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과학이다.’ 를 3년째 외치고 있는 과몰입러가 얼마 전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다. 바로 <한국 MBTI 연구소>. 무려 MBTI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MBTI 콘텐츠로 좋아요 1만개를 찍은 나 정도면 전문가 아닌가?’ 라는 패기 넘치는 생각으로 MBTI 연구소 김제형 연구부장님을 만났다.
“자기 MBTI가 뭐일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죠. 심플하게 대답하자면, 맞출 수 없어요. 저 같이 연구를 하는 사람은 객관적인 지표 없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거든요. 그 사람의 행동에 의외성이 있었다거나, 어떤 특별한 상황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잖아요.
MBTI는 미국에서 만든 심리 검사용 도구예요. 한국 MBTI 연구소는 이 검사 도구를 한국 문화에 맞춰 발전시키는 곳이죠. 미국 검사지의 문항을 그대로 번역하면 안 돼요. 같은 문장이어도 어떤 용어를 쓰는가에 따라 검사 결과가 완전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MBTI 검사 도구를 실제 사용하는 전문가를 양성해요. 전문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기초적으로 검사도구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용해야 하는지 알려줘요.
아무래도 심리 상담 및 임상과 연관된 분들이 많이 오시죠. 정말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교육을 들으러 와요. 기업 인사과에 있는 분들도 있고, 군인도 있었어요. 공통점은 모두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이죠.
놀랍게도 전혀 안 그랬어요. 예전부터 한국 MBTI 연구소는 광고라는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 남을 돕고 싶은 분들이 알아서 찾아오셨죠.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도, “MBTI를 통해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흐름은 아니잖아요.
예나 지금이나 임상에 관심 있는 분들이 알아서 찾아오실 뿐이에요 (웃음).
웃기면서도 답답한 전화가 많이 와요. 인터넷에서 유명한 MBTI 무료 간이 검사가 있잖아요. 그건 정식 검사가 아니에요. 그런데 무료 간이 검사를 하고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며 연구소로 전화를 해요. 전혀 무관한 저희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니까 당황스럽죠
‘E, I, S, N, T, F, P, J’라는 코드 첫 글자만 같고, 축약 전 단어는 전부 달라요. 예를 들어 E 코드의 경우 정식 검사에서는 Extraversion의 앞 글자를 따온 거예요. 무료 간이 검사에서 Extraversion의 형용사 형태인 Extraverted의 앞 글자라고 하더라고요. 교묘하게 저작권을 피해한 거죠.
무엇보다 무료 간이 검사에 MBTI 공식 문항과 일치하는 문항이 전혀 없어요. 정식 검사는 응답 선택지가 2개인 반면에, 무료 간이 검사는 응답 선택지가 ‘매우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7개예요. 당연히 통계 처리 방식도 다르겠죠.
정식 검사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어요. 한국 MBTI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지역 일반 강사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자신이 상담 받고 싶은 선생님을 골라서 연락하시면 온라인 정식 검사 설문지를 보내줄 거예요.
유형별로 질문이 달라요. 내향 유형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아주 깊이 있는 질문을 해요. 예를 들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들었는데도 잘 모르겠네 어떡하지” 같은 질문이요. 반대로 외향 유형은 주로 호응을 유도하는 질문들을 하더라고요. 특히 ENFP 유형이 그랬어요. (웃음)
이런 표가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인간관계를 이렇게 단순화할 수는 없잖아요. 업무상 관계, 친구 관계, 연인 관계 등 다양한 관계가 있잖아요? 업무적으로는 잘 맞는 사람이 친구로서는 잘 안 맞을 수 있는 것처럼, MBTI 하나만 가지고 관계를 알아보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MBTI 연구 논문에서도 각 타입 별 상생을 저렇게 표로 표현한 적은 없어요. 대신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가정한 다음, 서로 잘 맞는 유형을 조사할 수는 있겠죠.
그 부분은 50% 동의해요. 선호 코드가 일치하는 분들끼리 사용하는 언어가 유사해서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당연히 소통이 좀 더 원활하겠죠. 50%만 동의한 이유는 같은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잘 맞는 건 아니기 때문이에요. 외향 유형이 자기보다 더 외향인 사람들을 힘들어 하는 것처럼요.
처음 들어봐서 잘 모르겠는데, MBTI를 다루는 전문가로서 말씀드리면 두 유형이 정말 많이 달라요. (웃음) 각 유형마다 핵심 코드가 있는데, 두 유형의 핵심코드는 N이라는 직관 코드가 핵심이거든요. 그런데 직관 코드에 외향과 내향이라는 코드가 붙으면 둘은 매우 달라요.
ENFP는 자신의 상상이 3-4년 후에는 어느정도 현실이 됐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에 반해 INTJ의 생각은 끝이 없어요. 3-4년이 아니라 무한대인 거예요. 아마 사후세계까지 생각할 걸요? (웃음)
코드 개념을 정확하게 표현한 건 J P 빼고 없다고 볼 수 있어요. ‘N이 이기적이다’라니… 모든 코드가 자기 멋대로 살면 이기적인 거 아닌가요? (웃음)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콘텐츠들이 전체적으로 옳을 수는 없어요. 확실히 MBTI가 놀이가 되고 붐이 일어난 건 좋은 흐름이지만, 코드를 단순화해서 파악하려는 건 지양해야 돼요.
연장선으로 요즘 MBTI를 엔프피, 엔티제 이런식으로 축약해서 부르잖아요. 그런데 알파벳 코드를 하나 하나 풀어서 부르는 게 전 세계적인 약속이에요. MBTI는 네 개의 코드가 섞여서 나타나는 미학이거든요.
MBTI가 1020에게 일종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아요. ‘무료 간이 검사를 하지 말아라’라고 할 수는 없죠. 자연스런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은 대중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정식 문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단순 놀이에서 머무르지 않고 MBTI 검사를 통해 나 다움을 알고 진정성 있게 나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MBTI 도구로 사람을 돕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커요. MBTI 도구는 병리를 예측할 순 없지만, 자기다움을 알려줄 수 있거든요. MBTI를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그런 관점에서 한국 MBTI 연구소에서 배출된 전문가들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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