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똥!

 

이런 업무 메일을 받으셨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분명 요즘 반려동물이 치트키처럼 잘 통하는 소재가 맞고, 재밌기도 하지요. 광고 법칙의 고전인 3B(Baby, Beauty, Beast) 법칙 역시 동물이 나온 광고는 어지간해선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해오고 있고요. 그러나 동물 콘텐츠는 이런 가벼운 발상으로 시작했다간 본전도 못 찾고 뭇매를 맞기 십상입니다. 첫째로 말할 것도 없이 생명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있고요, 다음으로 콘텐츠를 주로 소비할 MZ세대가 라떼들의 상상 이상으로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대체 어떤 동물 콘텐츠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걸까요? 관세청 인스타는 왜 좋아하는 건데… ! 반려동물 콘텐츠를 만들기 전에 꼭 알아야 할 MZ세대의 마음, 먼저 깜짝 놀랄 만한 통계부터 보여 드린 뒤 소개하려고 하니 계속 스크롤을 내려 주시길 바랍니다.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들
– MZ세대는 동물을 좋아하니까 분명 동물 소재를 환영하겠지, 라고 생각하신 분
– 랜선 집사 대상으로 마케팅을 처음 준비하려고 하는 송 대리
– 반려동물 콘텐츠 일단 뭐라도 시작해보자는 높은 분께 보내드릴 자료가 필요한 주 사원


 

반려동물에 진심인 MZ세대의 모습.zip

1. 10대 여성은 미래의 가족으로 자녀보다 반려동물을 선택했어요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 <10대의 사랑·가치관> 보고서

 

지난해 2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10대의 사랑·가치관>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여성 응답자 중 미래에 희망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반려동물을 선택한 사람이 자식을 선택한 사람보다 많았어요. 그리고 이들은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유일하게, 비혼이나 비출산 가정을 꾸리길 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통적인(이성간 결혼, 친자식) 형태의 가정을 원하는 비율보다 높은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동물이 가족의 부속물이 아니라 기존 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생긴 거예요.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잖아요. 이런 단어 사용에도 인식 변화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소유하고 키우는 동물에서 ‘함께 사는 가족’의 개념으로요. 송다은(25세, 직장인)

 

2. 육아 수당 대신 반려동물 수당을 주는 회사가 등장했어요

MZ세대에게 특히 인기 있는 화장품 브랜드 러쉬 코리아는 비혼 직원에게 육아 수당을 대신해 ‘반려동물 수당’을 주는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경우, 유급 휴가도 지급하고요.

 

회사에 정식으로 비혼 선언을 했고, 이후 월 5만 원씩 반려동물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반려동물 수당’을 받았을 때, 회사에서도 우리 삼순이(반려견)를 내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느낌이었어요. 금전적인 혜택보다 회사가 내가 선택한 가족 형태를 존중해준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한OO (36세, 러쉬코리아 직원)

 

3. 반려동물 보험 가입자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예요

소중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장기적인 지출 계획을 미리 세우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메리츠화재는 “반려동물 보험 상품의 가입자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라고 발표했어요. 보험 상품은 보통 40대 이상 가입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런 통계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위해 적금과 같은 금전적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어요.

 

예전엔 몰랐는데, 강아지가 잔병치레를 겪기 시작하며 반려동물 적금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취업을 하고 나서부터 언니와 함께 10만 원씩 강아지 비상금 용 적금을 붓고 있어요. 조화정(27세, 직장인)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비용을 들여 IoT 기기(펫캠)를 설치하기도 해요

 

Check Point
이처럼 MZ세대 사이에서 반려동물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인식과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동물을 다루는 콘텐츠가 얼마나 ‘동물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동물 콘텐츠를 시작하기 전에 꼭 주의해야 할 점을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MZ세대가 반려동물 콘텐츠를 볼 때 체크하는 것.zip

 

1. 동물을 어디서 어떻게 데려왔는지부터 신경씁니다

유명인이 반려동물을 공개했을 때 펫숍에서 사 온 게 아니냐는 논란이 생기는 것을 본 적 있으시죠. 대형마트에 가서 예쁜 동물을 골라 구입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예전과 달리, MZ세대는 펫숍 분양에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사지말고입양하세요 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펫숍 분양을 이용하지 말고 유기동물을 입양하자는 캠페인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요. 각종 뉴스로 펫숍에 공급할 동물을 번식시키는 일명 ‘공장’에서 동물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펫숍에 ‘전시’돼 있는 강아지들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만 알아봐도 펫숍을 소비할 순 없을 거예요. 평생 작은 케이지에 갇혀서 출산만 하다 죽는 어미견들을 생각하면 너무 슬퍼요. 반려동물을 상품처럼 사오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평생 그들을 키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윤OO(24세, 대학생)

 

같은 이유로 특정 품종견·품종묘가 나오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은 종이 반짝 인기를 얻었다가 유행이 식으면 유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Check Point
“귀여움이 모든 걸 이긴다”라느니, 품종 있는+새끼 동물이 나오는 귀여운 동물 콘텐츠면 무조건 사랑받는다는 공식은 옛날 얘기예요. 요즘 MZ세대는 동물을 진심으로 위하는 콘텐츠에 열광합니다. 유기 동물을 챙겨준다거나, 반려동물과 더 잘 지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돼요.

