명심하세요!
<고간지 2> 보면서 편집 때문에 불편했던 적은 없었어요. 솔직히 요즘은 악마의 편집하면 다 들켜요. 구독자들이 눈치 못 채더라도 출연자들이 본인 SNS에 올리거든요. 저거 실제랑 다르다고. 그런데 <고간지 2> 출연자들 SNS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없어요. 실제로도 편집 관련 문제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 고OO(익명, 16세, 중학생)
<고간지 2>에는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PPL이 붙습니다. 심지어 제작진은 대놓고 자막으로 짚어주기도 합니다, 이거 PPL이라고! 그런데도 Z세대는 PPL을 전혀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PPL이 많으면 프로그램에 몰입 안 된다는 밀레니얼과는 아주 다르죠? 왜냐하면, 이미 Z세대의 생활 속에 ‘협찬 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거든요.
요즘 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중 하나가 바로 #협찬환영입니다. 인플루언서 얘기가 아닙니다. Z세대는 팔로워 수가 100명 언저리만 되어도 협찬을 받고, 대가성 게시물을 올려주는 것이 익숙한 거죠. SNS 덕분에 이미 협찬 문화가 친숙한 Z세대는 당연히 PPL 문화에도 관대한, PPL 프렌들리한 성향을 갖게 되는 거고요. 그러니까, PPL이 불편하다는 건 옛날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 힙하지 않아!
Check Point
Z세대를 대상으로 이벤트 하실 때, 상품을 ‘선물’로 준다고 하지 마시고 ‘협찬’해준다고 해보세요. 똘똘한 Z세대들은 ‘협찬’이란 워딩에 담긴 기브 앤 테이크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선물 받은 건 후기 안 올려도, 협찬받은 건 꼭 #해시태그와 함께 후기 남겨줄 겁니다. 협찬은 공짜가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요!
<고간지 2> 스케일이 보통 큰 게 아니에요. 도대체 제작자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거냐는 댓글도 많이 달릴 정도로요. 그래서 PPL이나 협찬이 들어와야 프로그램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지원자들이 광고 모델이 되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 정주은(16세, 중학생)
PPL이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PPL 하면 영상 콘텐츠도 더 많이 찍을 수 있고, 그럼 <고간지 2> 멤버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협찬받는 계정들을 많이 봐서 은근슬쩍 홍보하고 그러는 게 별로 불편하지 않아요! – 이이빈(13세, 초등학생)
앞서 말씀드렸듯 <고간지 2>에는 매회 새로운 브랜드의 PPL이 붙는데요. 첫 에피소드의 PPL은 의외의 브랜드와 함께했습니다. 가구 브랜드 ‘모던하우스’입니다. 지원자들이 머무는 숙소 가구를 모던하우스 제품으로 배치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주요 구독층인 10대들이 가구 살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PPL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댓글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Z세대에게 생소한 브랜드일 텐데 ‘예쁘다’ ‘사고 싶다’며 칭찬 댓글이 줄을 이은 거죠.
요즘 Z세대는 방 꾸미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의 집’ 같은 인테리어 앱을 사용해 자신이 꾸민 방을 자랑하기도 하고, 힙하다는 유튜버들의 브이로그 룸 투어 영상을 챙겨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예쁘게 꾸며진 <고간지 2> 숙소에도 당연히 반응할 수밖에요.
Check Point
이제 인테리어는 더이상 집 있는 어른들 고유의 영역이 아닙니다. 10대들은 방 한켠이라도 ‘인스타그래머블’ 하길 원하고, 그래서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벤트 상품으로 늘 주던 텀블러나 무선 충전기 대신 귀염뽀짝한 인테리어 소품도 고려해보세요!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목격하시게 될 겁니다.
브이로그 보면 예쁘게 꾸며 놓고 사는 유튜버들이 진짜 많거든요. 그래서 제 또래 친구들 보면 자연스럽게 패션만큼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 고OO(익명, 16세, 중학생)
<고간지 2> 지원자들은 평범한 고등학생들입니다. 게다가 시즌 2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도 벌써부터 팬 몰이 중입니다. 그 증거가 <고간지 2> 멤버들을 덕질하는 ‘쓸디계’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는 건데요. 2D가 아닌 3D, 즉 인물을 파는 계정을 요즘 Z세대들은 쓸디계라고 부릅니다. 한마디로 ‘인물 덕질용 부계정’인 셈이죠. Z세대가 덕질할 때 필수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부계정입니다. 일상용으로 꾸며놓은 본계정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올리고 싶은 만큼 덕질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부계정 사용 이유라고 합니다.
보통 본계정으로는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을 팔로우하고, 부계정으로는 덕질하는 대상을 팔로우하는데요. 연예인도 아닌 <고간지 2> 지원자들의 SNS 계정을 어떻게 알고 다들 팔로우했나 했더니… <고간지 2> 영상에 지원자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총정리한 댓글이 유독 많더라고요. Z세대 덕질의 시작은 인스타 계정 팔로우부터 시작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Check Point
그런데… 쓸디계를 운영한다는 사실은 Z세대에게 들키고 싶은 부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덕질하는 Z세대에게 “너도 쓸디계(or 부계정) 운영해?”라며 아는 척하는 건 금물입니다.
저는 황인건 님 덕질하려고 부계정을 팠어요. 제 프사에도 황인건 님 사진을 걸어놨고요. 고간지 멤버들이 일반인이라 사진이나 짤 구하기 힘들어서 개인 인스타 계정은 무조건 팔로우해요! – 추하은(14세, 중학생)
Z세대에게 인기 유튜버와 그렇지 않은 유튜버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팬 밋업을 해본 적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인기 많은 유튜버들은 통과 의례처럼 팬 밋업을 꼭 하거든요! 혹시 요즘 핫한 유튜버를 리스트 업 해야 할 일이 있으시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팬 밋업’ 을 검색해보세요. 팬밋업 경험이 있는 유튜버들은 그래도 그 분야에서 한 가닥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원픽은 강세준 님인데요! 팬 미팅 정말 가고 싶어서 매일 투표 중이에요. 그런데 제가 똥손이라 (티케팅 실패하면)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진짜 세준 님 꼭 한번 보고 싶어요! 싸인 받고, 포토 북도 사고 무엇보다 최애 얼굴 가까이에서 한번 보고 싶어요 ♥ – 이이빈(13세,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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