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호감을 표시하는 법을 모를 때 생기는 일.jpg

(인터넷에 떠도는 리뷰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배달 앱 리뷰입니다. 신고, 마약, 혼쭐… 얼핏 봐도 과격한 단어들이 난무하죠?

 

사실 해당 리뷰를 남긴 손님은 악플을 단 게 아니라,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본다. 난 이 피자에 중독됐다. 조만간 매장에 방문해서 피자를 직접 내 손으로 맛보고 싶다’라고 극찬을 남긴 거예요. 요즘 MZ세대는 좋을 때 화를 내거든요! 

 

10~20대가 진심으로 좋을 때 사용하는 표현은 격합니다. 오히려 그냥 ‘좋아요’라고만 말할 땐 의심해보셔야 해요. 그건 진짜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그렇다’ 혹은 ‘별 생각 없다’는 뜻일 수 있거든요. 좋으면 좋을수록 더 과격하게 표현하는 것이 MZ세대식 표현법인 겁니다.

좋네 = 그냥 그렇네 < 미친 = 너무 좋아!

 

이 말인즉, MZ세대 소비자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만 곧이곧대로 믿고 안심해선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MZ세대의 화법을 잘 파악하셔야죠! 그래야 그 속에 숨은 뜻을 잘 캐치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캐릿이 10~20대가 자주 사용하는 반어법을 모아 사전 형식으로 꾸려봤습니다. 이거 다 읽고 나시면, 적어도 MZ세대가 찐으로 좋을 때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들
– 어제 업로드한 콘텐츠에 달린 댓글이 악플인지, 칭찬인지 구별 안 되는 오 과장
– 10~20대가 자주 사용하는 말투 배워서 트렌디하게 바닥 글 뽑고 싶은 마케터 윤 대리
– ‘미쳤다’ ‘도랐다’ 라는 말에 상처받았던 대학생 대외 활동 운영자 신 매니저

 


그런데 왜… MZ세대는 좋으면서 화를 내는 걸까?

맛있어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MZ세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의문점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왜 요즘 10~20대는 칭찬할 때 ‘굳이’ 반어법을 쓰는 걸까요? 그냥 대놓고 칭찬해주면 서로 오해 생길 일도 없고 좋을 텐데요. 그래서 캐릿이 직접 MZ세대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듣고 보니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이유가 있더군요.

 

최애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좋아서 화나’ , ‘좋아서 어이없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이렇게 격하게 표현해야 제가 좋아한다는 걸 남들이 다 알아주고, 반응해주거든요. 그래서 점점 더 과격하게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좀 관종 같죠? ㅋㅋㅋ 또 감정을 오버해서 표현하는 게 하나의 놀이가 되기도 했어요. ‘주접 댓글’ 아시죠? 유명한 주접 댓글 중에 ‘(너무 좋아서) 지구 뿌신다’는 댓글이 있는데, 이게 재미있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더한 걸 만들어 내요. ‘우주 뿌셔’ ‘좋아서 벽 치다 원룸 됐다’는 식으로요. 거의 누가누가 더 주접 잘 떠나 대결하는 것 같아요. 이게 10~20대한테는 노는 거예요.

김다은 (25세,  만렙 주접러)

 

왜 좋으면서 화를 내는지 감이 좀 오시나요?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 남들이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MZ세대는 유독 ‘나’를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최근 10~20대 사이에서 MBTI가 대유행 중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남들이 내가 이런 사람인 거 알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욕망을 자신의 MBTI 유형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거죠. 사실 세대 불문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픈 욕망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MZ세대는 이 욕망을 절제하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게 미덕인 세대라는 겁니다. (참고 콘텐츠: 인플루언서블 세대가 온다! 협찬받고 이벤트 여는 요즘 Z세대)

 

그러니 좋아하는 게 생겼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거 남들은 안 궁금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맘속에만 담아두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 남들이 다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쪽인 거죠. 그래서 MZ세대에겐 ‘내가 이만큼 좋아한다’는 걸 모두에게 알릴 수 있는,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표현법이 필요했을 겁니다. 바로 좋으면서 화내는 거요!

 

2. 좋을 때 화내는 거 = MZ세대가 노는 법

요즘 주접 댓글이 유행인 거 다들 아시죠? 그래서인지 콘텐츠는 보지도 않고, 주접 댓글을 먼저 읽는다는 10~20대가 꽤 많더라고요. 팬들이 쓴 주접 댓글을 읽고 아이돌이 직접 리액션하는 콘텐츠도 인기입니다. 이쯤 되면 주접 댓글 문화는 MZ세대에게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점점 더 재미있는 주접 댓글을 쓰기 위해 표현이 격해지는 중입니다. 앞서 인터뷰이가 말한 것처럼 ‘지구 뿌셔 → 우주 뿌셔 → 좋아서 벽치다 원룸됐다’로 진화하는 식인 거죠. 좋아서 화를 내는 것도, 점점 격해지고 있는 주접 표현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MZ세대가 너무 좋을 때 사용하는 짤. 벽 뿌셔!!!


