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학번이 새내기가 된 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연초에 썸으로 시작한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해 알콩달콩 동기들의 눈을 시리게 만드는 친구들이 있을 테고, 만남과 헤어짐 1세트를 반복해서 조지며 연애 근육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반대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CC라는 걸 해보고는 싶은데, 갈피를 못 잡는 대학생들. 이들에게 CC가 왜 좋은지, CC는 어떻게 시작하며 소멸하는지, 그 전 과정을 알려주려고 한다.

 

왜 우리는 CC를 해야 하는가?

 

초중고 도합 12년, 학업에 충실한 미성년자의 삶을 살면서 우리는 ‘연애’에 시간을 투자하는 데 죄책감을 느껴 왔다. 그래서 이 시기 주변 성인들(부모님 포함)은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딴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대학 가면 연애도 음주도 질리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이미 우리는 알아버렸다. 그건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말이었다는 것을. 이건 가능성의 영역일 뿐, 조건부로 해결되는, 마치 “100점 맞으면 레고 사줄게” 같은 약속의 영역이 아니었다는 것을.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자연스레 애인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연애는 쟁취해야 한다. 다행히 판은 이미 깔려 있다. 혈기 왕성한 남녀가 바글바글한 강의실에 모여 지낸다. 교내 행사니, 축제니 하며 어울릴 건덕지도 널려 있다. 여기저기로 눈이 돌아간다. 이미 지인 관계가 형성된 이 수많은 동기 중 눈에 들어오는 친구 한 명이 없겠는가?(그와 동시에 나를 마음에 들어 할 동기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CC는 해 봄 직한 게임이다. 일단 시작하면 애인을 내 학교 생활권 안에 둘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늘 시야에 들어와 있으니, 다른 연놈들이 찝쩍대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정성도 보장된다. 캠퍼스 꽁냥꽁냥은 거저다. 이 정도면 CC를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

 

CC를 시작하는 방법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CC를 시작해 보자. 딱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의외로 CC를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첫째,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쌓을 것. 둘째, 금사빠일 것.

보통 학기 초에 성사된 CC들은 교외/교내 OT에서 만나 썸을 타다가 사귀게 된 케이스가 많다. 가장 흔한 패턴이 바로 이 ‘동기(혹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학기 초부터 열심히 인간관계를 쌓아둬야 한다.

 

간혹 친구와 연인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친구는 연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라이츄를 얻고 싶다면 야생의 라이츄를 찾는 것보다 이미 잡은 피카츄를 진화시키는 편이 훨씬 쉽다는 것을.(버전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금사빠가 CC에 유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곁에 두고 지내던 친구에게 별것 아닌 것으로 설레는 한심한 기질이 필요하다. “굳이 나랑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혹시 나를…?”로 시작한 설렘이 나의 어색한 행동으로 이어져 스파크가 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교양수업에서 만난 타과생과 썸을 타는 것도 좋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주는 조별 활동 기반의 교양수업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학생들 간에 스킨십을 강제하거나 오묘한 관계를 만들어 주는 ‘스포츠 댄스’, ‘결혼과 연애’ 등의 수업이 인기인 이유다. 당연히 들어가기는 쇼미 예선만큼이나 어렵다.

 

이것도 저것도 어렵겠다 싶으면 아예 과 내 인싸가 주선하는 과팅에 참여해 보는 걸 추천한다. 타과생이랑 연애하는 게 무슨 CC냐고? 오히려 적절한 거리감과 적절한 연애감을 느낄 수 있는 타과생과의 CC 질이 과 CC보다 나을 때가 많다.

 

CC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일단 CC가 되는 데 성공했다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합의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신뢰를 유지하고 권태를 피하는 것이다.

 

주변 관계에 대해 서로에게 허용하는 기준이 다르면 자주 싸움이 발생한다. ‘깻잎 논쟁’이 대표적이다. 연인이 아닌 사이에서 어디까지 가능한가? 라는 논쟁거리에 대해 CC는 더 긴밀한 논의를 나누어야 한다. 눈만 돌리면 내 연인이 뭔 짓을 하는지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늘 붙어있다는 것은 CC의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다. 연애하다 보면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의외로 많다.

