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바선생을 마주쳤다 (ㅅㅂ…)

때는 새벽 2시. 마주치자마자 신속하게 에프킬라를 정조준하고 약 10초간 뿌렸다. 그 어떤 불로장생의 생명체도 에프킬라를 논스톱으로 10초간 맞으면 죽을 것이다.

 

휴지로 시체를 집어들고 봉지 안에 밀봉. 마치 돈가스를 망치로 두드리듯이 에프킬라로 봉지를 미친듯이 두드렸다.

 

독자 안구 보호를 위해 사진 크기 좀 줄였음

 

박귀벌레에 대해 공부하다 밤을 꼴딱 새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바로 방역업체 버맥스에 전화했다.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버맥스 대표 변재규가 ‘갓재규’라 불린다길래… 사실 그냥 왠지 업계 2인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세스코보다 저렴할 것 같았다(사실무근임).

 

“선생님, 집에 바퀴가 나왔는데요. 가장 빨리 오실 수 있는 게 언제인가요?”

 

요즘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후 집으로 유입되는 바퀴가 많아져 예약이 힘들다는 후기가 있던데. 나는 다행히 예약을 취소한 손님이 있어서 바로 다음날 오후 3시로 예약했다.

 

대망의 디데이. 두근두근.

 

먹이식 약제 설치

“안녕하세요~ 버맥스입니다.”

 

재작년 최애의 팬싸인회에서 들었던 인사보다 반가웠다. 일단 시체를 보여주며 바퀴벌레가 맞냐 물었고 ‘안타깝게도’ 맞다고 했다. 다만 아직 한 마리만 출몰한 점, 출몰지가 화장실인 점을 고려해봤을 때 화장실 하수구를 통해 단순 유입된 바퀴벌레인 것 같다고 했다.

 

들어오자마자 현관 문짝을 따라 살충제를 쫙 뿌려준다. 마치 결계를 치는 것 같은 안정감. 연장을 챡 챡 꺼내더니 먹이식 약제를 바른 트랩을 싱크대 상하부, 신발장 주변, 옷장과 벽 사이 틈틈이 설치해준다.

 

먹이식 약제의 원리와 이해

 

– 먹이식 약제란 먹이처럼 보이는 살충제로 바퀴를 유인하는 약품임. 먹이를 물고 가족들에게 돌아가 함께 나눠 먹는 바퀴의 습성을 이용하여, 1타 N피를 노리는 것.

 

– 먹이식 약제를 놓는다고 해서 집 밖에 있는 바퀴까지 약을 먹으러 들어오진 않으니 안심해도 됨.

 

요렇게 생긴 약을 틈새에 쏘옥

 

싱크대 하부장까지 뜯어 꼼꼼하게 약을 발라주는 걸 보고 그에 대한 믿음이 샘솟았다. MBTI가 I로 시작하는 사람에게 붙임성 따위 있을 리 없지만 간신히 쥐어짜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에프킬라 뿌려서 죽이면 알 까고 죽는다는 소리도 있잖아요. 사실이에요?ㅎㅎ 저 에프킬라 뿌려서 죽였는데…”
“아~ 그렇진 않아요. 죽을 때 알이 튀어나올 순 있어도 그게 태어나진 못해요.”

 

안심하려던 찰나 온몸에 소름이 돋는 그의 한마디.

 

“근데, 에프킬라 뿌렸다고 바퀴가 죽진 않아요. 워낙 생존력이 강해서… 그냥 잠깐 기절한 거예요.

 

네?!!?!!?????????

 

차분히 설명을 들어보니, 이 씹ㅆ, 아니 바퀴벌레가 발버둥치다 배를 까뒤집고 가만히 멈춘 걸 보고 우리는 보통 죽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잠시 기절해 있을 뿐이라고… 그 말인 즉, 죽은 줄 알고 그대로 내버려두거나, 하수구에 흘려보내거나,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좀비처럼 되살아날 수 있다는 뜻.

 

“바퀴는 꼭, 터트려 죽이세요. ^^”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내용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기사님… 감사합니다.

 

유입 경로 원천봉쇄

화장실 더러운 건 눈감아주라.

 

약을 다 뿌리고 나면 유입구로 의심되는 곳을 막아준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을 땐 꼭 이렇게 물을 채운 지퍼백을 하수구에 올려 두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들어올 거면 너도 월세 내…

 

“하수구 트랩 설치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물었더니, 하수구 트랩이라고 다 막아주는 게 아니라고 한다. 고무로 된 제품은 손쉽게 넘어올 확률이 높으니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로 된 제품을 설치하는 게 좋다고 한다.

 

비용과 추천 약품

10평 이하 원룸 기준 첫 방문은 7만원부터 시작한다. 바퀴벌레의 서식 상태와 조치 방법에 따라 현장에서 추가금액이 붙을 수는 있지만, 여러 후기를 찾아보니 보통 전화 상담 때 안내받은 금액 그대로 결제하는 듯하다. 이 시국 맞이 서비스로 코로나 바이러스 소독까지 받았다.

 

결제 인증샷 v ^__^ v

 

방문 시간이 30분도 채 되지 않아 7만원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방역보다도 현재 집 상태를 체크하고 싶었고, 유입 바퀴가 맞는지 확신을 얻고자 업체를 부른 것이기 때문에 만족한다. “서식흔적도 보이지 않고 단순 유입이라 알을 깐 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마음에 안정이 확 찾아왔으니까.

 

다만 굳이 방역업체를 부를 만큼 바퀴를 많이 마주친 게 아니거나, 돈이 아까운 자취생들이라면 셀프 방역도 추천한다. 만약 집에서 바선생을 마주했을 경우 다음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자.

 

– 한두마리가 아니다!! 집에 알을 깐 것 같다…!!!
먹이식 약제를 싱크대 밑, 냉장고 뒤 등 구석진 곳곳에 트랩처럼 두기(맥스포스겔이 가장 유명)

 

– 사는 내내 안 보이더니 한 마리가 갑툭튀
독 성분이 있는 살충제를 현관, 창틀 등 밖에서 들어올 법한 곳에 뿌리기(패스트세븐가드가 가장 유명)

 

이건 업체에서 알려준 팁은 아니고 밤샘 공부로 알아낸 셀프 처방법이다. 부디 우리 모두 바퀴 없는 홈 스윗 홈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집을 통째로 내다 버리려다가 간신히 붙들고 사는 슬소생 후기 끝.


슬기로운 소비생활 40화 버맥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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