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상 하나를 내게 추천했다.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21’에 선정된 TOP20 게임 소개 영상이었고, 나는 그 영상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조별과제 시뮬레이터!> 느낌표까지 게임 이름이다. 내가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조별과제가 무엇인가? 숨 막히게 어색한 사람들과 강제로 하는, 흑역사와 분노가 뒤섞인 대학생활 지옥편의 결정체다.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가 절로 나오는 조별과제를 소재로 왜 게임을 만들었을까?

‘하기 싫다’와 ‘궁금하다’의 경계선에서 날 흔든 것은 ‘인디’+’TOP10’의 조합이다. ‘구글이 인정한 10위권 내의 인디 게임이니까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깔아나 보자는 마음으로 게임을 검색했다.

 

 

유료네? 선 넘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과금 유도 3대장 3N도 게임 다운로드는 무료인데?

하지만 2500원에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무료 게임이 아니면 손도 대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쿨하게 결제했다. 난 이제 핵과금러다.

 

<플레이>

 

 

세련되지는 않지만 나름 귀여운 메인화면을 지나니 이름을 만들라고 한다. 나는 대학내일 소속이니까 댕낼!

 

 

주사위를 굴려 내 능력치를 정해야 한다. 각 능력치에 대한 설명도 해주지만 너무 길어서 자세히 읽지 않았다. 이때는 몰랐다. 그것이 나의 실수가 될 줄이야…

그런데 주사위 굴리기에 제한이 없다. 그렇다면 능력치를 내가 원하는 대로 분배해도 됐을 거 같은데…?

 

 

능력치 설정까지 완료했다면 당신이 마주하게 될 화면이다. 그리고 이게 나다. 모바일 게임 캐릭터는 보통 멋있고, 귀엽거나 섹시한 캐릭터 디자인을 내세우는데 이 게임은 그런 거 없다. 모든 캐릭터가 오늘 지하철에서 본듯한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내 캐릭터지만 뭔가 꽉 막혔을 것 같다.

 

이 게임의 백미는 다음 대화에서 부터 시작된다. 주오오오옥 같은 대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게임을 끄고 싶게 만든다.

 

 

당신이 실제로 조별과제를 하게 됐는데 이런 팀원을 만난다면 휴학을 추천한다. 아무튼 4학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주일 남은 조별과제의 조장은 내가 하게 된다.

 


 

힘내세요 새내기들. 모든 사람이 저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내년에 새내기랑 조별과제하면 저런 생각이 조금 들 거예요.

어쨌든 나를 포함한 조원을 자료조사 세 명, PPT 두 명, 발표 한 명으로 역할분담 해야 한다. 나는 타인과 얽히기 싫어서 발표를 맡았다.

 


 

발표를 위해 시작할 때 주사위를 굴려 화술 능력치를 만땅으로 올려놨다. 조별과제는 결국 발표가 중요하니까.

게임은 여섯 캐릭터의 학과와 시간표까지 상세하게 설정해 두었지만 난 팀원의 시간표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조별과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학점을 좋게 받기 위해 나도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매일 나만의 공부 시간표를 짜야 한다. 그래야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조별과제에만 집중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런 디테일한 현실고증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활동을 할 때마다 행동력이 감소되는데 중간중간 놀아주지 않으면

 

 

집에서 앉은 채로 죽는다.

 

…는 아니고 게임 오버가 되면서 바로 전 시간표 짜기부터 다시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데 로그라이크 감성이 묻어 있다.

 

 

게임은 매일 내가 짜놓은 시간표대로 흘러가며 중간중간 나에게 전화가 오거나 내가 팀원에게 전화를 걸며 이벤트가 발생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안혜연과의 즐거운 통화 1 💛

아무것도 안 하는 안혜연과의 즐거운 통화 2 💛

 

발표 전 가장 큰 이벤트는 중간 점검이다. 각자가 맡은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자리다.

 

그리고 믿음직한 우리 PPT 담당 조원은 보노보노 PPT를 준비해왔다. 저 이미지 너머 푸르디푸른 이미지가 보노보노다. 화술에 능력치를 몰빵하느라 미적 감각이 별 하나인 나는 세 가지 멘트 중 하나밖에 할 수 없었다. “잘 만들고 있다.”를 누르기 싫어 게임을 그만할까 생각도 했다. 이런 요소가 게임을 여러 번 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중간점검을 거친 후 발표 날이 왔다. 나의 탁월한 발표실력은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자료조사에서 감점이 생겼다. 열받은 나는 조별과제의 흠이었던 프라라이더들의 만행을 교수님에게 보고했다.

 

 

프리라이더들에게 자비란 없다.

 

남은 것은 성적표, 교수님도 조별과제 조장으로서 힘들었을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결과는

 

 

망. 보노보노가 내 인생을 망쳤다. 숨 막히는 현실고증에 입각한 성적표에 치가 떨린다.

 

그래, 그래도 다른 과목은 성적이 좋을 거야 내 평균 학점을 볼까?

 

 

망. 댕낼은 아무래도 계절학기를 듣고 싶나 보다. 부모님께 죄책감이 드는 성적표를 받고 나면 엔딩이 나온다.

 

 

 

정말 옛날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는 것 같다. 딱 보아하니 엔딩이 많아 보인다.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다회차를 할수록 엔딩보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C+을 인정할 수 없었던 나는 곧바로 새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흐-믓

 

 

그런데 이딴 새로운 엔딩 컷을 봐야했다.

 

<마무리>

 

<조별과제 시뮬레이터!>는 대학생이라면 해볼 만한 게임이다. 물론 조별과제에 안 좋은 기억이 많다면 피하는 게 좋지만, 게임으로 얻는 소소한 재미들이 많다. 프리라이더들을 응징할 기회도 맛볼 수 있고, 항상 무거운 책임감으로 조별과제를 해왔다면 프리라이더가 될 수도 있다. 엉망진창으로 학교생활을 해서 학점 바닥을 치는 것도 가능, 이미 그러고 있다고? 그럼 게임에서라도 공부를 좀 하자…

 

친구들이랑 만나기도 힘들고 온라인으로 딱히 할 것도 없을 때, 맥주 사놓고 줌으로 친구들 불러서 녹스 같은 앱플레이어로 같이 험한 말 하며 놀기 딱 좋은 게임, 조별과제 시뮬레이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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