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반모’ 대란이 일어난 적 있습니다. 두부 반 모 아니고요. ‘반말 모드’라는 10대의 유튜브 용어입니다. 대략 ‘우리 말 놓고 친하게 지내자’는 뜻인데요. 싸이월드 1촌 신청을 말로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모’ 외에도 ‘반박(반모 박탈)’ ‘윰차(유명 유튜버와 무명 유튜버를 차별해 반모를 받아주는 것)’ ‘설참(유튜브 디스크립션 참고)’ 등 신기한 유튜브 용어들이 라떼들을 충격에 빠뜨렸죠.

근데 그거 아세요? 인스타 해시태그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사실을요. 아래 사진은 흔한 10대들의 인스타를 캡처한 장면입니다.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리셨나요?

첫 줄을 뭘 반사해?

‘이제 겨우 반모 따라잡았는데ㅠㅠ 저건 또 뭔 말이야’ 싶으시다고요? 그렇다면 주목하세요. 지금부터 Z세대가 쓰는 해시태그를 낱낱이 해독해드리겠습니다. 특히 열심히 게시글을 올리는데 팔로워가 늘지 않아 고민인 인스타 담당자님들! 필히 주목하세요.

1. #좋반

#좋아요반사의 줄임말입니다. 네가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면 나도 가서 ‘좋아요’를 누르겠다는 뜻이죠. 파생 태그로는 #좋반해요 #좋반가요 등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likeforlikes, 줄여서 #lfl이 같은 의미입니다.

**여기서 응용문제

#좋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정답: ‘좋아요’를 반사한 뒤 내가 남긴 댓글은 삭제해달라는 뜻입니다. “나 네 거에 ‘좋아요’ 눌렀다?”는 무언의 압박인 동시에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좋아요’ 품앗이하는 거 굳이 남들이 알 필요 없잖아요?

2. #맞핱

맞하트. #맞팔처럼 하트를 주고받자는 뜻입니다. #좋반의 귀여운 버전이랄까요.

3. #fff

우리 모두 맞팔하고 소통하자는 말을 힙하게 쓴 겁니다. #followforfollow의 줄임말. ‘for’을 ‘4’로 바꿔 #f4f로 쓰기도 해요.

아님

4. #맞팔100
백프로 맞팔하겠다! 진정성을 호소하는 태그입니다. #선팔하면맞팔 약속해놓고 팔로워 수만 챙긴 후 입 닦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5. #좋테
: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테러, ‘좋아요’ 테러입니다. 자기 피드에 미친 듯이 ‘좋아요’를 눌러주는데 싫어할 사람 없겠죠? 많은 이들이 #좋테환영 #좋테반사 #좋테사랑 태그를 달고 테러범을 기다립니다.

6. #좋튀
‘좋아요’를 누르고 튄다.

7. #좋튀잡음
‘좋아요’ 누르고 튄 당신 잡아버리겠다. 튀지 말고 맞팔하자♡

8. #첫줄 #첫줄안녕
원래는 인스타 아이디 옆에 바로 글이 나오면 안 예쁘니까 엔터의 용도로 쓰기 시작한 태그입니다.

오른쪽보단 왼쪽이 예쁘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인스타 트렌드가 본문엔 글만 쓰고 태그는 댓글에 숨겨두는 것으로 바뀌면서 원래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그냥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검색에 걸리라고 달아두는 태그가 되었죠.

9. #첫줄반사
아까의 첫 줄과 다릅니다. 인스타 피드의 첫 줄, 즉 최신 게시물 3개에 ‘좋아요’를 품앗이하자는 뜻입니다. #좋반과 마찬가지로 ‘첫줄반사 후 댓삭부탁요!’ 같은 댓글이 달립니다.

10. #다렉환영
다이렉트 메시지(DM) 보내라는 뜻입니다. Z세대는 얼굴을 모르는 ‘인친’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합니다. #다렉할사람 찾는 태그도 33만 9,000개나 있네요.

11. #OO맞팔
#코덕맞팔 #공스타맞팔처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맞팔하겠다는 뜻의 태그입니다.

12. #19 #01
숫자만 덩그러니 쓰인 이 태그는 뭘까요? 나이 혹은 태어난 연도를 의미합니다. 태그에 자기 나이는 왜 쓰냐고요? Z세대는 나이 해시태그를 팔로우해놓고 동년배들이 어디 가서 뭘 하고 노는지 피드에 받아보거든요. 더 많은 사람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고 싶으면 나이 태그가 필수!
(피드에 뭘 받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이 기사를 읽어보세요)

0으로 시작하는 거 학번 아님

13. #가오픈
정식 오픈 전인 따끈따끈하고 힙한 카페, 식당을 의미합니다. 남들은 잘 모르는 + 예쁜 곳에 + 먼저 가보길 좋아하는 요즘 친구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태그죠. 요즘 애들이 찐으로 어디 가서 노는지 궁금하다면 꼭 알아둬야 할 태그입니다.

14. #인생네컷포즈
Z세대의 인스타 피드에 빠지지 않는 것 = ‘인생네컷’입니다. ‘인생네컷’은 연사를 찍은 다음 딱 4장을 고를 수 있는 셀프 사진관인데요. 성공적인 네 컷을 위해 포즈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마음에 들 때 #인생네컷 옆에 붙이는 태그가 #인생네컷포즈입니다.

15. #간맥
간단히 맥주. ‘간’을 ‘맥’이는 모임이라는 해석도 종종 보입니다.

16. #아큼
충격적이게도 ‘아이스크림’이란 뜻입니다. (주작 아님. 진짜) 인스타 ‘애기어’로 유행한 적이 있는데요. 싫어하는 사람들은 ‘언어 퇴화’까지 주장할 정도로 극혐하는 단어이니 사용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7. #보구밍
‘보고 싶다’를 귀엽게 쓴 단어입니다. 주로 럽스타그램에서 “우리 정국이 안 본 지 하루 밖에 안 됐는데 #보구밍” 같은 문장으로 많이 쓰입니다.

18. #아추아추
아이 추워 아이 추워.

19. #안자는사람
새벽 셀카가 있는 곳엔 언제나 이 태그가 함께합니다.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렉환영이 붙겠죠?

20. #퇴첵 #퇴첵인증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회사에선 우리의 출근을 체크하는 사람은 많아도 퇴근을 체크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또르르^_ㅠ) 반전은 이 태그를 직장인들이 아닌 공스타그래머들이 애용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루의 공부를 끝내고 책상 사진과 함께 #퇴첵인증. Z세대에게 SNS는 소통을 넘어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곳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배운 해시태그를 잘 다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 인스타 트렌드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본문엔 글만 쓰고 태그는 대댓글에 숨겨 단다! 바로 이런 식으로요. 태그 앞에 자신의 아이디를 한 번 더 써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클릭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