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강의가 있다?’ 연세대학교에는 있다. 얼마 전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은 ‘비대면 e-스포츠’ 강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명의 수강생이 의무로 게임을 해야 되는, 신박하면서도 도전적인 강의를 개설한 이태형 강사를 만나보았다.

“코로나19 이후 게임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요. 게다가 대학교 강의로 게임을? 많은 고민을 안고 시작했어요.”

‘비대면 e-스포츠’를 개설한 이태형 강사

 

[연세대학교] 2021년 초대형 신작, 게임 강의 출시.


반갑습니다 강사님,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교육과학대학 체육교육학과에서 운동 생리학 기반 이론 및 다양한 스포츠 강의를 맡고 있는 이태형이라고 합니다.

 

게임 강의를 개설했다고 하여 게임 업계 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니에요(웃음). 운동 생리학 전공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어요. 강의를 한지는 5년 정도 됐고, 이번 학기는 ‘비대면 e-스포츠’ 강의를 합쳐 다섯 개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게임+강의’의 조합이 낯선데, 비대면 e-스포츠는 어떻게 개설하게 되었나요?

학과에 소속된 주임 교수님들이 분기마다 다음 학기 강의에 대해 논의하십니다. 이 자리에서 2021년도 2학기에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할 새로운 교양 수업을 개설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주임교수님께 들었어요.

당시 2024년 파리 올림픽에는 브레이크 댄스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상황이라 학과장님에게 두 가지를 제안했고, 그중 e-스포츠를 구체화 시켜보자고 하셔서 강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이례적인 과목 개설 아닌가요?

연세대학교에서는 이런 강의가 처음일 거에요. 그래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죠. 코로나19 이후 게임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니까요. 더군다나 비싼 등록금을 내고 게임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좋아할 부모님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공지]이론 튜토리얼은 스킵 기능이 없습니다.


강의의 목적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설정했나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질병코드가 생겼어요. 얼핏 보면 게임이 질병처럼 느껴지지만, 게임 중독에 걸린 사람을 분류하기 위한 개념이 생긴 것뿐이에요. 알코올 중독이 있는 것처럼 게임 중독도 있는 것이죠. 이런 내용을 명확히 알리고 싶었어요. 코로나19 이후로 WHO가 게임을 권장하기도 했고요.

게임도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주려는 목표도 있어요. 그래서 강의명도 ‘비대면 e-스포츠’라고 만들게 되었고 학교의 심사를 거쳐 개설되었죠.

 

e-스포츠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2019년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경기 모습. 출처: Riot Games

 

강의 개설 전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충 게임만 하면 되는 수업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어요. 질적으로 좋은 수업을 만들고 싶었죠. 그러면서도 1학점에 패스·논패스 수업이라 학생에게 큰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았어요.

 

게임이 실제로 신체에 긍정적 영향을 주나요?

강의를 준비하며 게임에 관한 다양한 문헌과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실시간 전략 게임의 경우 두뇌 개발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많아요. 프로게이머의 경우 일반인보다 전두엽이 활성화 되있어서 빠른 판단을 본능적으로 한다는 결과도 있었죠. 게임에 집중하면 약 500kcal까지 소비할 수 있다는 결과도 봤어요.

 

강의 개설 전의 고민이 적혀 있는 메모.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등 다양한 게임이 강의 커리큘럼에 올라와 있는데 선정 기준이 따로 있었나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게임 종목을 기준으로 선정했어요. 강의 개설 시점에는 정확한 종목이 나오지 않아 뉴스에서 예상하는 게임을 기준으로 리스트업 했죠. 그래서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게임 종목은 바뀔 수 있다고 고지했어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e-스포츠 공식 종목. 출처: 인스타그램 @asian.esports

 

[운영자]강의 시작합니다. 게임 접속해주세요.  


현재는 어떤 게임 수업이 진행 중인가요?

