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분이 누군지 아시는 분?

 

스윙스 오답입니다.

문세윤도 오답입니다.

 

정답은, 한국 지리 일타강사 문쌤입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요즘 이분의 수업을 한 번씩은 들어 봤을 정도로 잘나가는 분이시죠. 무려 인강 경력 12년에 빛나는 베테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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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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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니고요.

 

사실 이분은 ‘빠더너스’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인 문상훈 씨입니다. 한국 지리 일타강사 문쌤은 빠더너스 채널에 등장하는 그의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유재석과 그의 부캐 유산슬 같은 느낌이랄까요.

 

수능이 끝난 고3 친구가 말하길 주변 친구들이 문 쌤 영상을 많이들 본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세계관이 거의 마블 급!’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수능 끝난 친구들이라면 초록색 칠판만 봐도 멀미가 날텐데, 대체 왜 ‘인강 강사’ 컨셉의 크리에이터 영상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걸까요?

 


요즘 뜨는 캐릭터들에겐 ‘마블급 세계관’이 있다?

‘마블 급 세계관’이라니. 궁금한 마음에 문 쌤의 강의(?)를 OT부터 한 회씩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습니다. 문 쌤은 (콘텐츠 안에서) 재수를 일곱 번이나 한 끝에 대학에 들어갔고, 민지와 성은이라는 제자가 있으며, 현재 수능 일타 한국 지리 강사로 활약 중이신 모양이었습니다. 이렇게 문 쌤 캐릭터 속에 녹아있는 디테일한 컨셉이 10~20대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세계관’인 셈이죠.
사실 이 세계관이라는 게 문 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요즘 광고 업계에서 서로 모셔가고 싶어 하는 떠오르는 슈스 펭수가 있겠네요.

 

요즘 가장 인기있는 컨셉충(?) 펭수. 출처 자이언트 펭TV

 

펭클럽(펭수의 팬)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펭수야 말로 마블 급의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친구죠. 뽀로로 같은 슈퍼스타가 되겠다고 남극에서 대한민국으로 헤엄쳐 온 10살짜리 펭귄이자, BTS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EBS 연습생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펭수의 자소서를 참고해주세요!

 

펭수 뿐만 아닙니다. ‘표절의 밤’ 연작 시리즈로 1200만 조회 수를 자랑하는 ‘카피추’, 대기업에서도 콜라보 하고 싶어 하는 유튜버 ‘소련 여자’, 죽어가는 페북 페이지들 사이에서 게시물을 올렸다 하면 댓글 폭풍을 일으키는 ‘감성 마초’ 등도 모두 나름의 세계관을 지닌 ‘지독한 컨셉충’들입니다.

 

 

그들이 사는 세계관 .jpg

MZ세대가 이 ‘세계관’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는 펭수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펭수의 팬들이 ‘펭수의 탈을 쓴 연기자’를 뭐라고 부를까요? 보통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실제 연기자를 ‘본체’라고 표현하지만 펭수의 경우는 다릅니다. 탈을 쓴 연기자를 본체가 아닌 ‘내장’으로 부르거든요! 펭수가 본체라는 뜻이죠. 세계관 덕분에 펭수는 단순히 ‘연기자가 연기하는 인형 탈’이 아닌 진짜 남극에서 건너온 펭귄으로 통하는 거고요.

 

본체와 내장의 상관관계! 일반 캐릭터와는 다르죠? 

탄탄한 세계관이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이 세계관이 콘텐츠 밖에서도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죠. 팬들은 이 캐릭터들의 세계관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또 하나의 놀잇거리를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문 쌤 커리 최고! 문 쌤 커리(큘럼) 타라!”며 문 쌤의 제자인 척 댓글을 달고, 펭수는 남극에서 왔는데 어떻게 한국말을 하냐는 의문에 “남극 유치원에서  한국어 과정을 수료했다”며 대신 해명을 해주기도 하면서요. 어때요? 지독한 컨셉에 흠뻑 젖어 든 팬들이 빚어내는 제2, 제3의 이야기들이 주는 재미가 꽤 쏠쏠하죠?

