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요구되는 미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랑하는 친구 앞에서 부러워해주기, 만나서 다짜고짜 용건부터 말하지 않기, 외적인 변화 먼저 알아봐주기…. 피곤하게 사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막상 누군가 해주면 고맙게 느껴지는 사소한 행동들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미덕을 장착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아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겠지.

 

지난 주말, 친구 셋을 집으로 초대했다. A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고, B는 나와 같은 취준생이며, C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초대장을 날리고 일요일에 우리 집에서 보자고 했다. 일을 하고 있지 않은 A와 B는 초대에 응했지만 C는 만나는 당일까지 연락이 없었다. 고작 1년이긴 하지만 직장을 다녀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C에게 주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C는 사회초년생이었다.

 

약속 당일, 친구들이 집으로 왔다. C가 없으면 없는 대로 놀려고 했지만 괜히 우리끼리 만나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4번 반복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취소 버튼을 눌렀다. ‘자고 있으려나…’ 나는 단념하고 나머지 두 친구와 캔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일요일이 다 가기 전에 C에게서 답신이 왔다. 전화했었냐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겠노라고. 단톡방에 간결하게 올라온 C의 답은 아마 몇 년 전이었으면 내가 무척 서운해 했을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괜스레 미안한 감정부터 든다. 편히 쉬고 있었는데 전화로 방해했나 싶어서. C가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정도의 답을 남겼다. “그래. 다음에 떡볶이 먹으러 와.”

 

우리 넷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였다. 쭉 한 동네에서 살고 있으며, 가끔 만나 길게 보는 사이.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술이 먹고 싶으면 당장 전화로 불러내 번개 모임을 가졌다.

 

“지금 뭐하냐.”

“왜, 술 마시게?”

“응. 간단하게 치맥 콜?”

“오케이. 지금 준비하고 나갈게.”

 

지금은 각자 일을 시작하고, 다른 모임이 생기고, 애인을 사귀면서(나는 아니지만) 시간 맞춰 만나기도 힘든 사이가 됐다. 그렇다고 서운한 건 아니다.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친구들이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다. 다만 학창 시절 팽팽하게 우리들을 이어주었던 선이 자연스레 느슨해지고, 이따금 그 선을 당기는 행동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나이가 됐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어른이 된 걸까.

 

최근 여기저기에서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인다. 나 역시 성인이 되면서 하나 이상의 부캐를 만들어냈다. 아니, 정확히는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밝고 친절한 부캐1(주로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나타난다), 신속하고 변화에 민감한 부캐2(지난 1년간 회사를 다니는 내내 활동했다. 나와 가장 먼 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부캐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일례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건치를 보이며 예의 바른 미소를 짓는 날은 나조차도 내가 역겨웠다(당시 친구들이 나의 미소를 보고 그렇게 표현했었다.)

 

이런 혼란은 회사를 관둔 후 다시 본캐로 활동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다행히 지금은 친구들에게 느끼하고 유해한 미소를 짓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 친구들은 고등학생 땐 없었던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최소한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친구의 시간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보는 단계를 거치게 됐으니.

 

(카톡!)

-시간 있으면 이번 주에 같이 맥주 한 잔 할래?

-이번 주는 면접이 있어 힘들 것 같다ㅜㅜ

-나도 약속이…

-나는 다음 주까지 내리 야근ㅡㅡ

 

요즘 같은 날씨에는 탄산 가득한 맥주가 제격이다. 시원한 생맥주와 바삭한 감자튀김을 상상만 것만으로 침이 고인다. 당장이라도 친구들을 불러내 함께 갈증을 풀어내고 싶다. 하지만 밤이 늦었으니까,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수요일이니까, 몸 관리하는 친구도 있으니까… 생각하다 보면 결론은 늘 같은 곳에 이른다. 아, 그냥 혼자 마셔야겠다. 이젠 맥주 정도는 혼자 마실 수 있는 어른이니까.

 

Writer 김랄라

26세. 인생은 짧고 굵게, 인간관계는 가늘고 길게를 원하는 이십 대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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