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긴 취준을 끝내고 12월 말에 최종합격 연락을 받았다. 역시나 일주일 뒤에 바로 출근을 하란다.
서울에 정착해서 살 집을 구하는 건 처음인데, 일주일만에 덜컥 계약을 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다행히도 먼저 서울살이를 시작한 언니의 전세방에서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살 원룸을 구하는 한두 달 동안만 머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 집에서 8개월이나 살았다. 살만해서 눌러 붙은 건 아니고, 정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언니는 같이 사는 것도 괜찮다고 했지만, 빨리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그동안 지내온 자취방이 허름한 고시원, 여럿이서 부대껴 사는 쉐어하우스였다보니 집 다운 집에서 혼자만의 공간을 꾸리고 싶었다. 집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권 아닌가? 그걸 이렇게 간절히 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다달이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처음엔 전세를 열심히 알아보러 다녔는데, 현실적으로 역부족이었다. 5평짜리 관 짝 같은 원룸 전세도 1억이 넘는데, 대출은 전세금의 80%만 나왔다.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의 수중에 2천만원이 있을 리가.
달리 선택권이 없었지만, 기왕이면 ‘1년쯤은 쾌적한 곳에서 살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오피스텔을 월세로 계약했다.
월세 52만원에 관리비 및 공과금 13만원, 도합 65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냈다. 계약서 쓸 당시의 호기로움을 후회했지만 그래도 집 컨디션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큰 창 가득 들어오는 일조량, 화이트 톤의 벽지와 빌트인 가구, 샤워 부스로 분리된 화장실까지. 5평짜리 작은 원룸이지만 스튜디오처럼 꾸며 놓고 예쁘게 살았다.
냉장고는 신선하고 맛있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매 끼니 요리를 해먹었다. 창틀 밑 선반에는 좋아하는 책을 쭉 세워놓고, 기분 좋은 밤이면 한권씩 꺼내 읽었다. 수채화를 그리거나 프랑스 자수를 해보는 등 취미를 가져보려고 노력했다.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맛있는 걸 먹고 함께 영화를 봤다.
이제야 좀 사람답게 사는 기분이 들었다. 소파를 둘 공간이 없어 좌식 테이블 앞에 앉아 일을 하느라 척추가 아프고 엉덩이가 배겼지만 대체로 삶에 만족하는 시간이 많았다. 부엌이 너무 작아 밥 한 번 해먹고 나면 난장판이 됐지만, 그래도 여러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게 했다.
형편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매달 드는 비용을 늘리자 비로소 삶 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좁디 좁은 고시원에 살았으면서, 꼴랑 1년동안 오피스텔에서 살아봤다고 바라는 게 많아졌다. 월세가 아니라 전세에 살고 싶어졌다. 월세를 내기만 하고 남는 건 없으니, 다달이 길바닥에 65만원을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문득, 집에 들인 돈이 궁금해져 월세와 관리비에 열두달을 곱했더니 780만원이라는 숫자가 계산기에 찍혔다. 말 그대로 현타가 왔다. 내 집이 없다는 이유로 1년에 780만원을 날렸구나.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서 태어난 동년배 친구들은 780만원을 아낀 거구나.
모두 잠든 밤 홀로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집은 전세로 가야겠다고.
<4화에 계속…>
illustrator 몽미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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