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고마워요. 덕분에 잘 됐어요.

아끼는 후배가 전해온 좋은 소식이었다. 벌써 10명째. 내가 고쳐준 자소서와 모의 면접을 통해 10명이 최종 합격을 이뤄냈다. 합격률 100%, 어떤 취업 컨설턴트도 가지지 못할 숫자를 보유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박탈감이었다.

 

물론 후배들은 쟁쟁한 능력자였지만, 내가 가진 스펙과 경험들이 그에 비해 모자라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선배로서 측은지심을 가지고 도왔던 후배들이 내가 떨어진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곤 했다. 가진 것을 나누면, 나도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장의 결과를 알 수가 없었다. 취준생에게는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유일한 성장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먼저 겪어본 취준 경험을 근거로 선배 노릇을 하던 나는 결국 취준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는다더니,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니까 취업 준비를 잘하는 선배가 된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대기업 인턴 경험과 꽤 많은 수상실적, 상위권의 스펙, 자소서 필살기와 면접 필승 전략까지. 여기에 몇 번의 최종 면접을 다녀온 경험은 후배들을 돕겠다는 마음에 불을 지폈다. 그렇게 후배들은 사회생활 선배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취업 준비생이었다.

 

그간의 선배 노릇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이름만 듣던 공황장애. 지속되는 발작을 피해 몇 주간 숨어 다니다가 친구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원인은 기준에 대한 지나친 강박. 내가 바라는 기준에 한참 모자란 현재 상태가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사실 좀 억울했다. 그저 기준이 좀 분명했을 뿐인데,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싶었다. 명확한 답이라 여기던 것이 나를 아프게 했다는 게 억울했다. 몇 주간 안정제를 복용하며 나의 기준들과 이별해야 했다. 기준에 대한 강박에서 멀어지니 공황도 함께 사라졌다. 대신 수척해진 몸이 남았다. 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새로 시작하려 해도 몸이 너무 망가져서 움직일 수 없었다. 뭐라도 붙잡고 매달려야만 일어날 수 있었다.

 

 

그 때 눈에 보인 게 몇 년 전 구매한 철봉이었다. 문틀에 맞춰 설치하는 가정용 철봉, 모두가 빨래 건조대로 사용하는 그 철봉 말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철봉에 매달렸고, 앞으로 턱걸이와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턱걸이라는 게 참 어렵다. 두 팔로 내 몸을 들어 올리는 단순한 움직임인데, 한 번을 해내기가 그렇게 어렵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던 내 몸의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내 몸뚱이조차 들지 못하는 두 팔로 참 많은 것들을 들어 올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왜 밤을 새서까지 남의 자소서를 고쳐주며 선배 노릇을 하고 싶었던 걸까? 모두가 각자의 턱걸이에 열중일 때, 나는 왜 남의 받침대가 되어주려 했는지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선배다운 선배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개인주의는 편했지만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대학생활을 보낸 나는 선배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크게 느꼈던 사람이었다. 꼰대라는 단어에 갇혀 좋은 선배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이 미웠고, 나라도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바란 선배의 모습은 분명 자기 능력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돕는 모습이었을 텐데, 나는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무리해서 후배들을 챙기는 선배 노릇에 한동안 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턴을 하며 멋진 선배에게 반했던 순간이 생각났다. 긴 학창 시절 동안 볼 수 없었던 선배다운 선배, 부족한 후배를 이끌어주는 모습을 동경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도 사실은 선배라는 이름에 갇혀 무리했던 건 아닐까 싶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면 일단 턱걸이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나를 챙길 수 있는 강인함과 실력이 우선되어야 할 테니까. 예전처럼 마음만 앞서다 다치지는 말아야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가진 걸 건강하게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Writer 최광래

대학 생활이 너무 좋아서 10년째 대학생인, 10년차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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