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뭐 했다고 벌써 2020년이 끝났어?”

“와, 진짜 한 해 동안 뭐 했냐. 1년 동안 한 게 아무것도 없어.”

 

약속한 것도 아닌데 매년 연말만 되면 친구들과 같은 푸념을 반복한다. 사실 깊게 생각해보고 뱉은 말은 아니다. 무르팍을 치면 다리가 올라가듯이, 치킨을 보면 침이 고이듯이 ‘연말’ 소리만 들으면 “벌써?”가 툭, 튀어나온다. 정말 1년 동안 이룬 게 하나도 없을까 싶어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번뜩 놀랐다. 아, 맞다. 나 올해 취업했지.

 

1년간의 긴 취준 생활을 끝낸 후 드디어 취뽀 했다며 기뻐할 땐 언제고 홀랑 까먹다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뒀는데, 무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식의 습관성 푸념 속에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을까. 작정하고 앉아 다이어리, 인스타그램, 휴대폰 사진첩을 쭉 훑어보며, 올해 겪은 인상 깊은 일을 적어 내려갔다. 생각보다 굵직한 추억이 많았다.

 

1월엔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운 좋게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5월엔 취업난을 뚫고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8월의 여름날엔 우연히 참가했던 봉사활동에서 성격과 취향이 딱 맞는 소중한 친구를 만났다. 아직도 종종 힘든 날엔 그 친구와 서로 따스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위로를 얻곤 한다.

 

돌이켜 보니 나쁘지 않은 한 해였다. 아니, 꽤 좋은 한 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푸념의 말이 나온 건 습관 때문이다. “아, 배고파”, “아, 추워”처럼 깊은 생각 없이 자주 툭툭 뱉는 말을 떠올려 보았다. 망했어, 이번 생은 글렀어, 아무것도 안 했어, 이룬 게 없어.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 중에, 인상깊어서 일기장에 적어 뒀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사람의 뇌는 무의식 중에도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어서, 어떤 말을 하기까지 속으로 수십번은 반복해서 생각한다고. 깊은 고민 없이 한 말도, 사실은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뇐 후에야 뱉어진 말이라고 한다.

 

과학 선생님은 “그래서 평소에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하셨다. 무의식적으로 툭 뱉는 말조차 긍정적인 사람은 결국엔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달라질 테니까.

 

어떤 말을 자주 하면 말버릇이 생기는 것처럼 생각도 자주 하면 버릇이 든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 1년을 허비했어.”라는 생각을 매년 하면,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자꾸만 내 노력을 ‘후려치기’ 하게 된다. 한해를 조용히 갈무리해보면, 뚜렷한 성취는 없을지라도 분명 부단히 노력했던 시간들이 기억날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나만 아는 노력의 시간은 나만이 추켜세울 수 있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쓰레기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는데, 올해 취업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머쓱하게도 살짝 뿌듯함이 밀려왔다. 스스로 세운 탑을 ‘후려치기’로 무너뜨리기보단, 한 해 동안 참 애썼다고 토닥일 때 더 높은 탑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처럼, 생각의 버릇을 고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1년 동안 있었던 일 리스트’ 밑에 새해 다짐을 적었다. 부디 2021년엔, 한 해 동안 소중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는 이야기로 연말을 맞이하길 바라며.

 

Ps;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1년 동안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세요. 분명 “아 맞다, 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말을 최소 3번 이상 반복하게 될 겁니다.


illustrator 이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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