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젊은이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힙한 크리에이터를 섭외하라!’는 미션을 받아 봤을 겁니다.

 

그리고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디서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분들을 섭외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80%이상이고, 어렵게 연결이 되더라도 높은 확률로 거절을 당합니다. 연예인도 아닌데 그렇게 섭외하기가 어렵냐고요? 네. 요즘은 그렇습니다.

 

출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이때 우리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우리 회사 정도면 인지도도 꽤 높고, 비용도 업계 평균만큼은 주는데.

왜 이렇게 섭외가 안 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끼리 이야기해 봤자 답을 찾을 수 없을 게 뻔합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들에게 직접 물어 봤습니다 . 왜 힙한 크리에이터들은 우리 회사랑 일을 안 하려고 하는지. 부디 이 콘텐츠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기업 사이의 깊은 오해(!)가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섭외하는 우리도 외주 의뢰가 고픈 크리에이터도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0. 일단 주제 파악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랑 일하면 ‘홍보’도 되고 돈도 벌고 그야말로 윈윈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어디서 이름 좀 들어 봤다 싶은 크리에이터 정도면 기업이랑 콜라보해서 인지도를 높일 레벨이 아닙니다.

 

요즘 사람들은 “우와 소련여자가 OO 광고 찍었네. 소련여자 슈스 됐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OO 출세했네. 소련여자도 모델로 쓰고.”라고 생각하지.

 

그러니 윈윈에 대한 환상(=홍보 효과도 있으니 우리가 섭외하면 무조건 환영이겠지?)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그들의 이미지와 인기를 빌려오고 싶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해요.

 


1. 요즘 크리에이터들은 젊습니다. 많이요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우리와 ‘다른 세대’ 사람이라는 겁니다. 네, ‘90년생이 온다’의 그 90년생, ‘밀레니얼 세대’의 그 밀레니얼이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내가 섭외하고 싶은 크리에이터를 떠올린 후 그 분이 몇 살인지 검색해 보세요. 아마 생각보다 어려서 깜짝 놀라실 거예요. 어차피 나보다 잘 나가면 언니, 형이긴 하지만요.

 

출처 유튜브 채널 <대학내일>

 

 

정리를 해 봅시다.

 

우리 브랜드(제품)를 사랑해줄 소비자=젊다
예비 소비자가 사랑하는 크리에이터=젊다
밀레니얼에 간신히 턱걸이한 예비 늙은이=나(and 우리)

 

이게 우리가 크리에이터를 섭외할 때도 젊은이들의 소통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애들은 이래서 문제야. 물들어 올 때 노 저어야지. 일을 가려 받으면 되나?

우리 업계가 얼마나 좁은데. 계속 그렇게 해서 잘 되나 보자!

 

아마도 이런 태도로는 절대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를 섭외할 수 없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일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거예요. 보고 계시나요 부장님???


2. 다짜고짜 전화부터 하면 부담스러워요

 

섭외를 할 때 우리는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1. 크리에이터 채널에 공개 되어 있는 컨택 포인트(주로 메일 주소가 많음)로 간단한 섭외 개요를 보낸다. 자세한 내용은 통화로 설명 하겠다고 한다.
2. 답장이 오지 않자 초조해진 나머지, 크리에이터 개인 연락처를 수소문 한다.
3. 전화를 건다.
4. 받을 때까지 계속 건다.
5. 섭외 실패

 

위 섭외 과정에서 저희가 놓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뭔지 아시겠나요? 바로 MZ세대의 소통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MZ세대는 전화통화를 부담스러워 한다고 합니다. ‘콜 포비아’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2019년 잡코리아X알바몬 콜 포비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성인 46.5%가 전화를 무서워하는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해요. 또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X.Y.Z 세대가 소통하는 방법 조사를 보면 10대의 67%, 20대의 64%가 대화 시 선호하는 매체로 문자 메시지를 꼽았어요.