중간고사 기간 전까지 <리그오브레전드>를, 현재는 <어몽어스>를 강의 중이에요. 사실 함께 체험 중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웃음). 최종 확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목 중 한국에는 출시도 안 된 게임이 더러 있어서 해당 종목을 따라가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강생들과 소통하며 함께 할 게임을 조율해 나가고 있죠.

 

현재 수업 중인 <어몽어스>의 게임 장면. 출처: Innersloth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마치 게임 스트리머가 된 기분일 것 같아요.

ZOOM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해요. 각 게임의 첫 수업은 게임 선정 이유와 인체 생리학 관점에서 이 게임을 했을 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부분 등에 대한 이론 수업을 진행하죠. 이후 함께 게임에 접속하여 체험을 시작해요. 이때는 디스코드라는 프로그램을 써요. 수강생이 20명인데, 리그오브레전드를 예로 들면 10명씩 5:5로 조를 나눠 실습하고, 나머지는 관전 후 게임이 끝나면 소감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실습 중간에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흔히 ‘부모님 안부를 묻는다’고 표현하는 욕설 문제가 많은 게임이에요. 이런 상대방 비하가 형사 입건까지 갈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면서 경각심과 윤리의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죠.

 

실시간 비대면 강의를 진행 중인 모습.

 

강의에 변수는 없었나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실력차이에요. 리그오브레전드를 강의하는데 학생의 실력 편차가 컸죠.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어려워하고, 매일 해오던 친구들은 답답해했어요. 저보다 잘하는 학생들도 많았고요(웃음).

두 번째는 각 학생의 컴퓨터 사양이었어요. 게임이 요구하는 권장 사양이 있는데, 모든 학생이 그 사양에 맞출 수는 없었죠. 모바일 게임도 다르지 않아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확정됐지만, 배틀그라운드는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 모두 고사양이에요. 그런데 학생들은 원하고 있어서 고민하고 있죠.

 

다양한 커뮤니티에 강의 계획서가 올라왔었는데, 보신 적 있나요?
친구가 알려줘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의 계획서를 보게 됐어요. 제 이름과 이메일, 연구실 연락처까지 다 나와 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댓글에 강의에 대한 긍정과 부정 의견이 혼재되어 있었는데, 서로의 생각이 맞는다며 싸우는 분들을 보며 정말 제대로 강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각종 커뮤니티에 게시 되었던 강의 계획서 일부.

 

수강 신청은 몇 명이나 했나요?
20명 정원에 120명 정도가 신청했어요. 생각도 못 한 인원이었죠. 교양 수업 인원 제한도 있지만, 매번 실습 해야 하는 수업인 만큼 수강생에 제한을 둘 수 밖에 없었어요.

 

팀플레이 게임이 많으니 조별 과제도 있나요?

제가 강의하는 모든 수업에는 조별 과제가 없어요. 조별 구성원 중 한 명만 협조하지 않아도 불만이 생기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대신에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냈어요. 자신의 전공과 게임을 연계한 어떤 정보라도 좋으니 문헌 조사를 하여 제출하는 것으로, 심리학과라면 게임과 인간 심리와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것이 되겠죠.

 

[공지]2022년 대규모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내년에도 강의를 이어가실 예정인가요?

학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이어가고 싶어요. 처음 생긴 강의인 만큼 보완할 점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욱 정돈되고 질높은 수업이 될거라 생각해요. 반응이 좋다면 분반이 생길 수도 있고요.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비대면 수업이 그렇겠지만… 소통을 조금만 더 해줄 수 있을까요? 더 좋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 솔직한 강의 평가도 부탁드려요. 요즘 진짜 강의 평가는 에타에 올라온다고 들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인상 깊었던 댓글이 생각나요. ‘연세대학교가 큰 결심을 했다. 해당 강의는 e-스포츠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첫걸음이다. 스포츠 학문도 처음에는 지금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이 강의를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시각보다는 e-스포츠가 다른 스포츠처럼 인정받기 위해 시도하는 도전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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