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리뷰의 시대

선 댓글 후 감상. MZ세대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섬네일에 끌려 클릭을 했다면 본론부터 보지 않아요. 스크롤을 내려 댓글부터 읽습니다. 타인들의 리뷰를 통해 내 귀중한 시간을 투자할지 말지 고민해 보는 것이죠. 영화 예고편보다 별점을 먼저 보고, 배달의 민족 후기 읽느라 주문을 하지 못하는 상황. 2020년 #선리뷰시대 이야기입니다.

 

캐릿에서 리뷰 네이티브인 MZ세대를 파헤쳐봤습니다. 그들만의 리뷰 활용법과 리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모습에 대해서요.


1. 기회비용 0에 도전하는 ‘찐리뷰 감별 능력’

X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리뷰 덕분에 기회비용이 제로(0)에 가까운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가짜 리뷰로는 이들을 방해하지 못해요. MZ세대는 성장하면서 찐리뷰를 가려내는 능력이 시력과 함께 발달했거든요. 오래된 반복 학습으로 광고와 아닌 것을 골라내고, 거짓 리뷰를 귀신같이 가려냅니다.

 

저는 배민으로 음식 시킬 때 리뷰를 많이 봐요. 결정을 잘 못해서 오래 걸리긴 하는데 리뷰를 검토해서 구매한 음식은 절대 실패한 적이 없죠. 칭찬만 가득한 집은 믿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장단점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믿을 만하죠. 박귀향(24세, 대학생)

MZ세대가 신뢰하는 리뷰 키워드 #내돈내산 #한달사용기

 

MZ세대는 리뷰를 모두 믿는 것이 아니라 읽을 만한 리뷰만 똑똑하게 분리해냅니다. 요즘 신뢰하는 리뷰는 내 돈 주고 내가 산 ‘내돈내산’ 리뷰나, 장기간의 사용 경험이 담긴 ‘한 달 사용기’ 리뷰입니다. 영수증이 있어야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상품의 단점까지 말해줘야 더 믿을 수 있는 리뷰라고 칭찬합니다. 리뷰 작성자가 인플루언서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리빙 제품 구매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콘텐츠는 ‘일반인의 집·리빙 제품 후기·리뷰(41.1%)’라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 결과도 있어요.

 

전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리뷰하면 믿을 만하게 여겨지고 구매 의사가 생겼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쓰는 리뷰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냥 협찬이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죠. 오히려 한 달 사용기 같은 리뷰가 도움이 돼요. 정주은(16세, 중학생)

인플루언서가 리뷰 광고를 하는 경우에는 차라리 협찬임을 밝히고 설명하는 편이 수용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 리뷰로 덕 봤다면 ‘홍익인간 정신’ 발휘!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리뷰에도 적용됩니다. 좋은 것도 리뷰로 알리고, 나쁜 것도 리뷰로 경고한다는 마인드가 MZ세대에겐 기본으로 장착돼 있거든요. 특히 나쁜 것은 어떻게든 알려서 나와 같은 처지의 소비자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나서서 도우려고 합니다. 어떤 번역기도 읽을 수 없는 ‘에어비엔비체’로 괘씸한 숙박시설을 혼내주는 모습은 리뷰에도 홍익인간 정신이 담겨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줄부터 에어비엔비체로 본격 리뷰가 시작됨 / 출처 에어비엔비

 

심지어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소 글자 수를 꽉꽉 채워 리뷰를 남긴다는 한 고등학생은 본인이 구매한 물건에 리뷰를 자세히 남기지 못해 다른 사람이 실패했다는 후기를 보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고 했습니다.

 

장단점이나 특징을 세세히 남겨 다른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가끔 상품 질이 너무 안 좋거나 서비스가 불친절할 때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얘기해요.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사면 안 된다는 걸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요. 저도 도움받은 적이 많거든요. 정주은(16세, 중학생)

필수적으로 리뷰를 남기며 서로를 돕는 이유는 리뷰 세상에선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교수 평가, 강의 평가, 동아리 후기, 맛집 후기 등의 리뷰를 자주 남기는 대학생 김용진 씨는 “내가 겪은 교내 경험을 최대한 많이 나누려 한다”며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학교라는 동질감이 있어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믿을 만하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이라도 소속감 있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리뷰를 통해 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3. “리뷰야, 내 취향 알지? 알아서 골라줘~”

한편 요즘 리뷰는 취향을 큐레이션하는 방식으로도 적극 이용되고 있어요. 마케터 머리 꼭대기에 앉아 광고를 보는 똑똑한 MZ세대는, 리뷰를 이용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받고 있답니다.

