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0대를 졸업하는 직장인입니다. 20대의 끝에서 누구에게라도 이 말을 전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는 하루 10시간을 일하기 싫은 마음과 싸우다가 퇴근하는 고단한 날을 보내곤 했습니다. 전 직장은 학부 때 전공을 살려보겠다는 마음으로 입사해서 버티다가 스트레스로 몇 달을 병원 신세 지고 퇴사하게 되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만 나네요.
금요일이면 노트북을 들고 퇴근해 주말에 연장 업무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당시 집에서 일하기 싫어 울면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 제가 웃겼던지 언니가 동영상을 찍었는데요. 언니는 아직도 그 영상들을 본인이 우울할 때마다 즐겨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영상 찍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것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많이 부끄럽네요.
이직을 하고 연차가 쌓이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이전보다는 나아지더군요. 그러나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일을 맡을 때마다 다시 스트레스가 높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한도초과라는 것을요. 취업 준비 중인 친구가 저를 부러워하는 모습도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친구의 미래가 더 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미 번아웃 상태였고 더 이상 유지할 체력도 없었습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공감해주고 걱정을 나눠주던 친구는 “너의 직장이 밥벌이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서 해보라”고 저를 설득시키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회사를 관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철없는 생각일 뿐이며 시간 낭비라고 치부해버렸거든요. 매일의 퇴근길과 출근길이 괴로웠음에도 다들 이 정도는 하면서 산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스트레스는 당장 해결되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니 그냥 두면 적당히 줄어들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스트레스성 위염과 장염으로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고민 끝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단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건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이었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의 부담이 없었습니다. 포기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 일단 해보자!
그래서 저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도전하기 시작했어요. 우선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니까 커피 학원에 등록해서 커피 내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원두 계량도 틀리고 허둥 지둥의 연속이었지만 배우고 싶었던 일이라 그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한 달 정도 배워보니 커피머신의 조작법과 사용법을 대략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한 가지 위시리스트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글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친구네 작업실에서 글을 써보고 있는데요, 작가인 친구가 해주는 조언은 팩트 폭행이어서 들을 때마다 아픕니다. 그래도 이런 생활이 참 행복해요. 내가 나의 후원자가 되어 나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야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전 처음으로 보드게임을 제 돈 주고 사봤습니다. 집에 가면 정말 게임을 할까 싶었던 우려도 잠시, 언니와 게임을 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더라고요. 왜 게임만 하면 어린 아이처럼 유치해지는지 모르겠지만 이때만큼 크게 웃을 일도 없는 것 같아요. 참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삶을 더 입체적으로 느끼고 여유 있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제가 힘들 때 느꼈던 세상이 2D 흑백영화였다면, 지금에서야 4D 영상의 세상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정말 작은 시도들임에도 제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즐겨듣던 라디오의 DJ 노홍철 씨의 라디오 엔딩 멘트로 글을 마치고 싶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순간의 행복들이 모여 살아갈 힘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를. 제가 길을 조금 돌아오는 동안 깨달은 이 행복을, 누군가는 지름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Writer 샛별
재밌는 걸 찾아다니는 현실도피자, 상상이 현실이 되길 꿈꾸는 상상중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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