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졸업까지 딱 한 학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늦은 개강을 하고 마지막 학기를 시작하니 졸업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졸업하면 나의 인생에서 (아마도) 더 이상의 ‘졸업’이란 없을 것이다. 마지막 졸업을 앞두고서 오래된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종이는 고등학교 때 졸업을 앞두고 쓴 <스무 살 버킷리스트>였다. 힘들었던 고3 수능 시절을 버티게 해주었던 스무 살을 향한 다양한 로망들. 잊고 살았던 리스트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지금 보면 ‘참 별거 없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수험생 신분이라 하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수능을 치르고 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사소한 것들이 전부다.

 

동네 산책하기-아침에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며 동네를 다 돌아다녀보기.

기타 배우기, 피아노 치기.

아르바이트 해서 돈 모으기-사고 싶은 거 다 사보고, 부모님께 내가 번 돈도 드려 보기.

친구들이랑 여행 가기, 해외여행도 꼭 가보기.

하루 종일 자기, 하루 종일 맘 편히 놀기.

최신 휴대폰 사기.

스무 살이 되는 2016년 1월 1일 00:00에 편의점에서 술 사보기.


이 중에는 이룬 것도 있고, 로망은 로망일 뿐이라는 걸 가르쳐 준 것도 있다. 처음으로 최신 폰을 사긴 했지만, 스무 살이 되는 1월 1일에 편의점에서 술을 계산했을 때 민증 검사는 받아보지 못했다. 아르바이트 하는 분이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을 꺼내려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갑을 들고 있었는데 말이다. 알바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부모님께 드릴 돈은커녕 내가 쓸 돈을 벌기에도 부족했다. 그래도 이런 로망들을 가슴에 품었던 덕분에 나는 고3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설레지 않는다. 졸업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만 켜켜이 쌓이고 있는 중이다. 설렘보단 두려움이, 기대보다는 걱정과 근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오래된 종이를 발견한 건 다행이었다. 스무 살 버킷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로 현실은 내 상상에서 빗나가는 것들이 많다. 그땐 왜 그랬을까 싶은 것들도 많고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길 바랄 뿐이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버킷리스트를 써볼까 한다. 졸업 후 겪게 될 힘든 일들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졸업하면 할 수 있게 될 일들로 내 로망을 새로 써보고 싶다. ‘식당에서 메인 메뉴 외에 샐러드도 같이 시켜 보기’처럼 소소한 것도 좋다. 또 내가 일하게 될 분야에서 나의 몫을 다하는 것도 로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스무 살 때 ‘학점 4.0 넘어보기’라는 로망을 꿈꾼 것처럼. 다시 한 번 졸업 후의 나에게 삶을 기대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기대는 앞으로 남은 학기를 잘 보낼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졸업 후 로망 리스트>

처음 번 돈으로 가족, 친구들에게 한 턱 쏘기 – 알바 말고! 취업턱!

알바 안 하기.

둘 중 하나 선택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배달시켜 보기.

한 번쯤 신나게 일해보기.

퇴근 후 친구와 캔맥주 한 잔.

소모임 가입(배구나 야구 같은 팀 스포츠, 독서나 드럼 등등)

차(아마도 중고차) 사서 친구랑 갑자기 여행 떠나 보기(바다 보러 급여행 떠나기. 금요일 밤도 좋겠다!)

내가 하는 일로 보람 느껴 보기

자취하기+내 집 인테리어 내가 꾸미기

정말 별 거 없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 벌써 행복해하는 날 발견할 수 있다. 거창한 로망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소소한 로망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망의 크기는 상관없다. 그저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면 된다. 다가올 시간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그런 마음일 테니 말이다.

 

Writer 최찬미

스물넷,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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