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으로 여행을 떠났다. 초여름의 안동은 그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숙소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택이었는데, 사장님이 특히 친절했다.
대청마루에 앉아 일기를 쓰다 방에 들어가려는데, 사장님이 다음 날 아침에 산책하러 나가보라며 코스를 추천해 주셨다. “우리 집에서 대문 나가자마자 왼쪽으로 쭉. 가다가 둑방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쭉. 가면 소나무 숲이 나와요. 거기서 136번 소나무! 그게 기운이 유독 좋다니까 한 번 끌어안고 와요. 7시가 지나면 너무 더워지니까 꼬옥 아침에!”
평소엔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야 일어나던 게으름뱅이였는데, 신기하게도 아침 7시에 눈이 떠졌다. 길을 헤매지도 않고 단박에 소나무 숲으로 갔다. 네 잎 클로버를 찾는 마음으로 136번 소나무를 찾으면 다른 소나무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까 봐 ‘기필코’를 버렸다. 마냥 산책하다 의미 없이 툭 바라본 곳에 136번 번호판이 있었다.
다른 소나무보다 기둥이 얇아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얘가 기운이 좋다고…?” 싶었지만 일단 엉거주춤 끌어안았다. 안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왜 기운이 좋다는지 알 것 같았다.
얇은 기둥이 일직선으로 뻗은 게 아니고 유연하게 굽이치며 자랐는데, 밑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얇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 꿈틀대는 모양이었다. 등께를 쓰다듬듯 슥슥 문지르다 고개를 돌리니 웬 샛길이 하나 보였다.
말이 길이지, 따로 정갈하게 만든 길은 아니었고 사람들이 하도 드나들어 자연스레 길목이 튼 자리였다. 우거진 수풀이 터널처럼 지붕을 만들고, 아래는 울퉁불퉁한 흙 바닥이었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여차하면 바로 뒤돌아 나올 생각으로 슬금슬금 걸어 내려갔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우거진 수풀이 딱 끊기고 별안간 모래사장이 펼쳐지며 시야가 탁 트였다. 눈앞엔 낮게 깔린 낙동강과 함께 부용대가 보였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부용대는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초현실적인 풍경에 멍하니 서서 몇 분간 바라만 봤다. 강에서부터 물안개가 넘실넘실 내 발치로 넘어오는 걸 홀린 듯 구경했다.
사실 136번 소나무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지점에서 샛길로 빠져야 가장 멋진 풍경이 나오기 때문에 소문이 난 이정표 같은 나무일지도…
인생에도 이런 이정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 말이야~ (1)36살 즘에 샛길로 빠져봐~ 그럼 멋진 일이 벌어질 거야!” 당연히 인생에는 남이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건 없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갈까 말까 할 때 속는 셈 치고 가보는 것. 이 샛길로 빠질까 말까 고민하다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걸어갔던 그 날처럼.
언젠가 인생의 풍경이 달라지는 시점이 오면, 안동에서의 시간이 떠오를 것 같다. “아, 여기가 바로 내 인생의 136번 소나무가 보이는 지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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