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유독 우리는 첫사랑에게만 추억필터를 과하게 입히려 한다. 첫사랑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고, 뭔가 대단해야 할 것 같달까. (이게 다 미디어에서 <건축학개론> 같은 영화를 만들어서 그렇다. 흥.)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첫사랑은 모두 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쓰려면 일단 내 첫사랑 얘기를 꺼내야 한다. TMI지만, 내 첫사랑은 중학교 때 친구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그리고 랩도 잘하는 인생의 진리… 아, 아니. 또래보다 키도 조금 큰데다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2000년대 인터넷 소설 속 주인공 같지만 진짜다.

 

안타깝게도 중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어찌 사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연락이 닿아 N년만에 다시 만났다. 대학생이 된 그 친구는 내 기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키는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으며, 대형견 같던 성격은 수줍음이 많은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24시간 중 15시간은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혹독한 K-입시를 거치며 운동은 아예 끊었다고 했다. “아~ 운동 좀 해야 돼. 요즘 몸이 쓰레기야.”라며 웃는 모습을 보니 괴리감이 느껴졌다. 아닌데… 분명 얘는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던 애였는데. 체육 시간이면 기를 쓰고 너도나도 제일 먼저 자기 팀으로 데려가려던 에이스였는데.

 

사람이 살다 보면 변하기 마련이라며 합리화를 하던 중, 어쩌다 “네 생일이 한여름인 게 좋았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는데, 그때 결정타가 터졌다.

 

“무슨 소리야 ㅋㅋ. 내 생일 11월인데?”

 

……아닌데! 분명 우리는 교복 와이셔츠를 풀어 헤치고 반팔 티를 드러낸 채로 케이크를 먹었는데! 쭈쭈바를 물고 손부채질을 해가며 집까지 함께 걸어오곤 했는데! 진짜로 내 기억이 잘못된 거라고?!

 

 

애써 웃으며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까지도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첫사랑 이미지’는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그 친구는 쭉 본인답게 존재했을 뿐인데, 내 이상형의 조건을 그 친구에게 덧씌운 건 아니었을까?

 

1년 내내 여름인 동남아에 가서 사는 게 꿈일 정도로, 나는 여름 악개(악성 개인팬)다. 공부 잘하는 너드 캐릭터보다는 활동적인 운동부 캐릭터를 더 좋아한다. 워낙 숫기 없는 성격이라 서글서글한 인싸들을 선망한다.

 

그래서 좋아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상 속 첫사랑에게 내 취향의 설정을 투영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첫사랑씩이나 되는 대단한 존재라면 내 이상형에 딱 맞는 사람이어야 돼!’라며, 비현실적인 설정을 추가했다. 그저 첫사랑의 환상을 잃고 싶지 않아서 매년 더 예쁜 포장지로 추억을 감쌌는지도 모른다.

 

정작 열다섯의 나는 이유를 따지지 않았을 거다. 만약 그때 당시 누군가 나에게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 사람이니까 좋아한다고 대답했겠지.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겨둬야 아름답다.”는 어른들의 말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겠다. 누구나 첫사랑이 아련한 이유는 조건 없이 좋아했던 순수한 마음 때문 아닐까? 그 풋풋하고 귀여운 마음만 그대로 남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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