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대학생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웰컴 투 진저호텔>(이하 진저호텔)을 사용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 단기간에 이용자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떡상한 진저호텔은 다섯 명의 대학생이 단 일주일 만에 개발한 웹서비스다. 단기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서비스로 진화한 진저호텔의 다섯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진저호텔 메인 화면.
안녕하세요! 진저호텔을 만든 다섯 분이시군요.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민지: 안녕하세요! 진저호텔을 기획한 중앙대학교 철학과 18학번 강민지입니다.
이민수: 프론트엔드 개발을 맡은 광운대학교 정보 콘텐츠 학과 20학번 이민수입니다.
서채연: 함께 프론트엔드 개발을 담당한 숭실대학교 글로벌 미디어학부 20학번 서채연입니다.
김훈섭: 백엔드 개발을 맡은 한서대학교 항공정비과 17학번 김훈섭입니다.
박영신: 저도 백엔드 개발을 담당한 동국대학교 영어 통번역학과 22학번 박영신입니다.
진저호텔 팀의 첫 대면 모임 왼쪽부터 이민수, 김훈섭, 박영신, 서채연, 강민지.
학교도 학번도 달라요.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었나요?
훈섭: ‘멋쟁이사자처럼 대학(이하 멋사대)’이라는, 전국 42개 대학교에서 활동 중인 웹 프로그래밍 동아리가 있어요. 학교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동아리에 속해있죠. 그중 8개 대학교가 11월에 ‘단풍톤’ 이라는 이름으로 *해커톤을 진행했는데, 거기서 처음 만났어요. 서로 알게 된 지는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개발 주제 중 ‘연말 연초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고, 저희는 아이템 회의 끝에 지금의 진저호텔을 선택했죠.
*해커톤: 해커톤(hackathon)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의 직군이 팀을 이루어 제한 시간 내 주제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공모전이다.
진저호텔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민지: 홈페이지에서 나만의 진저호텔을 개설하면 고유 링크가 생겨요. 링크만 있다면 누구나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익명으로 편지를 쓸 수 있죠. 이 편지들을 어드벤트 캘린더처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지나간 요일의 편지는 25일에 한 번에 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서비스를 목적으로 개발했나요?
민수: 아니요 :) 진저호텔은 해커톤을 위한 결과물이었어요. 그런데 개발할수록 다들 정식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해커톤에서 대상까지 받으며 그 생각은 더 강해졌죠. 그때 영신님이 서비스 론칭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12월을 2주 앞두고 서비스를 위한 추가 개발에 들어갔어요.
펜팔 친구를 통해 강민지 기획자가 중학생 때 처음 받아본 어드벤트 캘린더.
개발 기간은 짧았지만 나름의 세계관이 있어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민지: 중학생 때 영국인 펜팔 친구가 어드벤트 캘린더를 선물로 보내줬어요.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어드벤트 캘린더라는 큰 틀을 기획했어요.
어드벤트 캘린더는 직사각형 디자인이 많아서 건물이 연상되었고,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나홀로 집에>의 캐빈이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연상되어 장소는 호텔로 정했죠.
<슈렉> 시리즈의 진저브레드맨. 출처 – 네이버 영화.
‘진저’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영화 <슈렉>에 등장하는 쿠키 캐릭터 ‘진저브레드맨’이 떠올라서 붙였어요. 루돌프나 사슴 등 다른 캐릭터도 생각해봤지만 와닿지 않았죠. 최종적으로 진저호텔에는 다양한 진저맨이 살고 있고, 하루에 한 진저맨이 호텔을 방문한 사람을 맞이해 준다는 콘셉트를 가지게 되었어요. ‘생강호텔’ 아닙니다 :)
에디터 픽, 밀크온천 진저맨.
서비스 오픈 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용자가 얼마나 되나요?
영신: 현재 100만 명이 넘는 분들이 진저호텔을 이용하고 있어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처음에는 많아야 1~2천 명 정도 이용할거라 생각했거든요.
마케팅을 따로 했나요? 비결이 궁금해요.
채연: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은 없었어요. 각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하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는 정도였죠. 물론 각 학교의 멋사대 동아리에도 공유했고요.
민지: 확산 속도가 마치 영화 속에서 SNS 게시물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장면을 보는 듯 했어요. 인플루언서도 공유를 해서 놀랐죠. 진저호텔이 사랑과 인정을 받는 기분이라 좋았어요.
진저호텔에 도착한 익명(이라쓰고 누군지 알것 같은 친구의) 편지.
