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고굽척’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고기를 굽는 데 열중한 일에서 유래한 신조어인데요. 유래 그대로 모른 척 시침 떼는 태도를 뜻합니다. 이렇게요. “냉장고에 뒀던 아이스크림 누가 먹었어?!” ‘앗, 너무 화난 것 같으니 일단 고굽척하고 다시 사 둬야겠다.’

 

용례가 이해 가시나요? 브랜드를 운영할 때도 의도치 않게 실수나 실패를 했을 때 ‘괜히 언급했다가 일을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구구절절 해명하기보다 ‘고굽척’ 하기를 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는 잊을 거야,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결될 거야, 이게 가장 쿨한 해결책이야, 라는 전략이 통했죠. 과거에는요.

 

그러나 점점 이런 태도는 약효가 다해가는 듯 보입니다. 적어도 MZ세대가 우리 브랜드의 중요한 소비자라면 고굽척은 신중해야 해요. 기억이 휘발되고 개인의 목소리가 닿는 범위에 한계가 있었던 시절은 다 지나갔습니다.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고요. MZ세대는 SNS/리뷰를 통해 아무리 옛날에 한 잘잘못이라도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화제로 만드는 ‘끌올세대’ 예요.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들
-MZ세대가 화내는 포인트를 도통 모르겠는 박 부장
-MZ세대 타깃 마케팅을 할 때 주의할 점을 알고 싶은 최 팀장
-‘끌올세대’가 뭔지 궁금한 유 사원


1. 끌올세대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산다

 

이 콘텐츠를 읽는 분들 중 ‘기업이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품질이 1순위여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포장만 잘하면 뭐 하냐면서요. 하지만 요즘 MZ세대가 말하는 품질에는 브랜드가 품고 있는 이미지도 포함돼 있어요. 10~20대 사이에서 소비를 통해 정치·사회적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거든요.

 

 

MZ세대가 끌올을 하는 이유는 공정함에 예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구입할 때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보여주는 캠페인과 스토리가 자신과 맞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리뷰로 사용 후기를 서로 나누는 것처럼, 브랜드의 평판 역시 공유하는 거죠. 이런 입소문이 아는 사람만 아는 데서 끝나지 않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세대 전체의 화제가 되기도 하고요. 따라서 MZ세대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건일수록 잘 끌어올려집니다. 해당 기업이 해명 대신 고굽척을 선택한다면 MZ세대는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될 겁니다. ‘나의 캐해석에 맞지 않는 브랜드네’, ‘사 봤자 자랑도 못 하고, 내 이미지까지 깎아 먹겠다’ 그리고 대체재를 찾아 떠나겠죠.


 

2. “끌올? 1도 안 힘들어요”

 

먼저 알아두셔야 할 점은 MZ세대는 더 이상 지속적인 불매에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밈화해서 놀이로 즐기기까지 해요.

 

일례로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갑질 논란에 휩싸인 브랜드의 신제품을 홍보하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제목은 ‘OO 제품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주목!’이고, 댓글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가 주를 이뤄요. 하지만 요지는 ‘OO 신제품 나왔다. 모르고 사는 일 없도록 하자’ 라는 걸 모두 알고 있죠. 심지어 특정 브랜드 제품인지 판독해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는데요. 이에 대한 MZ세대의 반응은 ‘오버한다’ 대신 ‘ 재밌고 신박하다’ 라는 의견이 대세였어요.

 

N사 제품은 무조건 걸러요. 불매하라고 주변에 알리는 친구들도 많아요.

요즘은 로고를 교묘하게 가린 상품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쎄하다 ’ 싶으면 검색해보고 구매를 피하는 편이에요.

귀향(25세, 프리랜서)

 

상품 하나 잘못 살까 봐 이런 고생까지 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구매 전에 후기부터 검색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유별나고 수고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또 하나, 끌올세대는 아무리 과거의 잘못이라도 사과와 해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끌어올립니다.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요. 얼마 전 N번방 성착취 범죄가 폭로되자,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는 과거에 로리타 광고를 냈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됐고, %%89%% 밈으로 요즘 MZ세대에게 가장 친숙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아동 성적 대상화 논란이 있는 브랜드라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과거였다면 이를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소비자는 소수였겠지만, %%61%%인 끌올세대가 등장하며 해당 기업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여론이 형성된다는 게 기업이 고굽척을 선택할 때 감수해야 할 리스크입니다.