 

MZ세대 반어법 사전 

자, 이제 실전 팁입니다. 좋으면서 화내는 MZ세대의 반어법 속 숨은 뜻은 알려드립니다.

 

 

– [명사] 도른 자, 도른 놈 / [동사] 도랐다

<뜻>

1. 너무 웃긴다는 뜻.

2. 다수의 ‘ㅋ’과 함께 사용됨. 두 줄 이상의 ‘ㅋ’과 사용될 경우 웃겨 죽겠다는 의미. 예) 도랐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례>

MZ세대는 진짜 웃길 때 ‘웃기다’가 아니라, ‘도랐다(돌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아 웃곀ㅋㅋ’ ‘개 웃곀ㅋㅋ’만으론 담을 수 없는 벅찬 재미를 표현하고 싶을 때 ‘도랐다’를 시전하는 겁니다. 만약 기업에서 운영 중인 SNS에 ‘도랐다(돌았다)’라는 댓글이 달렸다면, 그날은 축배를 드셔도 좋습니다. MZ세대에게 제대로 먹혔다는 뜻이니까요. 최근 화제 몰이 중인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장하는 빙그레우스 같은 자가 10~20대 사이에서 알아주는 도른 자로 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동사] 져! 

1. 꺼지긴 꺼지는데, 내 입속이나 내 맘속으로 꺼지라는 뜻. 한마디로 나에게 오라는 의미.

2. 너무 좋아서 대상과 물아일체 되고 싶을 때 주로 쓰임.

 

<용례>

출처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봤을 때 MZ세대는 이렇게 외칩니다. 내 입으로 꺼져! 최애를 좋아하는 마음을 격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 내 맘속으로 꺼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만약 신제품이 출시됐는데, 내 맘속으로 꺼지라고 한다? 필시 좋은 징조입니다.

※주의※ ‘내 OO으로’가 붙지 않고 그냥 꺼지라고 하는 건 진짜 꺼지라는 뜻 맞습니다. (눈물)

 

 

– [동사] 고소한다, 신고한다

<뜻>

1. 퀄리티가 훌륭하므로 공공기관(?)에 알려서라도 널리 칭찬받게 해주고 싶다는 의미.

2. 중독될까 봐 두려울 정도로 아주 만족스럽다는 뜻.

 

<유의어>

법적 조치 취하겠다: 이렇게 훌륭한 기업은 법적으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는 뜻.

 

<용례>

배달 앱 리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10~20대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마약’이라고 부릅니다. (ex. 마약 김밥) 계속 먹고 싶을 정도로 중독됐다는 의미인 거죠. 마약 OO은 맛있어서 위험하고 → 위험하니까 신고해야겠다는 논리입니다. 명쾌하죠? 물론 장난으로라도 송사에 휘말린다는 건 살벌한 일입니다만, 그 정도로 좋다는 뜻이니 너무 쫄지 마세요. MZ세대가 맛집에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찬사거든요.

 

 

– [동사] 뿌시다

<뜻>

1. ‘귀엽다’라는 뜻. ‘부수다’가 아닌 ‘뿌시다’로 써줘야 올바른 표기. 주어로 벽 또는 지구가 오는 경우가 많음.

2.  벽 or 지구 뿌셔!(원급) – 우주 뿌셔! (비교급) – 좋아서 벽 뿌시다 원룸 됐다(최상급)

 

<용례>

 

아이돌 그룹 (여자) 아이들 콘텐츠에 달린 댓글

 

주접 댓글에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왜 우리도 귀여운 거 보면 ‘깨물어주고 싶다’라고 표현하잖아요? ‘뿌시다’도 이런 뉘앙스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깨물어주고 싶다’가 주접 문화와 만나 ‘뿌시고 싶다’로 한층 과격해진 거죠. 주로 개나 고양이, 혹은 정말 좋아하는 최애의 사진을 봤을 때 MZ세대는 벽 뿌셔, 지구 뿌셔, 우주 뿌셔 등을 외칩니다.

 

 

– [형용사] 일 못 하네

<뜻>

1. 주어가 ‘홍보팀’인 경우, 진짜 일(홍보)을 못 한다는 의미보단 ‘이토록 좋은 게 이거밖에 안 알려졌다니!’라는 안타까움의 표현으로 사용됨. 제품이 알찬 것에 비해 홍보가 덜 됐다는 뜻.
2. 홍보만 그럴싸하게 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다는 의미가 담긴 최고의 칭찬.