 

저희 때는 초면에 문자만 띡 보내면 성의 없다고 혼났었잖아요. 중요한 내용은 왠지 전화로 전달해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오히려 초면에 다짜고짜 전화부터 하는 걸 싫어한답니다. 가뜩이나 전화라는 수단이 익숙하지 않은데, 생판 모르는 남이 전화를 해서 같이 일 해보지 않겠냐고 한다? 왠지 호구 잡힐 것 같아서 거부감부터 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자세한 내용은 통화로 설명하겠다고 얼버무릴 게 아니라, 섭외 메일에 중요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적었어야 했던 거예요. 제안 받은 내용을 찬찬히 보고, 진행 할지 말지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나랑 뭘 하고 싶은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미팅 만능 주의자도 정말 싫다고 하네요.

 

 


3. 컨셉을 파괴하는 콜라보, 안 합니다

요즘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컨셉이 확실하다는 건데요. (관련 콘텐츠: MZ세대는 왜 이렇게 컨셉에 과몰입하는 걸까?)

 

종종 우리는 그들이 공들여 쌓아온 컨셉, 세계관을 무시하는 콜라보를 기획하곤 합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상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섭외해서 그림체를 바꿔달라고 우긴다든가, 우리 브랜드와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유튜버를 모델로 선정해 놓고는 콘티를 수정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든가.

 

출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요즘 세상에 돈 몇 푼 벌자고 컨셉에 맞지 않는 콜라보에 응하는 크리에이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소비자들도 컨셉과 동떨어진 기괴한 콜라보 상품을 원하지 않을 거고요.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와 콜라보 했다고 무조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 브랜드와 찰떡 같이 어울리는 크리에이터를 찾는 게 중요해요.

 

하나 더, 가끔 크리에이터를 하청업체 부리듯 하는 상사(혹은 고객사)가 있습니다.

 

우리 돈 들여서 우리 콘텐츠 만드는데 마음대로 수정도 못해?

네. 우리 맘대로 하고 싶었으면 콜라보가 아닌 자체 제작을 했어야 합니다. 그들의 컨셉이 훼손되지 않는 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도 이득이에요.

 

그리고 우리만 크리에이터들의 평판을 조회하는 게 아닙니다. 되도 않는 갑질 했다간 한 순간에 블랙 기업으로 찍힐 수 있어요.

 


 

4. 첫 메일에 꼭 들어가야 할 것, 돈 얘기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입을 모아 불평합니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린다면서 왜 얼마 줄지는 말 안 해줌? 얼마 받을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긍정적인 답변을 해.”
“작업물 언제까지 달라고는 잘만 말하면서, 돈 언제까지 준다고는 다들 말 안하더라?”

 

컨셉에 딱 맞는 기똥찬 기획이 있으면 뭐해요. 요즘 세대가 선호하는 소통 방식을 선택하면 뭐 하냐고요. 돈 얘기가 빠졌는데. 크리에이터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 이야기부터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비용은 얼마이고 지급일은 언제인지.

 

출처 MBC <무한도전>

 

물론 우리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기에 모든 일을 내 맘처럼 처리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입장,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죠. 하지만 우리의 역할은 프로젝트의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니까요. 쉽게 말해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섭외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니, 일단 섭외부터 하고 비용은 추후 협의하고 싶은 거겠죠.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건 상사(혹은 고객사)가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예산 이야기만 쏙 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산을 모르니 프로젝트 진행 가능 여부도 당연히 판단할 수 없겠죠. 참고로 최근에는 페이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워 놓은 크리에이터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인터뷰 페이는 n만 원, 일러스트는 장당 n만 원. 이런 식으로요.

 

비즈니스는 협의의 연속이고 상대를 이해한 상태에서 하는 협의와 자신의 입장에 갇혀서 하는 협의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매번 실감합니다. 이 기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마케터(담당자)와 크리에이터 모두가 ‘윈윈’하는 타협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캐릿의 4줄 요약
1. 어디서 이름 좀 들어 봤다 싶은 크리에이터 정도면 기업이랑 콜라보해서 인지도를 높일 레벨이 아니다.
2. MZ세대 크리에이터들은 다짜고짜 전화부터 하면 부담스러워한다.
3. 컨셉을 파괴하는 콜라보는 기업과 크리에이터 둘 다에게 마이너스다.
4. 첫 메일에 꼭 들어가야 할 것, 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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