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화장실 선반 위에 지갑을 올려 두고 볼 일을 본 후 그대로 일어나 몸만 홀랑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끼던 반지는 지금 치앙마이에 있다. 여행 갔다가 잃어버렸거든.

 

그래서 웬만하면 지갑도 저렴한 것으로 산다. 어차피 오래 못 쓰고 잃어버릴 테니까. 잃어버리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물건을 잠깐만 못 찾아도 쉽게 짜증이 난다. 다시 되찾으면 “이 새X, 여기 있었구나!”하며 죄 없는 물건을 탓한다.

 

예전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엄마랑 쇼핑몰에서 한참 구경 중이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펄쩍 뛰며 놀랐다. 왜냐고 물었더니 글쎄, 차 키를 잃어버렸단다. 가지 많은 나무처럼 복잡하게 길이 난 쇼핑몰에서 한 시간을 돌아다니며 키를 찾아 다녔다. 어찌나 쇼핑을 여기저기로 많이 다녔는지, 어떤 가게가 들어갔던 가게고 어떤 가게가 용의선상에서 제외될 가게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는 아예 허리를 90도로 숙여 가게 이곳 저곳의 바닥을 훑고 다녔다.

 

온 몸에 땀이 날 정도로 돌아다녀도 코빼기도 안 보이니 마음 속에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문득, 애초에 잃어버린 게 아닌데 이 고생을 한 거면 진짜 짜증나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함께 고생한 동지의 공감을 얻고자 먼저 운을 뗐는데 엄마의 대답은 의외였다.

 

“엄마 근데, 이렇게 찾아다녔는데 키가 그냥 차안에 있으면 너무 짜증나고 허무할 것 같아, 그치.”

“왜애. 그럼 다행인 거지. 너무 기분 좋은 거지.”

 

사람의 마음이 참 신기한 게, 엄마의 말을 들으니 묘하게 분노가 가라앉았다. “그럼 차안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없으면 다시 와서 찾아볼까?”라고 먼저 제안했고, ‘다행인 일’은 현실이 됐다. 실제로 키는 차 안에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예상과 달리 짜증은 하나도 안 나고, 키를 되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 뒤로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면 여전히 울컥 짜증이 먼저 고개를 들이 밀긴 한다. 이 놈의 에어팟은 맨날 없어져. 가방을 뒤집어 엎고 하루 종일 찾아 다녔는데 침대 위에 있었네. 으, 짜증나. 아니지. 버스에 두고 내려서 영영 잃어버리는 것보단 낫지. 그래도 찾았으니까 다행이지.

 

자연스럽게 마음에 또아리 틀 준비를 하는 최악의 감정을 훠이 훠이 쫓아낸다. 왜 짜증이 나? 찾으면 다행인 거지. 기분 좋은 거지. 엄마의 말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어쩌면 섣부른 단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정 중에 ‘망했다’고 섣불리 결론 냈던 일들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잃어버린 줄 알았지만 차 시트에 예쁘게 앉아 있었던 키, 그리고 침대 위에 포근히 누워있던 에어팟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망함’에 우리는 너무 많은 감정을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결론지어지지 않은,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마음을 물리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세상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며 괜히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도 없다.

 

아마 앞으로도 무언가를 꾸준히 잃어버릴 것이다. 그때마다 내뱉는 첫마디는 “아이씨, 이거 또 어디 갔어?!”겠지만, 항상 “다행이다”로 끝나길 바란다. ‘긍정적으로 살자’는 말은 부처처럼 초연한 상태로 살자는 뜻이 아니라, 욕이 나올지언정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말자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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