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사람과 공존한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길고양이는 그만큼 보살핌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움을 받는다. 이런 길고양이가 캠퍼스에서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배식부터 중성화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동아리가 전국에 있다. 이중 최근 신설된 상명대학교 중앙동아리 ‘상냥행’의 두 운영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김예원(이하 김): 안녕하세요 : ) 상명대학교 국어교육과 18학번 김예원입니다. 상명대 중앙 동아리 ‘상냥행’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장서현(이하 장): 건강관리부 부장을 맡고 있는 국어교육과 18학번 장서현입니다.

 

상냥행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김: 상냥이(상명대 길고양이)를 비롯한 상명대 생태계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동물 인식 개선 캠페인 및 급식소 설치 등의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동아리입니다.

 

장: 동물권 보장 및 생태 감수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작년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정식 동아리 승인은 올해 초 되었습니다 : )

 

결성 계기가 특별하다고 들었어요.

김: 상냥행은 계당교양교육원 오경은 조교수님으로부터 시작됐어요. 예전부터 상냥이를 위해 사료와 겨울집을 챙겨오셨죠. 하지만 개인 활동이 쉽지 않으셨다고 해요.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던 중 비슷한 활동을 하는 교직원 및 학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셨고, 함께 상냥이를 돌보며 동물권을 옹호하자는 취지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상냥행이 되었습니다.

 

상명대의 유일한 회색 고양이, ‘그레이씨’

 

처음 시작했을 때 인원은 어느 정도였나요?

김: 교직원을 포함하여 20명 정도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50여 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는데 최근 신입 부원 신청을 받아서 2학기에는 60명 정도까지 오를 것 같아요.

 

동아리 인원이 꽤 많은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장: 여섯 개의 부서로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어요.

배식부는 상냥이 급식소 설치 및 배식, 겨울집 관리

건강관리부는 상냥이의 포획-중성화-방사의 TNR 활동

기획부는 동물권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의 기획 및 실행

제작부는 상냥이를 모티브로 캐릭터 굿즈 제작

홍보부는 각종 SNS를 통한 상냥행 홍보

총무부는 투명한 재정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

 

김: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1~3지망의 희망 부서를 받은 후 최대 두 개의 부서만 겸직할 수 있는 구조를 택했어요.

 

1인 1부서를 권할 정도로 돌볼 상냥이가 많은가요?

장: 캠퍼스에만 25마리 정도가 있어요. 후문이나 상가 쪽까지 합하면 더 많을 거예요.

 

상냥행의 오랜 관찰로 만들어진 냥계도

 

생각보다 많네요!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나요?

김: 그럼요 : )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자주 보이는 곳이 있어요. 특정 장소에 같은 상냥이가 반복해서 보이면 외형의 특징이나 성격을 파악하여 투표를 통해 이름을 붙여주고 있어요.

 

장: 상냥행은 모르지만 저희가 지어준 상냥이 이름을 아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해요. 이름을 지어준 상냥이는 제작부와 홍보부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래 지켜보면 가족관계, 친구, CC 여부까지 다 알 수 있어요 : )

 

특징을 살려 이름을 붙여준 상냥이 ‘양말’

 

특징을 살려 이름을 붙여준 상냥이 ‘미요’

 

주요 활동 중 하나인 배식은 매일 이루어 지나요? 방학 때는 소홀해질것 같아요.

김: 상냥행 결성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배식하고 있어요. 배식부가 주말, 방학, 연휴에도 10개에 가까운 급식소에 매일 배식하고 있죠.

 

상냥행이 설치한 상냥이 급식소

 

중성화는 보통 지자체에서 하는데, 상냥행이 해당 활동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 TNR(Trap포획-Neuter중성화-Return제자리방사) 활동이라고 해요. 주목적은 개체수를 유지하는 거죠. 여기서 오해가 생기는데, ‘잡아서 살처분하면 되지 왜 인적·물적 자원을 들여서 개체수를 유지하냐’라는 입장이 있어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살처분으로 특정 지역 고양이를 없애면 다른 동네의 새로운 고양이가 유입돼요. 결국 적절한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애초에 살처분 방식은 부적절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장: 배식과 TNR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배식보다는 단체나 커뮤니티에서 지정된 장소에 배식을 하고 TNR 활동을 함께 해주는 게 이상적이죠. 그래야 먹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고, 발정기 때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문제도 사라질 테니까요.

 

그렇다면 TNR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장: 먼저 TNR이 필요한 상냥이들을 한 달 동안 살펴봐요. 임신은 했는지, 수유는 하고 있지 않은지 등 여러 요인을 파악하죠. 그다음 3~4일에 걸쳐 포획한 후 동물병원 혹은 구청으로 상냥이를 보내요. 3~4일 정도 회복 기간을 거치면 다시 고양이가 있던 영역에 방사합니다.

