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대 여성 네명이 모여 숙명여대 앞에 칵테일 바를 오픈했다. 모두가 언택트로 넘어가는 이 시국에, 역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 이유가 뭘까?

 

알고보니 이곳을 오픈한 사람들은 유튜버들이었다. 여성 크리에이터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과 ‘소그노(Sogno)’. 두 채널의 대표 네명이 만나 비주얼 아트 크루 ‘Studio 4bpm’을 결성했다.

 

이번 숙명여대 앞에 생긴 칵테일 바 ‘Studio 4bpm’은 크루 활동의 첫 프로젝트다. 크루원들인 서솔, 휘슬, 민지, 우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서솔, 휘슬, 민지, 우나

(왼쪽부터) 서솔, 휘슬, 민지, 우나

 

안녕하세요. 대학내일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솔: 저는 Studio 4bpm에서 비디오 아트를 만드는 서솔이라고 합니다.
휘슬: Studio 4bpm에서 공연예술을 하는 휘슬입니다.
민지: 다큐 필름을 제작하는 민지입니다.
우나: 저는 사진을 담당하는 우나입니다.

 

칵테일 바만 차리신 게 아니라 네 분이 크루를 결성하셨다고 들었어요.
서솔: Studio 4bpm이라는 비주얼 아트 크루를 결성했어요. 칵테일 바를 오픈한 건 그 프로젝트 중 하나고요.
우나: BPM이란 4 Blocks Perfect Map의 줄임말이에요. 서로 떨어져 있던 네 개의 블록이 한데 모이면서 시너지가 폭발한다는 뜻이죠.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폭발하게 하는 버튼이 없었거든요.

 

비주얼 아트 크루가 칵테일 바를 오픈했다? 어떻게 연관지어야 할까요?
휘슬: 칵테일은 굉장히 예술적인 술이라고 생각해요. 재료를 어떻게 조합할지, 어떤 데코로 마무리할지 등 전체적으로 디자인 작업과 비슷해요. 둘 다 미적으로 최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민지: 지금은 이 공간에서 장사만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우고 싶어요. 저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많아요. 그 패를 다 오픈하는 날엔 더 이상 이 공간이 단순한 칵테일 바처럼 보이진 않을 거예요.

 

가게 위치를 숙명여대 앞으로 정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나: 제 모교라 이 동네에서 술을 많이 마셨거든요. 상권 분석이 다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생뚱맞게 상권분석이 전혀 안 된 동네에 갈 순 없잖아요?
휘슬: 그치. 판교에 차릴 순 없지. (좌중 웃음)

 

라즈베리 로즈 토닉과 얼그레이 진 토닉

라즈베리 로즈 토닉과 얼그레이 진 토닉

 

10월 10일에 칵테일 바를 오픈하자마자 인기가 어마어마했어요. 반응이 어땠나요?
민지: 손님들이랑 담소를 나누면서 여유롭게 응대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막상 겪어보니까 너무 바빠서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말은 한마디도 나눌 수 없던데요? (웃음)

 

첫 운영이다 보니 미처 예상치 못했던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우나: 손님들이 칵테일을 한 잔만 시켜 놓고 여유롭게 마실 거라고 예상했는데, 판단 미스였어요. 저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마치 오늘이 마지막 방문인 것처럼 모든 메뉴를 다 주문해요. ‘메뉴 도장 깨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Bar Studio 4bpm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칵테일도 있는데, 각자 최애를 꼽아본다면?
서솔: ‘밀크티핀’이요. 손님들이 이 메뉴 누가 만들었냐고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술알못인 제가 마시기에도 너무 맛있고요.
민지: ‘얼그레이 진 토닉’을 가장 좋아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고르자면 ‘라즈베리 로즈 토닉’이요. 비주얼이 너무 예쁘거든요.
휘슬: 개인적으로 도수가 센 술을 좋아해서 ‘포르투 트립’을 추천해요. 포트 와인으로 만든 칵테일을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맛있더라고요.
우나: 술이 독해서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스트롱 시나몬’이 가장 만족스러운 메뉴예요.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칵테일이거든요. 가장 자주 마시는 메뉴는 ‘토마토마’.

 

칵테일 바를 오픈하기 위해 우나님과 민지님은 조주기능사 자격증까지 따셨다고. 힘들진 않았나요?
민지: 접수 마감이 다가올 때까지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남은 시험장이 없어서 부산까지 가서 시험을 봤어요. (웃음)
우나: 사실 칵테일 바에서 일할 때 자격증이 필수 조건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취득을 한 건, “쟤네 유튜브 유명세로 장사한다”라는 소리 앞에서 당당하고 싶어서였죠. 심지어 저희가 장난으로 가게를 오픈한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어느 누가 이 시국에 이렇게 큰돈을 들여서 장난을 치겠어요. (웃음)

 

 

네 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유튜브에서 운영하던 채널이 서로 다른데, 처음에 어떻게 만나신 건가요?

