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일찍 늙어버린다. 요즘 들어 이 생각이 강하게 든다. 세월이 지나면 다 같이 나이가 들기 마련인데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나이는 물리적인 개념의 ‘세월’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에게 정의 내리는 무게감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올해로 스물다섯이 되었다. 수능 후 첫 아르바이트를 광어 양어장에서 했었다. 밤새 일하고 집으로 향하는 터미널까지 걸을 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내가 진짜 어른이 되는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로부터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스물다섯이라는 숫자를 듣고 난 뒤 사람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대학도 졸업 안 했겠네? 어리구나”와 “15학번 화석이 아직도 학교에 있다고?!” 그래, 나는 ‘화석’이라는 말에 트집을 잡고 싶다.

 

우리나라는 연장자를 공경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존댓말로 상대를 높이는 한국어의 표현은 물론, 한국에서 통용되는 기본 윤리에서도 이를 중시한다. 연장자의 지혜를 높이 사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다. 법적인 제약은 없지만 기본 예절인 셈이다. 나이는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 자체에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한 장의 ‘짤방’을 본 후 나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충격적인 짤이었다. 스스로 06년생이라 밝힌 친구가 본인을 ‘중학생 늙은이’라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당황스러웠다. 중학생이 늙은 건가? 이게 말이 되나? 인생을 100년이라 가정한다면 이제 고작 15% 남짓 산 친구다. 게임 업데이트에서 진행률이 15%라면 화장실을 다녀오고도 남을 정도의 여유가 있다. 그런데 ‘늙은이’라니? 재밌는 건 ‘늙은이’라 정의 내린 사람이 타인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일어난다. 몇 달 전, 학부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동기 한 명이 마시려던 술잔을 내려놓더니 대뜸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확실히 나이를 먹었나봐.”고 답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새벽 두세 시까지 이렇게 마셔도 괜찮았는데, 이젠 열 시만 돼도 힘들어서 못 마시겠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나이’로 옮겨갔다. 주된 내용은 “나이가 드니 겁이 많아져서 도전을 못 하겠다.”는 이야기, “일이 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며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이야기. 잠자코 듣던 내가 반박했다. “끽해야 스물다섯 밖에 안 됐는데 늙은이처럼 말한다. 우리 아직 젊어.” 그러자 자리에 있던 동기들이 나를 향해 “아저씨, 추해요. 추해.”라며 놀려댔다. 스스로 ‘젊은이’의 타이틀을 거부한 채, (전혀 그럴 필요 없는데도) 세월의 무게를 짊어지고서 “난 늙었어”를 습관처럼 내뱉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연장자를 가리킬 때는 분명 ‘지혜’라는 키워드가 내포되어 있었는데, 지금의 연장자는 ‘무력함’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연장자는 젊은이에게 사회를 살아갈 지혜를 전달해주었는데, 현재는 젊은이 스스로 연장자가 되어 “나는 늙어서 할 수 없다.”라고 부르짖는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이 십 년의 무게를 갖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토록 빨리 늙을 필요가 전혀 없다.

 

명리학에서는 40세 이전까지의 운을 ‘청년운’이라 지칭하고, 법적으로도 만 24세까지는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에서 정한 청년의 기준 또한 만 34세까지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숫자에 근거한 젊음일 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마음과 태도일 것이다.

 

잊지 말자. 그 누가 화석이라 부르고, 아재라고 놀리더라도 객관적으로 20대는 젊다. 서른이야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고작해야 스물일곱, 여덟이 늙었다며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 스스로 나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까짓것 어떤가. 우리는 아직 충분히 어리지 않은가?

 

Writer 별마루

25살, 별을 보며 꿈을 키우다 졸업이 다가와 버린 막학기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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