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4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다. 메모장에 묵혀두다가 학교 에타에 익명의 글을 올린 지는 2년쯤 되었을 거다. 직접 쓴 글을 보여주는 걸 늘 부끄러워하는 나지만 꺼내놓는 데 시간이 걸렸던 건 꼭 그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2017년 2월, 그 자리는 몇 명의 사람들을 처음 만난 자리였다. 늘 그렇듯이 학교는 어디냐는 질문이 있었고, ○○교대에 다닌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일등신붓감이네~” 라는 말이 돌아왔다. 교대생이라고 소개한 뒤 되돌아오는 그 단어는 무척 듣기 거북했다. 실은 교대생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그 말의 민낯이 불편하다고 생각해왔다.

 

“아, 근데 저 그 말 되게 싫어해요.”

“아니, 나쁜 뜻으로 한 말 아닌데 왜 그래~”

“아, 알죠, 알죠. 근데 그것도 싫어요.”

 

웃으며 받아쳤고, 왜 싫어하는지도 일부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가 내 말을 그다지 진지하게 듣는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그 말이 뭐가 문제인지 좀 더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화는 금세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잠깐 글 읽기를 멈추고, 그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보았으면 한다. 혹시 그를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으로 그리고 있는가? 차라리 그편이 좋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은 남학생이었다. 그럼에도 문제 인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나에게는 아주 선명한 이 기억이, 그에게도 선명할지는 모르겠다. 그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 순간을 마음에 새겼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잊었겠지. 나는 그가 괜찮은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얼마 후, 동기들에게 그날 일을 얘기했다. 말주변이 없어 내 답답함을 마음껏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른 누군가는 ‘그게 어때서? 나쁜 말도 아닌데?’라는 눈빛으로 몇 마디를 건넸다. 나는 그를 이해시키고자 노력했지만, 곧 이야기하기를 그만두었다. ‘교대생=일등신붓감’이란 말을 공식처럼, 나아가 칭찬처럼 여기는 건 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9년, 런던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이던 나는 교대생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일등신붓감’으로 여겨졌다. 대화의 화제가 나에게 잠깐 머물러 있을 때였다. 내가 교대생이라는 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선 그냥 흘려보내는 정보였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음~ 일등신붓감!”이란 감탄사도 별생각 없이 튀어나온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무의식이 더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교사를 그렇게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고장 난 사회에서 그 또한 고장 나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무엇보다 전혀 그럴 줄 몰랐던 사람에게 그 말을 들었다는 게 더 실망스러웠다. 그는 20대 중반의 여성이었고, 우리는 초면이 아니었으며,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전의 짧은 만남이 있었다.

 

아무도 때린 적 없는 뒤통수를 혼자 맞고서 그에게서 멀어지는 마음을 내버려 두었다. 실은 흩어지는 말을 붙잡고 “지금 그 말 되게 실례인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 근데 저 결혼 안 할 거예요. 겨우 일등신붓감이나 되려고 교대 간 거 아니잖아요.”라고 밖에 말하지 못했다. 구겨진 마음으로도 유머를 잃지 않은 채. 딱히 비혼주의자도 아니면서. 또 다른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적어도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지는 말아야겠다고 되뇐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부디 무뎌지지 않기를.

 

Writer 한슬

스물넷의 끝자락.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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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신붓감 되려고 교대 간 거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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