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물’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의 줄임말 입니다.
KBS 생활 정보 프로그램 아니고요! 인스타그램에서 Z세대에게 핫한 스토리 놀이에요. 자신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봐 달라는 스토리를 올린 후, 질문을 보내준 사람과 Q&A 타임을 갖는 놀이입니다. (지난 주 캐릿에서도 ‘무물로 노는 인플루언서블 세대’에 대해 살짝 다룬 적이 있었죠.)
무물은 ‘이것’의 등장 전후로 버전이 나뉘는데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제공하는 스티커를 이용해 본인 Q&A를 진행하는 모습이 과거의 무물 1.0이라면, 최근에는 ‘질문지’를 활용해 Q&A를 진행하는 무물 2.0으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 ↓
(속마음) 나는 1.0도 몰랐는데.. 2.0까지 나올 정도로 대세였던 것이냐?! 싶으시죠?
안타깝게도 네, 맞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지금부터 Z세대보다 더 자세히 알면 되니까요!
오늘은 ‘무물2.0’을 조금 더 깊이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왜냐? 이 단순해 보이는 놀이 하나에, 우리가 자칫 오해할 뻔 했던 혹은 미처 몰랐던 Z세대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그 오해는 흔히 이런 것입니다. ↓↓ ↓
Z세대 앞에는 흔히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가벼운 관계를 선호한다는 수식이 붙지만 사실 이들은 누구보다 소통을 잘하고 또 원하는 세대입니다. 다만 그 방법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죠. 어른들이 오프라인 중심이라면 Z세대는 온라인 중심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Z세대는 SNS에서 알게 된 상대와 실제로 만나고 친구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개방성이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온라인 게임을 자주하는 한 고등학생은 “온라인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 번호를 주고 통화도 자주 한다. 게임 얘기뿐만 아니라 그냥 사는 얘기를 하면서 친구가 된다”고 말했어요.
Z세대는 코로나19로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자, 화상 채팅으로 친구들과 노는 방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최근 유행했던 다양한 #OO챌린지나 빙고게임 모두 혼자 하기보다는 친구들을 태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죠. 이들은 온라인에서 놀며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알아가려 노력 합니다. “난 INFP인데, 넌 뭐야?”라며 친구를 소환하고 MBTI 궁합, 상황별 MBTI 특징 등을 보며 ‘이거 나다’, ‘저건 딱 너네’, ‘꺄르륵 깔깔’ 하지요. Z세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친구들을 사귀고 있답니다. 친구에게 질문을 받아야만 대답할 수 있는 무물 2.0도 같은 맥락이고요!
요새 대학생들은 zoom(줌)으로 화상 수업도 하지만 놀기도 해요. 캐치 마인드, 주변 물건 중에서 제시된 색깔 빨리 찾아오기, 손병호 게임 등등! 너무 재밌어서 녹화까지 했어요. 저희만의 방식으로 노는 거예요. 무물이나 각종 챌린지도 비슷해요. 인스타 DM을 하다가 카톡으로 넘어와서 계속 연락하기도 하고, 덕분에 자주 연락 못하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수도 있고요. 제 무물은 정성스럽게 답해주는 게 약간 콘셉트가 돼서 친구들이 ‘정성스럽게 답해줘서 넘 좋다’고 피드백을 줘요.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가 더 넓어지는 느낌? 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김민영(22세, 대학생)
어른 세대와 Z세대는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어른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밥, 커피를 마시면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들어오면 자꾸 밥을 사주면서 친해지려 하지요. 하지만 Z세대는 달라요. ‘왜 초면에 꼭 밥과 커피를 마시면서 친해져야 하지? 나도 불편하고 저 사람도 불편할 수 있잖아!’라고 생각합니다.
무물이 1.0→2.0으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Z세대의 이런 속마음이 반영됐습니다.
내 스토리를 보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질문지를 넣어버린거죠. ‘다양한 선택지를 줄 테니, 시간 되면 여기서 하나 골라줘!’라는 식으로 접근한 겁니다. 왠지 거창한 질문을 해야만 할 것 같고 궁금한 걸 스스로 생각해내야 해서 살짝 난처했던 무물1.0이 2.0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편하게 다가왔고, 실제로 질문지가 없었던 시절보다 인스타 스토리의 박음질이 훨씬 촘촘해졌다고 합니다! (질문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는 뜻)
사실 예전에도 친구들이 올린 것들 봤었는데 친한 친구여도 질문 하기가 귀찮고 부담스러워서 넘긴 적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아무도 질문을 안 할까 봐(…) 올리기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질문지가 생긴 뒤 심심해서 올렸더니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물어봐줬어요! 심지어 나중엔 계속 답변 올리는 게 눈치도 보일 정도로요..! 하지만 그만큼 나랑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기분 좋았어요. ㅎㅎ 오승연(26세, 대학생)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런 Q&A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추억의 싸이월드/버디버디 백문백답을 기억하시나요? 양식에 맞춰 자문자답하고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올려두는 형태였죠. Z세대는 이 양식을 비틀고 변형시켜 하나의 놀이로 무물2.0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누군가 질문을 해야만 답변을 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이 되도록 말이죠. 또 질문지 양식을 직접 변형하기도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A or B) 형태의 질문들을 넣거나,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섞인 트렌디한 질문지를 만들어 공유하죠.
어른들이 신문을 본다면 Z세대는 뉴닉을 봅니다. 똑같이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지만 표현하는 방법,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죠. 밀레니얼 친구들이 진지한 것들을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성의 진부한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최대한 재미있고 편하게, 하나의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것일 뿐이죠! 무물을 체험한 한 학생은 “생각보다 진지한 질문, 깊은 고민을 해야하는 질문들도 많아 놀랐다. 하지만 놀이로 생각하니 니 거부감이 덜했다”고 말했습니다.
Z세대에게 말을 걸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라떼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진지한 질문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각 잡고 만나서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무물은 제가 답변의 순서를 정할 수 있잖아요! 원하는 질문에만 답변할 수도 있고요. 유쾌하고 가벼운 안부 인사 사이사이로 진지한 질문들 몇 개에 답하는 건 부담스럽지 않아요. 재미있는 인터뷰를 하는 느낌? 그래서 저도 어색함이나 민망함 없이 답변 할 수 있어요! 안재은(25세, 대학생)
이제 왜때문에 무물2.0이 Z세대에게 인기인지 파악되셨나요?
시간이 없어 스크롤 내리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린 당신을 위해!
캐릿의 3줄 요약
1. Z세대는 무물과 같은 방식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익숙하고 또 재미를 느낀다.
2.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상황에서도 혹시나 부담을 주진 않을지 상대를 배려하고자 한다.
3. 진지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진부한 방식을 싫어할 뿐!
많은 기업들이 SNS를 운영하면서 실시간으로 대댓글 답변을 달며 고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Z세대도 본인이 남긴 댓글에 응답해주는 화면을 캡처해 공유할 정도로 대댓글을 환영하고 있죠. 코카콜라 트위터의 답변 하나에 완전 귀엽다며 신나하는 Z세대 좀 보세요.
오늘도 Z세대를 우리 팬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시는 SNS 담당자님들! 댓글 소통도 좋지만 이 시점엔 무물2.0을 적극 활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주 트렌디한 기업이라고 소문날테니까 말이죠. 예를 들면 이렇게요! (보고 있나,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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