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소개팅 좀 시켜줘”
이 말을 달고 사는데도, 아무도 당신에게 소개팅을 시켜주지 않는다. 심지어 주변에 소개팅을 자주 시켜주는 (전문) 커플 메이커조차도 당신에게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문득 요런 생각이 들 거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 그렇다. 별로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은 ‘소개팅을 시켜주고 싶은 부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러한지, 아래 항목들을 찬찬히 뜯어 보고 당신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있는지 잘 살펴보자.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앞으로 안 그러면 된다.
“소개팅을 왜 안 시켜주냐”고 징징대기 전에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되돌아보자.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개팅 왜 안 시켜 줘 나쁜 놈아”라고 말하는 순간의 자신을 되돌아보자. 김칫국물이 묻은 회식 트레이닝복에,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 안쪽에서 살짝 드러나는 묵직한 뱃살과 떡진 머리까지. 담배 냄새를 풍기며 “소개팅” 타령이나 하고 있다면, 마더 테레사도 고개를 저었을 거다.
알아서 잘 꾸미고, 자기 관리를 확실히 하고 다니는 솔로는 조르지 않아도 이미 주변 사람들이 잘 챙긴다.(아니 그 전에 솔로일 리가 없지) 이 얘기는 커플인 사람들이 더 확실하게 공감한다. 이들은 친구에게 이성을 소개해준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너 주변에 괜찮은 애 없어?”라고 묻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단 ‘괜찮은’게 조건인 거다.
이렇게 얘기하면 외모 치장이 전부일 것 같은데, 평소 행실이나 말투도 중요하다. 특히 이성 혐오적인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 “여자가 좀 조신해야지 저게…(중략), “남자새끼들이 쪼잔하게…(중략)” 같은 얘기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을 데려가 줄 보살은 주변에 없다.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을 상대해 줄 김수미 선생님도,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을 거두어 줄 강형욱도 내 주변에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내가 엄청 예쁜(잘생긴)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왜 소개팅을 안 시켜 줘?”
라고 말하는 친구가 여럿 있었다. 한 친구는 ‘피부가 하얀 사람’이면 좋다고 했고, 어떤 친구는 ‘키가 나보다 크면’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첫 번째 친구에게는 정말 피부가 백옥같이 하얀 나머지 핏줄이 비칠 정도로 창백하고 예쁜 사람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말한 조건 뒤에는 많은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피부가 하얀(데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날씬하면서 애교가 많은) 사람’을 원하는데 미친 놈아 그런 사람이 왜 솔로야.
정말 화가 났던 건 키가 자기보다 큰 친구를 소개해 달라던 친구(167cm)에게 175cm짜리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을 때였다. 상대방 남자는 장신은 아니었지만, 한국 남자 평균 키 정도는 되었을 거다. 게다가 직장도, 학력도, 성격도 좋아서 꽤 인기가 많은 친구였는데, “목이 좀 짧아서” 싫다고 했다. 그가 가진 매력의 -2%인 목 길이가 자꾸 거슬린다고 했다. 그럼 기린이나 사슴을 만나던가.
“내가 중요하게 보는 건 확실히 하나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절대로 싫어하는 부분’ 역시 확실하다는 걸 생각 못 한다. 상대의 단점에 매몰되는 사람들은 단순히 눈이 높은 사람들보다도 이성을 만나기가 어렵다. 본인은 어떤 타입인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살다 보면 주변인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분이 더러운 상황이 있는데, 바로 ‘잘되라고 신경 써 줘도 지랄’인 경우다.
소개팅 주선자에게 이건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내 선한 의도와는 별개로 소개해 준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얼마나 내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인가. 얼마나 내 친구를 사랑으로 아껴줄 사람인가를 예측해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전 연애사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 만나는 게 싫어서 헤어졌다”라고 말하던 지인이 있었는데, 이런 친구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습관적인 의심병 때문에 3개월 이상 연애를 못 하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종종 외롭다며 소개팅을 주선해 달라고 졸랐는데, 나는 좀 찾아보고 3개월 후 입대하는 여자가 있으면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
1번의 얘기와도 연결되는 듯한데(품행이 별로인 친구), 이런 애들은 그래도 연애를 종종 하긴 한다. 오래 사귀어 줄 사람이 없을 뿐이다.
소개팅 주선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과거에 연애 흑역사가 있는 자는 기피 대상 중 하나다. 이 글은 소개팅을 받고자 하는 당신을 위해 쓴 글이니, 입장을 정리해서 조언하자면 네 과거 연애사를 떠벌리고 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너는 재미있어서, 혹은 재미있으라고 하는 얘기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나 싶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 됐고. 일단 소개부터 해 줘”
이 얘기처럼 무책임한 말이 또 없다. 물론 하도 안 시켜주니까 답답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소개를 안 해주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저 말을 들었던 이유는 돈암동 사는 친구 놈이 대구 달서구 사는 지인을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을 보고 프로필을 타고 들어갔던 모양이다.
장거리 연애면 어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녀석은 위 1, 2번에 모두 해당하는 놈이었다. 그래서 사실 장거리는 핑계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도 거주지역이 이렇게 멀면 성사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긴 하다. 만약 둘 다 같은 지역에 살았다면, 핑계 댈 거리가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소개라도 시켜 줬을 게 아닌가.
비단 거리뿐 아니라, 연애가 여의치 않은 상황은 많다. 특히 질색했던 건 군대에 있는 동기가 소개팅 타령을 할 때였는데, 결국 다른 주선자에게 졸라서 휴가를 나와 소개팅을 받긴 했다. 그날 본, 짧은 머리에 애처롭게 발린 왁스와 1년 전 유행하던 스카쟌을 입고 나온 친구의 모습에 나라의 안보와 국방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게 되게 별로인 건, 상대를 대하는 마음에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다’고 상대도 괜찮은 건 아니다. 실제로 한 번 만나서 원나잇을 꿈꾸는 부류도 있었고, 자신감이 너무도 충만한 나머지 “나를 한 번 보면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내고 나와 연애하고 싶어 할 거다”라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둘 다 예상대로 망했다.
소개팅을 자주 받고 싶다면, 소개팅을 시켜주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이런 애들은 막무가내인 게 문제다. “얘는 너랑 잘 안될 거 같은데?”라고 해도 “일단 만나 보고 아님 말지” 라는 생각을 하니 이 새끼가 친구가 맞나 싶다. 주선자와 너의 관계처럼, 주선자와 상대의 관계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당신도 소개팅을 받고, 잘 진전되어 연애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건 운명이었어’라는 로맨틱한 상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소개팅이 연애로 성사되기까지 작용하는 노력과 계획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배경에는 당신을 다른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하는 주선자의 의지와 그 의지를 불러일으킬 당신의 평소 행실과 노력이 녹아 있다. 소개팅은 수동적인 연애가 아니라, 그 어느 연애 형태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능동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늘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 당신에게 기꺼이 이성을 소개해주는 주선자에게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애초에 소개해달라고 조를 거면 치킨이라도 사 주고 말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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