 

3. 스스로 끌어올려 변화를 보여주세요

 

그렇다면 한 번 잘못 하면 MZ세대에게 사랑받기는 그른 걸까요, 영원히 낙인찍히는 건가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끌올세대는 변화와 성장도 날카롭게 알아차리거든요.

지난 3월, 만화가 천계영은 <하이힐을 신은 소녀(2007)>를 웹툰으로 재연재하면서 서문에 아래와 같은 컷을 추가했어요.

 

출처 다음 웹툰 <하이힐을 신은 소녀> 1화

 

‘그 땐 그랬지’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을 굳이 짚고 넘어 가는 건 지금 세대 독자들의 가치관을 지지한다는 작가의 의지 표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변화를 끌올세대는 놓치지 않고 바로 반응합니다. 

 

 

해당 편의 베스트 댓글 캡처

 

 

작가님께서 폭력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했던 예전 시대에 익숙한 세대면서도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반가웠어요.

이런 변화를 더 많은 창작자가 보여준다면

세상은 더 빠르게 좋은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W2are1nfinite(20대, 대학생)

기업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고민해야겠죠. 너희가 추구하는 공정성, 젠더 감수성,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우리도 존중한다는 태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MZ세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변한 게 팩트라는 것을 홍보를 통해 확인시켜줘야 하니까요! 참고 사례로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미디어 ‘뉴닉’은 ‘우린 MZ세대가 싫어하는 이런 단어 안 써요~’라는 취지의 용어 가이드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4. 누구를 쓰느냐≤어떻게 쓰느냐

 

광고 모델을 정할 때 화제성 이외의 요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모델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 끌어 올려져 기업이 반감을 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인기가 많은 대세 셀럽이라도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연예인이 맥주 광고를 찍거나, 여성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던 연예인이 화장품 광고를 찍는 경우 광고 효과는 커녕 마이너스로 작용합니다. MZ세대가 해당 제품을 파는 브랜드에 기대하는 이미지와 괴리가 크니까요.

 

출처 유튜브 ‘미선임파서블’ 채널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모델 꼼수 사용에도 MZ세대는 분노합니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만들어진 유행어만 따오고, 모델은 캐리커처로 대신하는 경우인데요. 해당 모델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동네 업체나 1회성 패러디면 모를까, 모두가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에서 이런 광고 방식을 사용한다면 쓴소리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MZ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선 누구를 기용하는지보다 어떻게 기용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같은 모델을 쓰더라도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포착해서 브랜드와 어울리는 메시지를 그려내는 것이 관건이에요. 최근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나이키’ 광고를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는 모습을,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솔직한 매력으로 유명한 박나래, 엠버를 앞세워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라는 메시지로 풀어냈죠.

 

 

익명의 27세 직장인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Check Point

그런데…이미 나간 광고를 어떡하냐고요? 추억의 광고를 가져와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로고침’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레트로가 트렌드입니다. 앞서 <하이힐을 신은 소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끌올 당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아성찰을 보여주면 MZ세대에게 좀 더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어요.


 

마치며. 끌올세대에게 진짜를 보여주세요

 

MZ세대 소비자를 인터뷰하면서 마지막에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 만회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공통 질문으로 물어봤어요.

 

 

 

 

잘못을 저지른 기업은 딱 2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확실한 사과와 꾸준한 개선 노력. 1회성 면피용 멘트(‘의도는 아니었지만 만약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죄송…’)는 이미 밈으로 취급될 만큼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올 거고요. 말만 앞세우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를 이어간다면 ‘비호감’에서 ‘극혐’으로 치닫는 지름길을 택한 꼴이 됩니다. 무엇보다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치열한 의견 교환을 통해 계속 앞으로 나아갈텐데, 따라가지 못하는 브랜드는 금세 외면당하겠죠. 대체품도 많은 시대고요.

 

하지만 진심은 언제나 통합니다. 패션 앱 ‘무신사’ 의 대처를 끝으로 소개합니다. MZ세대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인 역사의식 논란에 휩싸였지만, 빠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보여주며 전화위복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어요. 만약 추후에 해당 사건이 끌어올려지더라도 ‘얘네 달라졌던데’라는 반응이 따라오겠지요. 끌올세대는 잘못과 잘한 점 모두를 끌올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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