 

왓챠에서 100개 작품에 별점 평가를 마치면, 내 영화 취향을 분석해줌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Whatcha)에서는 내가 별점을 매긴 영화 작품의 경향성을 분석해 새로운 영화들을 추천해 줍니다. 수많은 영화 중에 내 마음에 들 만한 작품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것은 모두 리뷰 덕분입니다. 많은 리뷰를 남길수록 더 정확해져요. (관련 기사: 나도 모르는 내 영화 취향, 앱이 알려준다) 화장품 정보 플랫폼 화해에서도 사용자 리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 시대에 사용자 리뷰는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데이터가 됩니다. 출시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솔직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내 리뷰를 AI가 알아서 분석해서 추천받아볼 수 있는 건 정말 편리한 것 같아요. 제가 일일이 알아보려고 하면 너무 귀찮잖아요.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성원 (28세, 대학생)

4. 리뷰요? 고양이 자랑하는 곳 아닌가요?

요즘 시대에 리뷰는 ‘리뷰의 역할을 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합니다. MZ세대는 리뷰를 후기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가지고 놀거든요. 인터넷 쇼핑몰 구매 후기란에 한 구매자가 뜬금없이 본인 고양이 사진을 올리자 너도나도 ‘우리 집 고양이도 보세요’라며 갑분 고양이 미모 자랑대회가 열린 것 좀 보세요. 누가 시작하자고 하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리뷰를 달면서 노는 것 자체가 MZ세대 사이에선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입니다.

 

출처 스브스뉴스 네이버포스트

또 이들은 과거 백일장 대회를 치르듯 본인의 글솜씨를 리뷰란에서 뽐내기도 합니다. 누가 더 맛깔나는 주접을 떨었는지, 이모지를 활용해 기막힌 스토리텔링을 펼쳤는지가 관건이죠. 웹툰 시장에는 ‘웹툰 보면서 제일 웃긴 것은 배댓읽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스트댓글의 인기가 대단한데요. 리뷰 남기기를 좋아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내 리뷰가 얼마나 ‘좋아요’를 많이 받았는지가 내 필력을 가늠해주는 척도가 된다고 합니다.

 

주접 댓글만큼 인기 있는 주접 댓글 / 출처 네이버 웹툰 ‘신의탑’ 리뷰

 

“주접 리뷰는 너무 좋은 마음을 표현할 때만 나와요. 그럼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너무 재미있다고 좋아해 주더라고요. 배달 앱의 경우, 제 리뷰에 ‘좋아요’ 수가 올라가고 덕분에 주문이 늘었다는 사장님 댓글까지 달리면 특히 뿌듯하죠.” 박귀향(24, 대학생)

5. 리뷰로 사장님 소환!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의 특정 브랜드 리뷰란에 동물의숲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한 이용자가 본인의 동숲 캐릭터에 해당 브랜드의 옷을 입혔으니 적립금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고, 무신사와 브랜드 측에서 대댓글로 장난을 받아치며 실제로 옷을 선물해줬습니다. 이 캡처 화면은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이 됐죠. (캐릿에서 리뷰를 남긴 사람을 인터뷰 한 기사도 있답니다)

 

출처 ‘트릴리온’ 무신사 판매 페이지

 

같은 달 배달의 민족에서는 소비자들이 리뷰를 통해 치킨집 대표이사를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리뷰에 친절한 답변을 달아 사랑받고 있던 하림맥시칸 태릉점의 영업 종료 소식에, 서울여대 학생들이 리뷰로 “너무 아쉽다. 그동안 감사했다. 다시 오픈해달라”는 내용의 리뷰 폭탄을 보냈고, 사장님의 화답과 더불어 나중에는 맥시칸치킨 대표이사까지 등장해 댓글로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기업 대표이사까지 온라인 세계로 불러낼 수 있는 리뷰의 힘! / 출처 배달의민족

 

MZ세대는 리뷰를 통해 기업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위 사례들처럼 리뷰가 가진 힘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방향성을 조정하기도 하고요.


기업에서는 리뷰를 늘리기 위해, 단순한 적립금 증정식의 이벤트를 많이 펼치고 있습니다. 또 반강제적으로 리뷰를 달게끔 간편한 설문조사 시스템으로 응답을 유도하기도 하죠. 하지만 무작정 리뷰 수치를 늘린 별점 인플레 현상은 좋지 않아요. 오히려 리뷰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 어린 대댓글이나, 리뷰로 함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야 MZ세대는 ‘아, 이 기업 참 일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답니다.

 

오늘의 집에서 인테리어 리뷰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 사진을 활용해 ‘전국 냥냥 자랑’ 프로모션을 기획한 것은 리뷰시대의 흐름을 잘 읽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빨리 리뷰 쓰게 해달라고 문의가 들어올 정도니까요↓↓ ↓

 

출처 오늘의집

 

캐릿의 5줄 요약
1. 찐리뷰 감별 능력을 갖춘 MZ세대에게, 거짓 리뷰는 먹히지 않음.
2. SNS 세상에서 리뷰는 소문처럼 빠르게 퍼져나감. 나쁜 리뷰는 더욱 빠르게.
3.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저절로 추천받는 초개인화 시대 이야기는 리뷰에도 적용됨.
4. MZ세대에게 리뷰는 콘텐츠를 뽐내는 장이 되기도 함. 리뷰를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함.
5. 리뷰로 기업과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며 브랜드의 방향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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