 

둘 중 한 명이 자취하고 있다면, 습관처럼 집 데이트를 반복하기도 한다. 연애 초반에야 집에서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짜릿할지는 모르겠으나, 빠르게 가까워지는 만큼 빠르게 권태로워진다. 가뜩이나 서로 붙어 있는 시간이 많은 CC는 일반적인 커플들에 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반복되다 보면 둘의 관계가 진짜 건강한 관계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함께 있는 게 정말 서로의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걸까?’하고 말이다.

 

공개 연애에 합의했는가?

 

연애 사실을 공개할지 말지 합의하는 것도 관계 유지에 꽤 중요한 요소다. 주로 과 CC를 시작할 때 생기는 선택지인데, 공개되었을 경우 동기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염려하는 쪽에서 비밀연애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양쪽 모두가 완벽하게 동의했을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한쪽이 강력하게 공개 연애를 바랄 경우 문제가 생긴다.

 

공개연애를 원하는 쪽은 우리들의 연애가 좀 더 수월하기를 바란다. 쉽게 말해 동기들 사이에서 둘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제삼자(껄떡거리는 자들)의 개입을 막고 상황에 따라 동기들이 알아서 눈치를 챙기게 하기 위함이다. 어찌 보면 당장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접근방식이다.

 

반대로 비밀 연애를 원하는 쪽은 좀 더 멀리 본다. 아직 상대에 대한 확신이 적어서 ‘금방 깨질 수도 있으니, 섣부르게 공개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면 그냥 단순히 동기들 입에서 자기 얘기가 오르내리는 게 싫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엔, 연애 사실이 공개되면 자기가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거리끼기도 한다. 이미 여기저기 넓게 형성해 둔 어장을 계속 관리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아예 양다리일 수도 있다. 당장 그 의도를 어찌 알겠는가. 나중에라도 본인이 이런 사례에 해당했다면 그냥 똥 밟았다 치자.

 

CC가 끝난다면

 

그렇게 불같은 사랑은 순식간에 끝난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면 이제 뭘 해야 할까? 하긴 뭘 해. 조용히 있어야지.

 

깨지고 나면 높은 확률로 유치한 편 가르기 싸움이 시작된다. 만난 기간이 짧고 심한 다툼으로 헤어진 커플들이 주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둘 사이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동기들에게 공유하며 뒷담화를 하는 것이다. 연애가 정치질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한동안은 불편할 거다. 수업 시간이나 학과 행사에서 자주 마주치게 될 테니까. 둘 중 한 명이 아싸의 길을 걷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빠르게 다른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너무 티를 내지는 말자. 사람들은 누군가의 연애가 끝났을 때, 이유가 어찌 됐든 더 힘들어하는 쪽을 (연민의 시선을 담아) ‘피해자’로 여긴다. “와… 얘는 여전히 울상인데 쟤는 벌써 갈아탔네?”라면서 말이다. 같은 과 CC라면 먼저 연애를 시작한 자에 대한 비난이 더 거세지기도 한다.(심할 경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둘 중 한명이 압도적으로 인싸일 경우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아싸인 쪽은 뭔 짓을 하든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가 아싸라도 너무 개의치는 말자. 이런 일로 나를 비난할 동기들이라면 어차피 오래 볼 친구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장은 복수심 혹은 유치한 증오심에 보복성 연애를 하며 전 애인의 애끓는 모습을 보고 싶더라도 참자. 화살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끓어오르던 미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왜 그랬나 싶어진다. 그래도 한때는 사랑하던 연인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해 봐

 

CC도 결국은 사람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이다. 교내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여느 연애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연애다. 그저 조금 더 많은 관계가 얽혀 있을 뿐.

 

최선을 다해 만나서 불같이 연애하고, 아쉽게 헤어지는 그런 연애. 이불킥과 맞바꾼 나의 연애 성장판. 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그리고 세월이 흘러 되돌아보면 아찔하고 슬픈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또렷하고 반짝거리는 추억만 남는. CC는 흑역사 생성기가 아닌, 훌륭한 인생의 교양 수업이다.

 

그래서 바쁜 대학 생활 중에도 기억에 남을 만한 CC 경험 하나쯤 안고 가기를. 후회는 없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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