마케팅 없이도 성공할 수 있었던 진저호텔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민수: 한국에는 보편화되지 않은 어드벤트 캘린더 콘셉트가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훈섭: 나만의 호텔이 생기고, 25개의 창문에 매일 다른 편지가 쌓인다는 포인트도 좋았을 것 같아요. 매일 정해진 개수의 편지를 받아야 당일에 도착한 편지를 확인할 수가 있는데, 이 점도 게임처럼 재미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서비스가 대박나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이거 내가 했다!’라고 자랑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민지: 오히려 걱정이 더 컸어요. 미구현된 시스템도 있었고 서비스는 처음 해보니까요. 살면서 그렇게 많은 DM이 오는 건 처음이었어요.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드려도 새로고침하면 새로운 DM으로 가득 찼죠.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어서 자부심보다는 걱정이 앞섰어요.
서비스하며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채연: 사용자의 스마트폰 크기와 사용하는 브라우저가 각기 다른 만큼, 모두가 같은 서비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결하는 게 아직도 힘든 것 같아요.
민지: 문의 DM을 담당하고 있는데 모두 답변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DM만으로는 벅차서 구글 폼으로 오류 접수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것만 해도 1천 개가 넘게 접수됐어요.
업데이트로 추가된 ‘진저맨 앨범’
그래도 의견을 모아서 진저호텔은 계속 업데이트 중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업데이트가 있었나요?
영신: 가장 먼저 비속어 필터링을 개발했어요. 그다음 비밀번호 찾기 기능을 추가하고, 편지 삭제 기능과 창문 열리는 순서를 헷갈려 하는 분들을 위해 날짜에 맞춰 진저호텔 창문이 열리게 했죠. 이외에도 회원 탈퇴, 진저맨 앨범 기능을 추가했어요.
민수: 저희 서비스가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서, 사용자 문의를 최대한 빠르게 반영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며칠 안에 업데이트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영어버전 문의 DM.
인상 깊었던 문의도 있나요?
훈섭: 영어버전을 만들어달라는 외국인의 문의가 생각나요. 기업과 기관에서 제휴를 문의하는 메시지도 있었죠. 대학교나 기업, 단체에서 저희 서비스를 고객들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도 사용해서 신기했어요.
예상치 못한 인기에 서버비 걱정이 생기기 시작한 팀 단톡방.
이용자가 많아지면… 예상치 못했던 서버 비용이 나오지 않나요?
훈섭: 서버 유지 비용이 점점 늘고 있기는 해요 :) 하지만 비영리 서비스기 때문에 광고를 붙일 계획은 없어요. 대신에 멋사대와 마케팅 관계를 맺어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매일 편지를 써달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데… 자연스럽게 편지를 받는 방법은 없을까요?
민지: 단톡방이 많다면 요일을 정해서 번갈아 가며 링크를 공유해보세요. 그러면 창문마다 다른 이야기가 쌓일 거예요.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죠. 스토리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 스틸 컷, 일상 사진 등을 올린 후에 링크를 슬쩍 삽입하는 방법도 있어요.
흔한 MBTI i들의 개성 강한 음료 주문.
팀원 모두 MBTI가 i로 시작해요. 조용한 팀플을 했을 거 같은데 어땠나요?
영신: 누구하나 텐션이 높지 않아서 편하고 좋았어요 :) 해커톤 시상 때도 회식하지 않은 유일한 팀일거예요.
민수: 저는 t라 그런지 회의할 때 항상 이성적으로 접근했어요. 반면에 네 분은 f인데, 항상 몽글몽글한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흥미로웠죠.
항상 힘이 되는 응원의 DM.
진저호텔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얻으면 좋을까요?
민지: 어릴 때 크리스마스가 오길 바라며 디데이를 세던 설렘을 얻어 가면 좋겠어요.
채연: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들이 제 진저호텔에 편지를 쓰고 가서 감동을 받았어요. 제가 경험한 감정을 다른 분들도 느끼면 좋겠어요.
훈섭: 진저호텔을 통해 잠깐이라도 피식 웃으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에도 진저호텔을 만날 수 있을까요? 혹은 다른 서비스를 계획 중이신가요?
민지: 우선 지금의 진저호텔을 잘 마무리한 이후에 이야기를 나눠볼 것 같아요. 물론 조금씩 추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비밀입니다!
서비스가 종료되면 편지도 사라질 것 같아요. 종료 시점은 언제로 생각 중인가요?
민지: 아직 구체적으로 날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서비스 종료 전에 공지를 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사진에 훈섭님이 없어서 훈섭진저를 고퀄리티로 합성해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채연: 서비스 초반에 오류나 불편한 사항이 많았을 텐데 저희를 믿고 끝까지 이용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민지: 진저호텔을 통해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저호텔을 핑계로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영신: 부족한 점도 많고 문의 답변도 빠르게 못해드렸지만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훈섭: 진저호텔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커톤을 준비해준 멋사대 임원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민수: 진저호텔에는 거창한 기술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저희처럼 팀을 이뤄서 도전해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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