휘슬: 작년 이맘때쯤 ‘뉴토피아’라는 유튜브 예능 콘텐츠를 진행했는데 그때 출연자로 처음 만났어요.
우나: 프로그램 중에 게임을 했는데, 민지씨와 제가 우승하면서 서로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경품을 받았어요. 그 경품을 사용하려고 몇 번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알고 지낸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 프로젝트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네요?
우나: 기간은 짧아도 밀도는 굉장히 높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만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죽이 잘 맞아서 “너희 한 3년은 만난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커플들 있잖아요. 비유하자면 그런 사이인 거죠. (웃음)
휘슬: 함께 일을 도모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건, 일단 처음부터 일로 만난 관계였고 서로 업무적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칵테일 바뿐만 아니라 의류 브랜드도 오픈했어요. 의류 브랜드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휘슬: 스타일로 따지자면 스트릿 패션 브랜드인데, 굳이 카테고리를 정하고 싶진 않아요. 컬렉션을 낼 때마다 새로운 컨셉이나 세계관을 보여주려고 하거든요. 디자인이든 마케팅이든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서솔: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를 지향하죠. “이 브랜드는 옷 하나를 내더라도 허투루 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끔요. 무신사 랭킹의 1~3등에 오르는 브랜드처럼 큰 시장을 노리고 싶기도 해요.

 

칵테일 바 내부에 전시된 의류 팀의 작품들

칵테일 바 안쪽에서는 최근 론칭한 의류 브랜드의 샘플도 확인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 대학생일 때만 해도 스스로 유튜버가 되어 칵테일 바를 차릴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 같아요. 대학생 때 꿈은 뭐였는지 궁금하네요.
휘슬: 댄서이자 공연기획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계속 춤을 출 수 있을지, 사람들이 댄서로서 나를 찾아줄지 미래가 불투명했죠.
민지: 저는 다큐멘터리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삶을 살 것 같더라고요. 정 안 풀리면 고향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유튜브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인생이 주간 단위로 바뀌더라고요. (웃음)
우나: 공채로 방송국 PD가 되고 싶어서 언론고시를 2년 반이나 준비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규직이 되려고 집착했던 게 후회돼요.
서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영화산업에 종사하고 싶었는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죠. 그래도 그때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게 지금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대학생의 목표는 취업인데, 네 분을 보며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대학생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20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우나: 취업만이 정답이 아닌데 그 목표 하나에만 매몰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를 보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면 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이미 아는 거겠죠. 지금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그대로 밀고 나가시면 될 것 같아요.
민지: 기회가 왔을 때 이것저것 재기보다는 일단 시도해보세요. 모든 경험은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거든요. 저도 망설이다 놓쳤던 기회가 아직도 생각나더라고요.
휘슬: 제가 딱 민지씨 말처럼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주변에서 “물길이 너무 여러 개니까 하나만 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서로 관련 없는 활동을 하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착각하는데, 물길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하나로 합쳤을 때 물줄기가 크고 거세져요. 여러가지에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다들 배포가 큰 것 같아요.
민지: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결국 배포가 생기려면 소액이라도 돈이 있어야 해요. 다른 일을 도모할 때 자본은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죠. 대학생 때부터 작게나마 저축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나: 저희도 가게 수익을 넷이 나눠 갖지 않고, 한 데 모아 놨다가 또 다른 프로젝트의 밑거름으로 쓰기로 했어요. 쉽게 말해서 손익분기점이 넘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개개인의 소유가 아니에요. 인건비를 받지 않는 거죠.

 

아무리 친구여도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건강한 관계네요.
우나: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수익 배분을 안 하기로 결정했어요. 통장에 숫자가 찍히면 사람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이번 주에 내가 하루 더 일했는데, 돈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거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가 많다고 하셨는데, 간략하게 스포해주실 수 있나요?

휘슬: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개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함께 병행될 거예요.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역량과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대학내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솔: 아까 저희한테 건강한 관계라고 하시는 걸 듣고,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유튜브나 SNS 댓글을 보면, 저희의 관계를 부러워하는 걸 넘어서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왜 이런 인연이 나에게는 없을까”라고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대학 졸업 후에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우나: 특히 대학생 때는 친구가 없으면 굉장히 힘들어하잖아요. ‘자발적 아싸’라는 말도 하고요. “대학이라는 커뮤니티 밖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저희가 선례를 보여준 것 같아요. 우리의 관계가 100점이라거나 꼭 우리 크루처럼 되라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이런 방향도 있구나”라고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순 있을 것 같아요.

 

Bar Studio 4bpm
위치 서울 용산구 청파로43가길 28, 1층
영업시간 오후 7시~익일 새벽 2시 (매주 월 휴무)


PHOTOGRAPHER 김윤희 Studio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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