 

<용례>
대표적으로 수년째 일 못 한다는 소릴 듣고 있는 LG 홍보팀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LG 제품이 튼튼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걸 ‘홍보팀이 일을 못 해서 (더 널리 알려졌어야 하는데) 덜 알려졌다’라고 반어적으로 돌려 말하는 MZ세대가 많거든요. LG 홍보팀 ‘일 못 하네’가 인터넷상에서 거의 처럼 사용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LG 제품을 나서서 대신 홍보해주는 네티즌들도 생겼고요. 네, 본업을 충실하게 잘한다는 이미지가 생기면, 홍보는 MZ세대가 알아서 해줍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홍보 안 하시면 안 돼요)

 

 

– [형용사] 이거 허위 광고네

<뜻>

1. 제품의 실물이 광고보다 낫다는 의미.

2. 보통은 과대광고를 허위 광고라고 하지만, 광고 이미지보다 실물이 더 훌륭한 과소 광고(?)도 허위 광고라는 의미로 사용됨.

 

<용례>

 

출처 더쿠

 

MZ세대에게 허위 광고로 자주 고발되는 곳이 있습니다. 치킨 브랜드 맘스터치입니다. 광고 이미지에 나오는 햄버거보다 실물 햄버거가 더 커서 화제가 됐거든요. 와플대학도 허위 광고로 유명합니다. 메뉴판 사진보다 토핑이 훨씬 많이 올라간 와플을 내놓아서요. 한마디로 혜자스럽다는 거죠. 식음료 업계인데 허위 광고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인심 넉넉하게 많이 주는 곳으로 브랜딩 성공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동사] 혼쭐내야지

<뜻>

1. 많이 팔아주겠다는 뜻.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만들어서 혼쭐을 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됨.

2. 주로 착한 일을 많이 한 기업이나 브랜드를 칭찬할 때 사용하는 표현.

3. 좋아하는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기업 보라고 하는 말로도 사용됨.

 

<유의어>

돈쭐내주겠다: 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뜻. ‘돈’과 ‘혼쭐’의 합성어.

 

<용례>

 

선행을 베푼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MZ세대가 내리는 은총이 있습니다. 바로 ‘혼쭐’입니다. 작년, 홍대의 한 파스타 가게가 결식아동 카드를 보여주지 않아도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걸 본 10~20대들은 커뮤니티 등에서 ‘이렇게 착한 가게, 내가 혼쭐 내주러 가야지!’라고 말하기 시작했고요. 결국 이 파스타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뤄 제대로 혼쭐난 것은 물론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조금 다른 맥락에서 혼쭐이란 단어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최애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를 혼쭐 내주겠다는 아이돌 팬들이 많아진 겁니다. ‘내가 돈 많이 쓸 테니까, 우리 애들 광고 모델로 쭉 써달라’는 의미인 거죠. 즉, 혼쭐은 자신의 소비력이 무기임을 알고, 이를 (선한 의도든, 목적성 짙은 의도든) 잘 써먹을 줄 아는 MZ세대의 모습이 반영된 반어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부록> 그 밖에 유용한 표현

– [동사] 화난다

<뜻>

1. 호감을 표현하고 싶은 상황에 두루 사용됨.

2. 화난다 (원급) – 짜증 난다 (비교급) – 빡친다 (최상급)

– [명사] OO 바보

1. OO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

2. ‘OO밖에 모르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용되기도 함. 예) 고객밖에 모르는 바보

 

– [동사] 제정신이냐?

1. 이렇게 좋은 걸 이 가격에 판다니, 가성비 최고라는 뜻.

2. ‘사장님이 미쳤어요’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됨.

 

– [동사] 심장에 무리가 온다 / 심장이 아프다

1. 너무 좋아서 심장에 무리가 올 정도로 심박 수가 증가했다는 뜻.

2. 말 그대로 받아들이고 119에 신고하면 큰일 남.

 

– [동사] 위험하다
1. (내가 여기 빠질까 봐) 위험하다는 의미.

2. 즉 매력 넘친다는 뜻.

 


 

P.S 좋을 때 화내면, 싫을 때는?

MZ세대는 좋을 때뿐 아니라, 싫을 때도 반어법을 씁니다. 네, 오히려 열광하는 척하는 거죠. 보통 칭찬할 때 사용하는 ‘갓(god)’ 같은 수식어가 이럴 땐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신제품 나왔다고 홍보해주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이 제품도 불매해라’라는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요. 이렇게요! 

 

물론 10~20대의 대화 방식이 모두 반어법으로 이뤄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게 반어법인지, 아닌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MZ세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요. 나아가 어떤 식으로 10~20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을지 힌트를 얻으실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콘텐츠를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이제 꺼지세요!!! (캐릿 맘 속으로♥)

 

캐릿의 3줄 요약

1. MZ세대가 좋을 때 화를 내는 이유는 그만큼 많이 좋아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반어법!

2. 10~20대가 반어법으로 호응해준다는 건 그 기업 또는 브랜드가 브랜딩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3. 좋을 때뿐 아니라 싫을 때도 반어법을 사용한다. 그러니 이게 반어법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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