 

문쌤의 첫번째 제자.jpg 

 

MZ세대는 왜 이렇게 컨셉에 과몰입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MZ세대는 왜 이렇게까지 세계관, 그러니까 컨셉에 과몰입(믿는 척)하는 것일까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펭수와 그의 내장은 한 몸이고, 문 쌤은 빠더너스의 멤버 문상훈과 동일 인물이며, 카피추는 추대엽이라는 걸 만천하가 알고 있는데 마치 그런 얘길 처음 들어본다는 것처럼요. 그래서 MZ세대에게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펭수 탈을 쓴 사람이랑 펭수는 아예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요. 본계정, 부계정 나눠서 쓰는 거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강지영(19세, 펭클럽)

이 대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10대들의 상당수가 SNS를 사용할 때 본계정은 물론 부계정까지 갖고 있다는 건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린스타’ ‘핀스타’ 같은 말도 흔히 사용되고 있고요. 부계정(핀스타)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을 올린다고 해요. 이를테면 일기나, (드러내 놓고 덕질하긴 민망한) 취미와 관련된 게시물인 거죠. 반대로 본계정에는 좋은 곳에 가거나, 맛있는 걸 먹고, 예쁜 옷을 입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와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는 거고요.

 

핀스타와 린스타 속 나는… 대략 이런 느낌! 

 

핀스타 속 나와 린스타 속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철저하게 구분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핀스타를 굳이 궁금해하지 않아요. 그건 비밀이니까요! 설사 핀스타 속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고 해도, 그에 대해 ‘안물안궁’의 태도를 가지는 게 예의인 거죠.

이처럼 10대들 사이에선 자아를 용도에 맞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게 이미 익숙한 일입니다. 컨셉충 캐릭터들의 본체(혹은 내장)는 핀스타와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요. 펭수의 내장은 펭수가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부분이니까 ‘오케이, 안물안궁! 그냥 네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컨셉만 재미있게 봐줄게’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본캐’와 ‘부캐’를 구분하려 들지 마세요!

이렇게 생각하면 큰일!

 

요즘 MZ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놀이가 바로 ‘나 한남 더힐 사는데…’로 시작하는 허언증 놀이입니다.  (비슷한 예로 ‘나 대치동 은마 아파트 사는데’와 ‘나 반포 자이 사는데’가 있습니다. 일종의 ‘밈’이 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한남동의 빌라, 한남 더힐에 산다는 얘길 꺼내며 거짓으로 장난을 치는 거죠. “나 한남 더힐 사는데, 사람들이 나 아이유 닮았대” “나 한남 더힐 사는데, 한 달 용돈 천만 원이야” 하는 식으로요. ‘나 한남 더힐 사는데’밈은 이제부터 나오는 말은 다 진짜가 아니라는 걸 의미하는 암묵적 룰인 셈입니다. 이 밈이 컨셉충 캐릭터들의 세계관과 어딘가 비슷해 보이지 않으신가요?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요.

 

대한민국에 2/3가 한남 더힐에 산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이런 놀이 문화를 두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는 MZ세대’ 혹은 ‘허언증에 빠진 MZ세대’라고 단정하는 건 다소 게으른 분석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어떤 세대보다 더  진짜와 가짜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선을 긋는 법을 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관을 넘나들며 놀 수 있는 것이겠죠.

따라서 컨셉충들의 세계관에 빠져버린 MZ세대를 대할 때 “왜 저러고 놀아?”라고 깎아내리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답은 뻔하지만, 이들의 세계관을 ‘존중’하는 것일 겁니다.

 

사람 잘못보셨어요, 은이 언니… 

 

만약 펭수,카피추, 소련 여자, 빠더너스 문 쌤과 컬래버를 계획 중이시면 기억하세요! 이들의 세계관에 ‘잘’ 몰입할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걸요. 세계관에 자연스레 스며들지 못하면 오히려 촌스럽다는 오명과 함께 컬래버의 효과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세계관을 벗어나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거예요. 펭수를 초대해놓고 펭수가 아닌 탈을 쓴 연기자를 대하듯 하거나, 거나 ‘인형이니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툭툭 때리면 역풍 맞으실 수도 있거든요.(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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