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가리는 편은 아니다. 편식은 안 좋은 거니까. 다만 계절마다 찾는 술이 다르긴 하다. 봄엔 맥주를 마신다. 따뜻해진 날씨에 ‘어디든 나가야지’ 하고 밖을 나서면 결국 동네 맥줏집이었고, 여름엔 비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막걸리를 들이부었다. 가을에는 전어를 먹어야 하니까 소주를 찾는다.

 

겨울은 하이볼이다. 오들오들 잰걸음으로 들어간 이자카야에서 가장 차가운 하이볼을 들이킬 때 올라오는 취기는 참 따뜻하다.



12월이고, 계속 추워지고, 그러니까 하이볼을 마셔야 하는 계절인데, 아무래도 올해 이자카야 가긴 글렀다. 그 대신 향한 곳(대신이라고 하기엔 이자카야보다 더 좋았던)은 취향관이다.

 

취향관은 낯선 사람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며, 내 취향을 찾고 즐기는 곳이다. 회원제 사교클럽으로 매 시즌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클래스가 진행된다.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취향관에서 Highball night 클래스가 열렸다. 나처럼 하이볼의 취기를 난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 여럿 모였다는 소리다.

 

하이볼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우고, 또 각자의 하이볼 취향을 공유하며 마지막엔 모두가 ‘꼭 집에서 하이볼 엄청 만들어 먹어야지’ 하고 굳은 다짐을 하며 끝을 맺는 이 비장한 술꾼들의 클래스. Highball Night에서 사람들과 나눈 하이볼 이야기와 홈 하이볼 노하우를 공개한다.


대체 하이볼이 뭔데?

하이볼이 일본 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하이볼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하이볼’을 마시겠다는 말은 ‘길쭉한 잔에 술과 음료를 섞어 약하게 마시겠다’는 뜻으로 통용되었고 지금의 하이볼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하이볼을 일본 술이라고 알고 있을까. 아무래도 산토리 가쿠 하이볼의 영향이 크다. 독주를 즐기지 않는 일본인의 취향에 맞춰 출시된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가 일본에서 하이볼 베이스로 히트했고, 가벼운 술의 인기가 높아지는 세계적인 트렌드와 맞물려 ‘하이볼=산토리’라는 공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하이볼 어떻게 만드는데?

  1. 소주잔(45mL) 2/3 정도의 위스키를 넣는다. 
  2. 잔에 얼음을 가득 넣는다.
  3. 탄산수나 토닉워터 또는 진저에일을 가득 채운다.
  4. 숟가락을 잔 끝까지 넣어 두 번 정도 얼음을 뒤적인다.
  5. 레몬 웨지를 짜 넣는다.

 

이자카야나 바를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감내한 자만이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하이볼이지만, 사실 만드는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

 

우선 어떤 위스키를 사용할지 정해야 한다. 수많은 위스키가 있지만 가장 접근성이 좋고, 유명한 건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와 짐빔 위스키다. 하이볼로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맛을 지녔고, 이마트나 동네 편의점, 와인엔모어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괜히 하이볼 하면 저 두 위스키가 떠오르는 게 아니다.

 


우선 선택한 위스키를 45mL 정도 (소주잔 2/3) 잔에 따라준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취향과 주량에 따라 마음대로 넣어도 된다. (고로 나는 소주잔 두 잔 정도를 넣는다)

 

그다음, 잔에 얼음을 가득 채워준다. 중요한 것은 꼭 얼음보다 위스키를 먼저 넣어야 한다는 것. 상온에서 보관하는 위스키를 얼음 위에 부을 경우 얼음이 금방 녹아내려 물이 생긴다. 이는 위스키의 풍미를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그 후 취향에 따라 토닉이나 탄산수, 진저에일을 넣어주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탄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잔을 기울여 따라야 한다는 것. 병맥주를 따른다고 생각하면 쉽다.

 

하이볼을 섞을 때는 머들러나 숟가락을 이용해 딱 두 번만 저으면 된다. 너무 여러 번 저을 경우 아까운 탄산이 날아갈 수 있다. 그 후에 레몬 웨지를 올려주면 홈 하이볼 완성.

 


이렇게 누구나 쉽게 하이볼을 만들 수 있지만, 최상의 홈 하이볼을 즐기기 위한 몇 가지 노하우가 있다.


