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화면 안에서 안경을 낀 교수가 입을 움직인다. 이따금씩 끊기는, 기계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한 귀로 들어가 다른 귀로 흘러나온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하얀 화면 위의 검은색 선들. 선들은 복제되고 늘어난다. 어떤 것들은 글자의 형상을 띄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의미를 파악해야만 한다. 모니터 속 이리저리 늘어진 그래프가 어떤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집중해야 하는 걸 알고 있다. 지난 학기 학점은 정말이지 처참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수업을 흘려 들어버린다면, 이번 학기 학점도 보나마나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빌어먹을 실시간 강의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다.

 

7평 남짓한 자취방에서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본다. 이제는 눈도 피곤할 지경이다. 화면 밝기를 줄여도 보았지만, 장시간 전자기기만 바라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눈이 아려온다.

 

비대면 수업인 주제에 과제는 또 왜 그리 많은지. 커서가 깜박이는 문서창에 ‘그러므로 스톨퍼–사뮤엘슨 모형은 현실에 이렇게 적용된다.’ 따위의 문장들을 적어나간다.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힘겹게 타자를 두드린다. 무서운 속도로 쌓여가는 과제를 하나둘씩 해치우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지나있다. 이렇게 나의 20대는 수명을 거의 다 한 노트북과 함께 야금야금 없어져간다.

 

작년 이맘때,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강의실에 울려 퍼지던 교수님의 목소리였던 것 같다. 소리는 특별하다. 공기를 타고 전해진 진동이 내 고막으로 흘러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울려서 전해진 목소리는 뇌리에 깊이 박힌다. 목소리에 실린 강의 내용은 뇌에서 변환되어 알맞은 저장 공간에 들어간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동기들의 필기 소리, 저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두드리는 타자 소리, 가끔 어떤 학우가 손을 들어 질문하는 소리까지. 강의실 안의 소리는 다양했다. 웅성대는 분위기,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던 공기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것은 그것대로의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로 변환된 목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하다. 혼자서 두드리는 노트북 타자 소리만 계속해서 귓가에 울린다. 강의는 그저 틀어져 있을 뿐, 여전히 내 주의는 분산되어 있다. 어쩌면 좁은 공간에 갇힌 탁한 공기 때문에 실시간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창문을 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문득 바라본 하늘에는 건물 끝자락에 살포시 걸려 있는 구름이 보인다. 청명한 가을하늘 위로 구름들은 서로 모여 흘러간다. 구름이 부러워진다. 너희들은 걱정 없이 모여 있을 수 있구나.

 

창을 타고 들어온 바람이 어느새 서늘해진다. 뜨겁게 작열하던 여름의 태양은 가고, 선선한 공기가 빈자리를 채운다. 가을이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예전의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교수의 공허한 목소리가 방 안을 빙빙 맴돈다. 타타닥- 하는 타자 소리가 그 뒤를 잇는다. 혼자서 보낸 며칠 째인지도 알 수 없는 날이 또 한 번 흘러가고 있다.

 

Writer 고구마(필명)

21세,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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