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하지 말자’
매년 새해가 되면, 내 다이어리 맨 위쪽 구석에 적히는 문구는 늘 똑같다.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 무색하게도 다이어리에는 지난 일을 뒤돌아보며 걱정하는 내가 곳곳에 숨어있지만. 아마 대학교 때부터 세웠던 목표였을 것이다.
대학교에서 만났던 한 친구가 있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알았다.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의 표본이구나. 구김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꼬아서 듣는 법도 없었고, 함부로 화를 내는 법도 없었다. 나는 그 친구가 부러웠던 것 같다. 화를 낼 만한 상황에도 웃을 수 있는 담담함이 부러웠고, 괜히 맘속으로 되새기며 혼자 상처 받지도 않는 쿨함이 부러웠다. 나는 속이 좁아 네가 부럽다 말도 못했다. 이상하게 그 친구 옆에만 가면 초라해져서는 입을 꾹 다물고 그 친구가 하는 행동들을 건너보기만 하게 됐다.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고 연연해하는 것이 나의 ‘구김’이었다. 그 때부터 내 일기장에는 연연하지 말자는 문구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게 됐던가.
회사에 입사하면서 나는 더욱 구겨진 어른이 됐다.
“너는 볼 때마다 참 바쁘게 산다.”
바쁜데 이유가 어디 있어. 내가 바쁘게 살고 싶어서 바쁘냐. 반사적으로 항의하려다 말고 문득 멈췄다. 미간에는 잔뜩 주름이 져있었을 것이다. 그 때만큼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을까. 물론 그 말에 비아냥이 섞여있었다면 기분이 나빴겠지만, 친구의 목소리에는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담뿍 담겨있었다. 그런 친구에게 불쑥 화를 내려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만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하려던 말을 삼키고 나는 친구에게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 몇 정거장 전에 내려 한참을 걸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쿨하지 못하다. 언쿨(Uncool)에 가깝다. 나는 내가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돌이켜보며 ‘아, 그때 그말은 하지말 걸’ 후회하는 편이다. 기분이 나빴던 일들은 집에 와서 곱씹어본다. 그리고는 기분이 더 나빠져 ‘에이, 관두자’ 하고는 이불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만다. 가끔은 우울함을 못 견디고 충동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내 조각들 하나하나가 나의 구김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내가 미친 듯이 싫어질 때도 있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몇 십 년을 살다보니 나에게 정이 들었다는 것이 좀 더 맞는 말이 되겠다. 부러워할 수도 있지. 내가 못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 아닐까. 나 자신을 좋아하려고 애쓰는 과정에는 내 구김을 포용하는 것도 포함됐다. 빳빳하게 다림질된 옷도 조금만 움직이면 구겨지는데.
내가 좋아하는 동생은 내게 ‘자기중심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을 이루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시간을 내어 자신을 찾아보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거라고 덧붙여줬다. 그러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였다. 구김 없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건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내 목표일 테지만, 구김 없다는 말의 다른 뜻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여유가 보이는 사람이라는 게 아닐까. 내년부터는 다이어리에 목표를 바꿔 적어 볼까 한다. 나는 담백하게 나를 사랑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Writer 마고
26세,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진짜 호주를 만날 시간
총 150명 선발
대한민국에서 우리집 이탈리아의 따뜻한 요리 영상을 만드는 미뇨끼 이야기
문화 예술 기획, 창작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
상금 규모에 취하는 '진로 두꺼비 스타일링 콘테스트'
츄파춥스의 '끝나지 않는 즐거움(Forever Fun)' 캠페인
이제 필요한 건 같이 갈 친구
표지모델과 통학을 함께한 Tmoney x 라인프렌즈 협업 카드도 확인해 보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