 

상냥행이 처음으로 TNR을 진행한 상냥이 ‘요정’

 

캠퍼스에서 다친 상냥이는 어떻게 돌봐주나요?

김: 새끼 때부터 봐온 ‘맨발’이가 꼬리에 깊은 상처가 난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포획 후 치료했고, 한 달 동안 저희가 마련한 임시보호처에서 회복을 위해 돌보았어요.

 

 

상처 치료 후 방사한 상냥이 ‘맨발’

 

장: ‘요비’는 캠퍼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치료까지 했으나 후지 마비가 되었죠. 임시보호처에서 돌보고 있는데 이제는 가정으로 입양을 가도 될 정도로 회복이 돼서 ‘요비’의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어요. 매일 압박 배뇨와 재활 운동이 필요해서 입양 조건을 까다롭게 두고 있죠. 요비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 @smucat._.yobi , 트위터: @smucat_yobi

 

입양을 기다리는 상냥이 ‘요비’

 

배식에 TNR, 임시보호처 마련까지. 동아리 지원금만으로는 운영이 힘들지 않나요?

장: 여유롭지는 않아요. 상냥행 잔고를 보면 항상 놀라죠 : ) 그래도 부원들이 마음을 보태고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아직은 괜찮아요. 다친 고양이를 돌보거나 요비처럼 장기간 보살피는 경우 지출이 늘어나는데, 요비의 경우 굿즈를 제작해서 펀딩을 했어요. 다행히 많은 분이 요비의 사연에 공감해주셔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죠.

 

김: 그 외에도 다양한 굿즈를 제작해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최근 총무부를 신설하며 상냥행의 자금을 인스타그램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죠.

 

요비의 재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펀딩

 

제작부가 진행한 후원 굿즈 상품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만 모두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장: 고양이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분들의 시선을 느끼고 목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아파요.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할 때 무분별한 비난의 목소리를 받기도 했죠. 굳이 상냥이 급식소에 찾아가서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고 발로 차는 분도 있어요.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동물권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목표를 더 명확히 하여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겨울에 진행한 모닝노크 캠페인

 

축제 중 길고양이 인식 개선 캠페인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 상냥행

 

동아리에상냥이 접촉 금지’라는 수칙이 있어요. 매일 밥도 주고 건강도 챙겨주는데 친하게 지내면 안 되나요?

김: 새끼 고양이가 사람의 손을 타면 어미에게 버려질 수 있어요. 그리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게 되면 혐오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죠. 그래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 친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매일 마주치는 고양이가 저를 간택하고 싶은 거 같은데, 냥줍(길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목적으로 데려오는 행위)을 해도 될까요?

장: 마음은 이해하지만 추천하지 않아요. 고려해야 할 사항이 굉장히 많거든요. 고양이가 실내 생활에 적응하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가족이 있는 고양이는 아닌지, 그리고 내가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되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이왕이면 보호소나 커뮤니티 등에서 정식 입양 절차를 통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권해요.

 

SNS에서 카드뉴스를 통해 인식 개선 활동 중인 상냥행

 

상냥행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대학교 동아리가 또 있을까요?

김: 수도권에만 14개 정도의 대학교가 있어요. 저희는 신생 동아리에 속하죠. 더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오픈채팅 방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혹시 동물권이나 길고양이에 관심이 있다면 학교에 해당 동아리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아요.

 

 

상냥행의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동아리 가입은 매 학기 시작인 3월과 8월쯤에 받고 있어요.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아도 상냥행 SNS를 통해 매월 배식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후원 계좌도 있고 후원금은 모두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고양이가 먹지 않는 사료나 쓰지 않는 담요를 기부해주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돼요 : )

 

상냥행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예정인가요?

김: 지금은 상냥이 위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명대 생태계의 모든 동물이 우리와 공존할 수 있도록 활동 범위를 넓혀갈 예정입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 가을과 겨울에 ‘버드 피딩’을 계획 중이에요. 새들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먹이를 적당히 제공해 주는 활동이죠.

 

장: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상명대 생태계 안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캠페인을 확대하고 지금처럼 다양한 카드뉴스를 통해 동물권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 )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는 상냥행의 동물권 인식개선 프로젝트.

 

Plus Interview

오경은 상냥행 지도교수

상냥행은 단순히 캠퍼스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상명의 생태계를 위한 깊은 고민을 하는 동물권 옹호 단체입니다. 고양이, 청설모, 캠퍼스를 날아다니는 다양한 새들의 생존을 위해 보조하는 작은 일부터, 다양한 종의 공존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까지. 상냥행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내뿐 아니라 교외에까지 동물권의 중요성을 전파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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