 

유튜브 채널 캡처 / 길고양이를 가족처럼 돌보는 일상을 담아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2. 특이한 동물이 나오는 콘텐츠라고 무조건 좋아하진 않아요

지난달 한 트위터 이용자가 사고를 당한 오리를 구조해서 돌보게 된 내용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후 이 게시물과 관련해 미디어의 취재 요청을 받자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처 @Buddha_loves_me(트위터)

 

실제로 이와 관련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시적 관심으로 오리를 입양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한 사람이 나타나 분노를 사기도 했어요. 이런 사례가 모여 MZ세대 사이에선 특이한 동물이 관심을 받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로 흔하지 않은 동물일수록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동물을 무책임하게 입양하는 사람이 이를 섬세하게 신경 쓸 가능성은 적으니까요.
얼마 전 한 유튜버가 알파카를 생일 파티에 데려가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있었잖아요. 알파카는 소음이 심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반려동물을 가족이 아니라 유튜브나 SNS에서 주목을 얻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정말 화가 났어요. 허서경(26세, 대학 졸업생)

 

유튜브 수익을 목적으로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낸 사건을 몇 건 알게 되고 나선, 예쁨만 강조하는 동물 콘텐츠를 보면 가치가 없어졌을 때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돼요.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영상에서 티가 나는 채널이어야 재밌더라고요. 손배정(27세, 직장인)

 

3. 재미보다 동물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휴지벽챌린지 또는 #투명벽챌린지 콘텐츠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동물들의 반응을 관찰하거나 진기명기에 도전하는 이런 챌린지 콘텐츠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재미가 보장된 주제입니다. 다만 흥하는 챌린지에는 이를 걱정하는 MZ세대의 반응도 따라붙습니다. “(동물들이) 원해서 하는 것 맞냐” “위험하진 않냐”는 것이죠.

 

반려동물 챌린지 콘텐츠

 

콘텐츠를 만들 때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장난의 수위를 낮추고, 주변 모니터링도 적극적으로 받는 편이에요. 제 입장에선 반려동물과 종일 붙어 있으면서 괜찮다는 걸 알고 하는 행동인데, 편집된 부분을 본 사람들에겐 다른 의도로 전달될 수도 있으니까요. 유튜버 <아리랑은 고양이 내가 주인>

 

Check Point
이미 반려동물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다면 댓글을 잘 살펴보고 적절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의 인터뷰에 응한 유튜버는 나쁜 반려동물 콘텐츠의 예로 “안 좋은 행동을 댓글로 지적받았는데, 이후 전혀 수정이 안되는 것”을 꼽았어요.


 

MZ세대 자문단이 공통적으로 말한
<반려동물 콘텐츠 볼 때 걱정되는 점.list>

 

1. 동물을 어떻게 데려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2. 예능 촬영이 끝난 뒤에 동물들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3. 무조건 재밌거나 귀여운 장면만 강조하는 건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멀리서 찍는 다큐가 마음 편함)
4. 여러 마리가 함께 살 때 스트레스를 받진 않을지 걱정된다.
5. 자극적인 챌린지가 주목받으면 따라하는 사람이 늘어날까봐 걱정된다.
6. 무책임한 입양이 생기지 않도록,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데는 많은 노력과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면 좋겠다.

 

이런 거 다 신경 쓰다 노잼 된다고요?

다시 관세청 인스타그램을 살펴봅시다. 지난 5월 26일, 은퇴한 탐지견을 민간에 공개 분양한다는 소개글을 올려 또 한 차례 주목을 받았어요. MZ세대가 관세청 콘텐츠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이유는 탐지견을 데리고 무리한 도전을 하거나 어떤 연출을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면서 돌보는 사람의 애정까지 함께 전달했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은퇴한 탐지견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에 MZ세대가 공감과 호평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제작자로서 재미를 신경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 충분히 이해하지만요. MZ세대 랜선 집사들에겐 동물이 힘들어하는 콘텐츠가 제일 노잼이라는 점을 꼭 알고 계셔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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