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처럼 연말 분위기가 안 났던 적이 있었을까. 거리에 나가질 않으니 매년 듣던 익숙한 캐럴도 들리지 않고, 파티 같은 건 상상도 못하니 크리스마스도 그저 빨간 날 중의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올 한해를 돌아보니 정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마음 놓고 편하게 여행을 가본 적도 없고,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돌아다녀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놀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거리두기 단계가 낮았던 봄엔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했고, 카페에선 오랜만의 외출인데 인생샷 좀 남겨보자며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조금씩 지쳐갔다. 처음엔 곧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확진자 수는 나날이 늘어만 갔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2020년은 생존하기 위한 사투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치고 처음 취업한 직장은 코로나 때문에 3개월 만에 그만둬야 했고 재취업의 과정은 전쟁 같았다. 나를 뽑아주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십 개의 이력서를 써냈다. 운 좋게 다시 일하게 됐지만 원하던 회사도 아니었고 과정이 너무 고됐기 때문에 마냥 기쁘지도 않았다.

 

한번은 친구를 붙잡고 신세한탄을 했다. 한해를 돌아봐도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올해의 나는 수없이 발버둥 쳐도 제자리였고, 아무런 일도 해내지 못한 내가 한심스럽다고.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대뜸 이렇게 얘기했다.

 

 

“너 백조 알지?”

“알지. 갑자기 백조는 왜?”

“백조가 호수에 떠있을 때 가만히 떠있으니까 사람들은 되게 편하게 있는 줄 알잖아. 근데 그거 어~엄청 노력하는 거래. 수면 아래에선 쉼 없이 발을 저어야 물에 뜬다더라.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힘든 거지.”

 

그게 잘못 전해진 얘기란 걸 모르는지 열성적으로 말하고 있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꼭 그게 아니어도 백조도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모르는 척 대답했다.

 

“뭐… 걔네도 나름 열심히 사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친구는 동그란 눈동자에 풀이 잔뜩 죽은 내 모습을 담은 채로 말했다.

 

“너도 노력했다고. 올 한해 아무 일도 안 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묵묵히 버티고 있던 것만으로도 엄청 노력하고 고생한 거라고. 그건 누구보다 옆에 있었던 내가 잘 알아.”

 

새삼스레 큰 위로를 받은 것처럼 가슴이 찡했다. 백조 얘기가 진실이든 아니든, 내가 여태까지 노력한 순간들이 떠올라서였다. 그래, 맞다. 2020년을 웬 이상한 역병에 통째로 도둑맞았더라도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저 버티기 위해서, 현상유지라도 하기 위해서 뭐 하나라도 더 해보자며 어떤 해보다 많이 시도하고 너무도 고생한 해였다.

 

한해를 돌아보는 연말이라 그런지 주위엔 생각보다 나처럼 스스로 자책하는 사람이 많다. 자격증이 어땠고, 취업이 어땠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불어 닥친 올 한해도 견디느라 고생했다고, 기약 없이 이어지는 거리 두기에 많이 지쳤겠지만 우리 다 같이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제자리걸음을 한 게 아니라, 제자리를 무사히 지킨 거다. 그것만으로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대견한 한해였다.

 

Writer 흰

자책하지 말아요. 우리에겐 모두 생존이라는 훈장이 달려있잖아요. 그저 살아있는 게 목표인 14학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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