홈 하이볼 노하우

  1. 토닉이나 탄산수를 넣을 땐 거품이 안 나도록 잔을 기울여 따른다. 
  2. 심장은 뜨겁고 잔은 차가울수록 좋다. 20분 정도 냉동 보관하자.
  3. 탄산수/토닉은 캔이나 유리병 제품이 좋다. PET 제품은 온도 유지가 어렵다.

 

잘 얼은 얼음을 고르는 어른이 되는 법

얼음은 마트에서 파는 돌얼음을 추천한다. 집에서 얼린 얼음은 그 속에 공기층이 있어 쉽게 녹는다. 더불어 얼음에 냉동실 냄새가 배기 쉬워 자칫 얼려놓은 멸치맛 하이볼을 마실 수 있으니 주의. 돌얼음은 공기층이 없고 크기도 커 쉽게 녹지 않아 홈 하이볼을 만들 때 유용하다.

 

 

탄산수? 토닉? 진저에일?

정답은 없다. 취향에 따라 맞는 음료를 고르면 된다.

탄산수는 말 그대로 탄산이 섞인 순수한 물이기 때문에 위스키의 풍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기름기 있는 무거운 음식과 페어링 한다면 탄산수를 추천한다.

위스키 향이 아직은 낯선 초심자라면 진저에일이나 토닉워터를 추천한다. 진저에일과 토닉의 달콤한 맛이 위스키와 어우러져 좀 더 캐주얼한 하이볼을 즐길 수 있다. 가벼운 안주와 페어링 할 때도 진저에일과 토닉을 추천한다.

 

레몬 짜는 법 따로 있나? 따로 있다.

하이볼에 들어가는 레몬을 그저 장식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레몬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이볼의 맛이 달라진다.

 

평소 하이볼에는 레몬 웨지(자른 생레몬)를 사용한다. 레몬의 산뜻한 향과 달콤함이 잔 속에 계속 머물러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좋다.

 

웨지가 아닌 레몬 제스트(레몬 껍질)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감자칼로 잘라낸 레몬 껍질을 하이볼에 뿌리고 입이 닿는 잔의 윗 부분을 가볍게 문질러 주는 방식이다. 레몬 웨지를 넣는 것보다 훨씬 가볍고 깔끔하다. 별다른 안주 없이 하이볼만 마실 때 레몬 제스트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혹시 집에 레몬이 없다면? 우리에겐 제주 감귤이 있다. 특히 짐빔 위스키 같은 버번 위스키는 시나몬과 오크향이 짙기 때문에 달짝지근한 귤과도 잘 어울린다.

 

하이볼과 어울리는 음식은?

하이볼은 대체로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워낙 깔끔한 술이기 때문에 다소 양념이 많은 한국음식과도 궁합이 좋은 편. 칼로리도 맥주의 1/2 수준이라 치팅데이 후에 찾아올 죄책감도 덜 수 있다.

 


대부분의 음식과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하이볼이지만 꼬치나 튀각 등의 가벼운 안주와 페어링하기 좋다. 하이볼의 매력 중 하나인 위스키의 풍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치팅데이 후에 찾아올 죄책감도 덜 수 있고…


클래스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동네 편의점에서 짐빔 위스키 보틀을 하나 샀다.

“봉투는 괜찮아요”하고 시린 손에 쥐고 나오니 괜찮지 않은 것들이 떠올랐다. 우선 내일 출근을 해야한다는 것과 그리고 이번 연말엔 친구들과 이자카야에 가지 못한다는 것.

 

그래도 집에서 먹는 짐빔 하이볼이 한 잔에 천원꼴이라는 게 심심한 위로가 되었고, 집에서도 하이볼을 즐길 줄 아는 맵시꾼이 된 것 같아 남사스럽게도 뿌듯했다.

 

아무래도 2020년은 가득찬 하이볼 잔처럼 무거운 해였다. 2021년은 무거운 잔의 무게를 이겨내고 결국 마셔내고야만 하이볼처럼 청량하길 바란다.

모두 행복한 연말, 하이볼과 함께. cheers!


본 콘텐츠는 ‘빔산토리코리아(유)’로부터 광고비를 지원받아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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